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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내가 만난 사람들

송곳의 최규석 작가 (2)

오늘은 어제보다 2022. 8. 2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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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 작가 인터뷰
일시: 2016. 4.11
이-이종명/ 최-최규석 작가



이 : 책 이야기로 가면 ‘대한민국 원주민’ 보면서 생각들었던 것은 시골이었으니까 국민교육헌장이나 뱀이야기 또 물이 있었으니까 낚시같은 것 많이 했을 것 같은데 그런것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 없나요?

최 : 그렇게 잘 놓지는 않았고 몇 번 죽을 뻔한 일은 있엇죠. 썰매타다가 얼음이 좀 녹은 쪽으로 가게 된거죠. 그러면 꺼지잖아요. 꺼지기 전에 나와야 되잖아요. 그런데 얼음에 나무막대기 하나가 박혀 있었던거죠. 거기를 통고해야 하는데 몇 번하다가 빠져버린 거죠. 빠져가지고 올라오려고 얼음을 확 집었더니 푹 꺼져 버린거죠. 그런데 사람들이 제가 빠진 것을 못보고 있었나봐요. 어떻하지 생각하다가 계속 깨면서 단단한 곳까지 갔죠. 그래서 살아났어요.

이 : 몇 살 때예요?

최 : 다섯 살 정도 였던 것 같아요. 또 감따다가 감나무 찢어져가지고 마침 떨어졌는데 대밭이거예요. 대밭이 또 날카롭잖아요. 그런 경험들은 많이 있었죠.

이 : 아버님은 건설노동자시면 어떤 업종을 하신거예요?

최 : 아버지는 석공이셨습니다. 건설노동보다는 토목이죠.

이 : 조선시대 영정조때 태어났으면 수원화성에 이름석자 세기셨을 텐데.

최 : 아버지가 복원한 성들도 좀 있을 거예요. 그 기술이 그대로잖아요. 조선시대 때나 지금이나. 성벽 복원공사가 있으면 가시곤 했던 것 같아요.

이 : 수원화성이 다 복원한 거잖아요.

최 : TV 보시다가 무슨 산성나오면 “저거 내가 쌓은 거라고” 그런 말씀을 하셨었죠.


이 : 책에서 새마을 운동을 뺀 것은 의도적으로 빼신건가요?

최 : 새마을 운동에 대한 기억이 저한테는 별로 없어요. 제가 태어났을 때 이미 정권의 말기였지 않습니까?

이 : 내용이 형누나의 기억을 가지고도 했던거라서. 그건 누나들에게 별로 안물어 봤나보지요?

최 : 네 그건 별로 안물어 본 것 같아요. 누나들도 그것과 관련한 기억은 별로 없었나봐요. 쥐잡는거 가지고는 말이 많이 했는데 쥐가 없어가지고 오징어 다리에 고무 녹여서 발라가지고 쥐꼬리라고 내고.

이 : 실제로도 그런걸 봤어요?

최 : 저는 기억이 없어요.

이 : 그럼 어릴 적 기억 중에 개 잡는 이야기가 나오던데 그런 것은 많이 봤나요?

최 : 그렇죠. 개잡는 거는 많이 봤죠. 돼지잡는 거, 돼지 잡으면 시냇가에서 동네 아저씨 다모여가지고 쓸개같은 거 떼면은 제일 나이많은 할배가 생으로 먹고.

이: 개고기 좋아하세요?

최 : 즐겨먹지는 않아요. 그래도 있으면 먹죠. 여름에 가면 아버님이 즐겨드시니까 늘 있었죠. 친구 한놈이 놀러왔다가 냉장고에서 물 찾으려다가 냉동실문을 잘못열었나봐요. 비명을 질러서 달려가보니 개머리가 냉동실에 있는 거예요.

