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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엉클박의 시익는 마을

여백

오늘은 어제보다 2022. 12. 1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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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

언덕위에 줄지워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앉고 있는 여백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하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께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 주고 있는 빈 하늘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백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들은

///도종환

………

나의 살아온 길과 세세한 일상 하나하나를 다 보여주는 여백, 나의 하늘을 둘러본다
내속의 여백에 어느 풍경을 담으려 하고 있을까? 그 여백의 평수는 얼마나 될까?
미풍과 솔향이 있는 산책하고 싶은 공간일까?
스모그에 보호되고 있는 강남의 빌딩 숲과 같을까?
비워 있긴 한가?
손바닥 만한 풍경이 들어갈 만큼!!
(2015.10)

……..

사유지가 되어버린 여백
여백에 담장이 둘러쳐지고  
다양한 여백 상품도 출시되고 소비된다
사로 잡힌 영혼의 덤으로!

을왕저수지 변 고급스런 카페는 한잔에 1만 오천원으로 모두의 공간에 가격을 취하고
해운대 변 고급아파트는 “부”라는 이름으로 모두의 바다덕에 고가의 사치를 취한다
내 사무실 앞 도당산에 들어선 고층빌딩에 반사되는 햇빛이 산의 여백을 대체했다
공터의 오염에 모두가 공범이고 모두에 대한 수탈이다

텅 비워 있는 마음의 여백은 가난으로 취급된다
공포와 탐욕이  그 자리를 탐한다
다시 물어 본다
내 마음이 닫혔는가?
내 공간이 닫혔는가?
내가 닫혀있다!!
너처럼!!

여백! 공터! 공간! 텅빈공간!!
뒷 자리 낭만을 사랑한다!
네가 내 여백이면 좋겠다
(2022.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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