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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친구(누나)가 생겼다~

오늘은 어제보다 2011. 2. 2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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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본어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졌다.

단지, 마음속으로만 제2외국어는 하나쯤 해야지 하면서 일본어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본인 친구를 만나면서 관심이 실행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내가 일본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그들의 역사속 주인공을 한명이라도 알게 된것은 십수년전에 읽은

'대망' 이라는 소설을 통해서였다.

일본의 막부정치를 열었던 오다노부나가, 토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이었다.

그렇지만, 세명의 이름만을 가물가물하게 기억한 채 십여년이 흘렀다.

그러다가 2005년인가?

다니던 회사에서 일본에 관광을 가게 되어 잠시 일본어를 공부하게 되었다.

일본사람들을 만나서 간단한 대화라도 하기위해 짧은 시간이었지만, 열심히 공부했다.

아침조회시간에는 공부한 내용을 부서사람들에게 가르쳐주면서 두번의 공부효과도 있었다.

그렇게 기대를 가지고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했고, 입국수속을 거치며 일본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곤방와~

도조 요로시쿠 오네가이 시마스.

와타시노 나마에와 ***데쓰.

 

앵무새처럼 배웠던 일본어 단문을 쏟아냈지만, 그들의 대답을 이해하기는 너무 어려웠다.

아~~~급 실망.

일본에서 몇일 머물면서 가졌던 생각은 벼락치기로 하는것이 얼마나 무모한가를 깨닫는 시간이었다.

적어도 외국어라는 것은 일정시간을 그 문화와 환경에 노출시키지 않고서는 습득되지 않는 것이었다.

단순히 몇문장 암기하고 외워서 써 먹을 수 있는것이 아니었다.

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일본에 대한 추억을 가진채 수년이 흘렀다.

그러다가 2011년 일본의 삿보로에서 한국에 관광온 사람들을 만날기회가 생겼다.

다시 먼지가 쌓여있었던 독학일본어 첫걸음이라는 책을 열심히 뒤척이기 시작했다.

근무하면서도 일본어 회화를 듣고, 운동하면서도 들었다.

그렇지만 웃긴것은 단지, 듣기만했다.

50음도조차 내게는 너무나 어려웠기 때문에...카타카나나 한자는 아예 포기했다.

 

2011년 2월22일, 그들이왔다.

그들은 4명이었고, 일본노동연구원에서 일하는 한국인 박사가 안내를 맡아서 왔다.

그들은 천안 독립기념관을 둘러보고 충남지역노조와 간담회를 가지기로 되어 있었다.

나는 처음 천안역에서 만났고, 간단한 인삿말을 주고 받았다.

현지 일본인들의 발음을 약간 알아듣고 간단한 대화를 했을때의 짜릿함. 누가 알까?

그렇지만, 곧이어 그들이 쏟아내는 빠른 일본어는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통역에 의존할수밖에 없구나 하는

낙담을 갖게 만들었다.

 함께 한국에 온 일행은 삿보로지역노조 간부가3명, 랭고소속의 전임자가1명, 그리고 안내를 맡은 노동연구원박사1명이었다.

 

 

그런데, 그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58세의 여성이 있었다.

 '야마모토 미찌꼬' 라는 여성이었다. 나는 한국식대로 그녀에게 '누나' 라는 호칭을 썼다.

그녀는 한국의 역사라든가 문화에 외국인치고는 많은 지식을 알고 있었고,

 심지어 한국의 역대 대통령이름조차 다 외우고 있었다.

그녀는 한국 방문이 4번째라고 했고, 한국에 대하여 관심이 지대했다.

한국 분단의 역사에 일본이 저지른 죄악이나 현재도 일본이 보이는 군국주의적인 모습에도 사과했다.

그녀는 한국어로 말하고, 나는 일본어로 말하면서 금방 친해졌다.

내가 몰랐던 말들도 (독립이 도쿠리라는 것이나 해방이 하이호라는 것 등) 쉽게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일본어 실력은 형편없었고, 그녀의 한국어 실력은 상당해서 많은 부분 한국어로 대화를 했다.

우린 하루종일 붙어다니면서 사회에 대해서, 노동에 대해서, 양국에 대해서 아는언어와 손짓을 섞어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금방 하루가 갔고, 저녁식사후엔 서울로 올라와야 했다.

나는 서울로 오는 기차까지 함께했다.

잠시라도 더 가까이서 대화하고 싶었고, 그들에 대해 알고 싶었다.

서울로 오는 기차에서 가장 막내였던 '사토' 상은 내게 부채와 젓가락을 선물했다.

'형님' 이라고 부르면서.

난 마땅히 줄게 없어 못내 미안했다.

 

 

영등포에 도착하면서 아쉬운 작별을 했다.

꼭 일본에 도착하면 이메일을 주고받자며 약속을 했다.

아~ 이젠, 그 어려운 일본어 글자를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해진다.

그래도 무언가 동기를 부여받고 무엇인가에 열심히 몰두하는것이 즐겁다.

나에게도 일본인 친구가 생겼다는것이 또 한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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