이 : 정말 비슷한 경험은 다 있나봐요. 저희 아버지가 좋아하는 개가 있었는데 세퍼트 였거든요. 그런데 우리 형이 개를 너무 싫어한 거예요. 형이 싫어한 만큼 개도 형을 싫어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술한잔 하고 들어오셨는데 개머리가 마루위에 떡하고 있는 거예요. 아버지가 깜짝놀라서 자기 없는 사이에 형이 개를 잡은 줄 알고 엄청 혼낸 거예요. 알고봤더니 작은어머니가 고사지내고 돼지머리를 갔다놓은 건데 아버지가 술취해서 잘못보신거죠. 괜히 엄한 형만 야단맞고.

최 : 개머리하고 돼지머리는 많이 다른데. 하하하

이 : 우리집 개는 세퍼트였는데 세퍼트가 도이칠란든에서 온 개잖아요. 그래서 이름이 도치였는데 그 동네에서는 개이름이 메리였나요?

최 : 그렇죠. 보통 메리였어요. 껌둥이 흰둥이 뭐 이런 이름도 있었고요,



이: ‘대한민국 원주민’을 쓰게 된 계기가 우리집 이야기를 한번 써보자 이런게 있었나요? 아니면 기록으로 남겨보자 이런 생각이었나요?

최 : 일단 부모님이랑 이야기를 많이하질 않았죠. 옛날 세대들이 다 그렇지 않습니까? 특히나 부모님하고 나이차이도 많이나고 어릴 때에는 가족안에 포함되는 감각자체가 불편한거죠. 도망치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집에를 거의 안갔죠. 대학 다닐때도 일년에 한두번 밖에 안가고. 그러다가 습지 연재할 때 같이 살게 되었죠. 오랜만에. 스물아홉 이럴 때.
이 : 습지생태보고서는 대학교 때 생활을 그린거잖아요? 원주민할 때 같이 산게 아니고 습지할 때 같이 사신 거네요?

최 : 습지 연재할 때 한 일년 같이 살게 된 거죠. 이제 저도 나이도 좀 먹고 습지연재할 때 고료를 받아 돈을 벌게 되니까 부모님한테 서있던 날카로운 날이 그냥 사라지더라구요. 스스로 떳떳한 거죠. 그전에는 나는 돈도 못벌지만 그냥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거고 부모님들은 그게 맘에 들지 않고. 그것을 지레 짐작해서 내가 관계를 막 설정하잖아요. 돈을 버니까 당당한 아들이 된거죠. 당당한 아들이 되니까 대하기가 편해지더라구요. 맨날 전교 꼴찌함하다가 전교 일등을 하면 부모님 앞에서 사람이 얼마나 풀어지겠습니까, 사람이. 그런거랑 비슷한 거 같아요. 돈을 벌고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사람 노릇 한다라고 하는 기준에 제가 어느 정도 부합을 한거죠. 부모님에게 맞춰주기 위해서 제가 노력을 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나 방향으로 해서 부모님이 생각하는 사람노릇의 틀 속에 내가 들어가게 된거죠. 그러니까 어느정도 편해진거죠. 그래서 편해지다보니 대화를 하게 됐고, 대화를 하다보니 못들어봤던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옛날이었다면 아버지가 한마디 꺼내놓으면 빨리 끝내고 서로 갈길가게 끔 분위기를 만들었을 텐데 마음이 풀어져 있으니까 아저지 하는 이야기가 있는 그대로 재미있게 들리더라구요. 옛날 같았으면 옛날이야기 또시작이야, 왜 자꾸 저런이야기 하나 했을 텐데 들리기 시작하더라구요. 들었죠. 들으면서 일단은 재미있다라는 거. 재미있다라는 것만으로는 작품을 해야겠다는 욕망이 안생기죠. 이게 일반적인 한국현대사 서술 틀에서 시간적으로 조금씩 벗어나 있다라고 하는거 이게 재미있더라구요. 시기가 잘 안 맞잖아요. 일이십년 정도는 뒤거든요. 농촌사람들이 도시로 이주해서 도시 빈민을 형성하고 이런 시기적인 것이 있잖아요. 현대사를 기술함에 있어서. 그 시기랑 조금씩 안 맞는 거죠.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라는 생각도 있었고. 또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이 마디마디로 이렇게 넘어가지 않는다 라고 하는 거. 제가 다 컸을 때에도 저보다 열 살이상 어린 친구들 중에서도 나랑 똑같은 경험을 한 친구들이 또 있거든요. 저만해도 제 윗세대 사람들이 “야 어떻게 너 같은 애가 있을 수 있어?” 이렇게 아야기 하는데 저한테도 또 그런 친구들이 있더라구요.

