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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시익는 마을 (13)
산과물
어머님, 백 세 가까이 곁에 계시다 아버님 옆에 가 묻히시고 김치수, 오래 누워 앓다 경기도 변두리로 가 잠들고 아내, 벼르고 벼르다 동창들과 제주도에 갔다. 늦설거지 끝내고 구닥다리 가방처럼 혼자 던져져 있는 가을밤, 베토벤의 마지막 4중주가 끝난다. 창을 열고 내다보니 달도 없다. 마른 잎이 허공에 몸 던지는 기척뿐, 소리도 없다. 외로움과 아예 연 끊고 살지 못할 바엔 외로움에게 덜미 잡히지 않게 몇 발짝 앞서 가거나 뒷골목으로 샐 수 있게 몇 걸음 뒤져 걷진 말자고 다짐하며 살아왔것다. 창밖으로 금 간 클랙슨 소리 하나 길게 지나가고 오토바이 하나 다급하게 달려가고 늦가을 밤 차고도 투명하게 고즈넉한 밤. 별말없이 고개 기울이고 돌고 있는 지구 한 귀퉁이에 아무렇게나 처박혔다 가리라는..
여백 언덕위에 줄지워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앉고 있는 여백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께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 주고 있는 빈 하늘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들은 ///도종환 ……… 나의 살아온 길과 세세한 일상 하나하나를 다 보여주는 여백, 나의 하늘을 둘러본다 내속의 여백에 어느 풍경을 담으려 하고 있을까? 그 여백의 평수는 얼마나 될까? 미풍과 솔향이 있는 산책하고 싶은 공간일까? 스모그에 보호되고 있는 강남..
악의 기원 이것 하나만은 분명하다 아이들은 귀엽고 정직하며 선량하지만 어른들은 참아 줄 수가 없다 이 사실은 때때로 우리 모두의 기를 꺽는다 지금 악하고 추한 노인도 나무랄 때 없는 어린아이 였던 때가 있었던 것처럼 지금 친절하고 매력적인 아이도 훗날 덩치만 큰 비겁자가 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파리의 날개를 뜯어내는 노는 것이 아이들의 참된 모습일까? 어린 시절에 이미 악한 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우리의 본성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악은 고칠 수 없고, 선은 어린 시절 죽는다 //에리히캐스트너 ……… 이것만은 분명하다 아이들은 감성으로 살지만 어른들은 이성으로 산다 그리고 그 이성은 많은 종류의 계산기로 힘을 발휘한다 이것만은 분명하다 아이들은 만남에 설..
죽편(竹編)1-여행 여기서부터,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 년이 걸린다 //서정춘 ……… 칸칸마다 색다른 빛과 향을 실은 푸른 기차를 타고 먼 곳에서 부터 왔다 백년이 걸려 대꽃 피는 마을 가까이 왔다 뒷 길이 더 아름답다
덫에 걸린 쥐에게 또는 자유와 기독교 원을 긋고 달리면서 빠져 나갈 구멍을 찾느냐? 헛일이다! 깨달아라! 정신 차려라! 탈출구는 하나뿐이다: 네 안으로 파고 들어가라! //에리히 캐스터너 …………… 뫼비우스의 띠 시지푸스의 돌 완성된 포로로 가치와 의지를 포기해야 하는 곳 사람 사이 (인간)에 갇히고 “나” 라는 환상에 갇히고 이성에! 감성에 ! 갇히고 분노와 사랑에 ! 갇히고 탈출은 선택이지만 탈출구는 하나뿐이다 네 밖이 아니라 네 안으로 파고 들어라!!
아무도 너의 얼굴 속까지는 들여다 보지 않는다1 ( 대담한 사람들을 위한 버전) 아무도 네가 얼마나 가난한지 모른다 이웃들은 자기 코가 석자라 너의 기분이 어떤지 물어 볼 시간도 없다 너는 쓴 웃음을 지으며 괴로운 짐을 보지 않으려 등에 짊어진다 그렇다고 비관주의자는 되지 말라 누구와 이야기할 때는 웃어라 아무도 너의 얼굴 속까지 들여다보지 않는다 아무도 네가 얼마나 가난한지 모른다 (다행히 그건 너 자신도 모른다) // 에리히 케스터너 ————- 아무도 너의 얼굴 속까지는 들여다보지 않는다2 (소심한 사람을 위한 버전) 아무도 네가 얼마나 부유한지 모른다….. 물론 내가 여기서 말하는 부는 유가 중권이나 빌라나 자동차나 피아노 등 아주 비싼 겉 아니다 내가 지금 말하려는 건 눈에 보이고 ..
요람과 무덤 사이에는 고통이 있었다 —— 해보는 수 밖에 길은 없다 // 에리히 케스트너의 두 편의 시 ………… 요람과 무덤 사이에는 짧은 시간만 있다 내 시간을 만들어 보는 수 밖에 길은 없다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이중창 너머로
서시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 했으면서도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 나희덕 ...... 5월의 붉은 장미를 몇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열지도 못하고 지피지도 못하는 내 마음의 군불이 초라하다 선물같은 이 한여름의 화려함에~!
납치의 시 시인에게 납치된 적이 있는가. 만약 내가 시인이라면 당신을 납치할 거야. 나의 시구와 운율 속에 당신을 집어넣고 롱아일랜드의 존스 해변이나 혹은 어쩌면 코니아일랜드로 혹은 어쩌면 곧바로 우리 집으로 데려갈 거야. 라일락 꽃으로 당신을 노래하고 당신에게 흠뻑 비를 맞히고 내 시야를 완성시키기 위해 당신을 해변과 뒤섞을 거야. 당신을 위해 현악기를 연주하고 내 사랑 노래를 바치고 당신을 얻기 위해선 어떤 것도 할 거야. 붉은색 검은색 초록색으로 당신을 두르고 엄마에게 보여줄 거야. 그래, 만약 내가 시인이라면 당신을 납치할 거야. // 니키 지오바니 ———— 나를 납치할 꺼야 소 매물도 작은마을로 카리브해 말라콘 해변으로 보스포로스 쪽빛 해협으로 탱코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나를 납치할꺼야 타르타로..
돌의 시간 자네가 너무나 많은 시간을 여의고 나서 그때 온전한 허심으로 가득차 있더라도 지나간 시간 위로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세차게 몰아 부쳐서 눈을 뜰 수 없고 온몸을 안으로 안으로 웅크리며 신음과 고통만을 삭이고 있는 그 동안이 자네가 비로소 돌이 되고 있음이네 자네가 돌이 되고 돌속에 스며서 벙어리가 된 시간을 한뭉치 녹여 본다면 자네 마음속 고요 한 뭉치는 동굴속의 까마득한 금이 되어 시간의 누런 여물을 되씹고 있음이네 //서정춘 ……… 허술한 허심으로 외피를 덧 씌운다 해도 지나간 시간위로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에 세차게 불어온다 그럴 수록 동굴속 까마득한 돌이 되어 겹겹으로 수장되고 주인 잃은 그림자만 곁에 있다 부러움이 풍성해서 찬란했던 자네는 이제 부끄러움에 숨죽여 있는가?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