이 : 나이가 어려도 친구 같은 동생이 있고 나이가 많아도 친구 같은 형 이렇게 형성되는 관계가 잇더라구요. 사람살이가 다 비슷한 거 같아요.

최 : 저 같은 경우에도 제 또래들과 굉장히 공유할 수 없는 유년기를 보낸거고 또래 아버지를 만나면 되게 잘 맞거든요. 어릴 때 놀았던 게 똑 같으니까.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느끼는 신기함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것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 : 만들면 재미도 있고 그렇긴 한데 이게 좀 팔릴 거라는 생각은 했었나요? 잘 팔릴 거라는 자신이 있었나요?

최 : 저는 항상 잘 팔릴거라고 생각했어요. 하하~ 안 팔릴 것을 왜 만듭니까?

이 : 역시 대단하시군요. 하하~

최 : 어쨌든 팔려야 될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만들죠. 안그러면 먹고 살수도 없을뿐더러 팔린다는 것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거지 않습니까? 애초에 사람이 안좋아 할거라고 생각하면서 뭘 만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막상 만들어 놨는데 하나도 안팔리면 어쩔 수 없는 거긴 한데, 이 걸 만들 때는 어찌되었건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고 책을 사게 해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하죠.

이 : 만들고 난 다음에 옆사람에게 보여줘서 조언을 구해 수정도 하나요?

최 : 되게 겁이 많아가지고 편집자에게 가기 전까지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아요.

이 : 원래 만화하시는, 예술하시는 분들이 다 비슷하신가요?

최 : 아니요. 사람마다 다 다르죠.

이 : 달라요?

최 : 만들면서부터 조언을 구하면서 만드는 사람도 있고 저 같은 사람은 작품하면서 굉장히 자기가 커지는 편이라서.

이 : 머릿속에 다 완성해 놓고 쫙 풀어 놓는 건가요?

최 : 저 같은 경우에는 하면서도 그렇고 하고나서도 망했다는 생각을 제일 크게 하는 것 같아요. 쓰레기다. 어떻하지. 태워야 하나. 제일 처음 공모전 작품 만들어 놓고도 친구랑 앉아서 태울까 이러면서 작품을 안내고 게기고 이러다가 버릴까 너무 부끄러운데 이러다가 그래도 몇 달동안 고생해서 만들었는데 내자 이런 적도 있었어요.

이 : 그게 군대 가기 전에 냈던 ‘솔잎’인가요?

최 : 그렇죠. 지금까지 늘 그래요. 완성하는 순간 “망했다”, “쓰레기를 만들었구나” 그래서 아무에게도 못 보여줘요.

이: 그런데 망했다 했는데 또 반전을 일으키는 거잖아요? 반전이라는 요소도 굉장히 중요시 하는 것 같아요.

최 : 반전이요?

이 : 네. 반전이 성공 요소 중에 하나인가요?

최 :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재미있게 봐달라고 애를 쓰는 거죠.

이 : 100도씨를 지난 번 주셔가지고 읽게 되었는데, 87년 같은 운동을 쭉 했다면 우리가 형식 민주주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내년이면 30주년이잖아요, 새로운 100도씨라면?
최 : 송곳이 그거죠.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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