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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사는 이야기/엉클박의 시익는 마을 (43)
산과물
같이 있는 행복 벗들이나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은 행복을 얻는 방법중에서 으뜸가는 것에 속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행위도 하지 않고 그저 함께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서로 바라 보아도 되고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 같이 있으면 기분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는 것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 성숙이란 살면서 불편하거나 불쾌한 일과 그로부터 야기되는 어려움을 이겨내거나 극복할 가능성을 내안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행복이란 살면서 감각하고 욕망하고 의미하고 가치를 구성할 가능성을 내 안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사랑이란 엉만겹의 우연과 기적으로 사물의 품에 던져진 텅빈 주체가 같이 헤쳐나가는 힘 -에너지-에로스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이다 도공이 빚은 항아리가 또 하나의..
엄숙한 시간 지금 세계의 어디에선가 누군지 울고 있다. 세계 속에서 까닭없이 울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울고 있다. 지금 세계의 어디에선가 누군지 웃고 있다. 세계 속에서 까닭없이 웃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웃고 있다. 지금 세계의 어디에선가 누군지 걷고 있다. 세계 속에서 정처없이 걷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향해 오고 있다. 지금 세계의 어디에선가 누군지 죽고 있다. 세계 속에서 까닭없이 죽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쳐다보고 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와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권리! 자유주의 만세! 80억중에 몇몀이 포함될 수 있을까? 히브리스의 죄는 네메시스를 부른다 이제 우리의 마지막 적은 우리 자신이 되었다 정말 끔찍하다. 끔찍해! 지옥의 묵시록이여! 사람..
길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들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쫒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들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을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
고래를 위하여 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올라 별을 바라 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본다 //정호승 ———————- 어린 왕자가 물놀이하고 있는 사막속의 오아시스가 다행스러울 때가 있다 푸른 꿈의 바다속 고래가 수평선을 가르고 별빛에 안길 때 행복함에 휩싸인 영혼을 본다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듯이 세상은 나를 위해 아름답고 싸워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낄 때 심연 속 고유한 내 그림자를 사랑한다 사랑의 신에 쫓기고 있는데도 탐욕의 노예가 되어 그대가 그대의 재앙이 되는..
사랑의 변주곡 사랑이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명상이 아닐 꺼다 신념이여 내가 묻혀 사는 사랑의 위대한 도시에 비하면 너는 개미이냐 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 배울꺼다 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꺼다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사랑이 이어져 가는 밤을 안다 그리고 이 사랑을 만드는 기술을 안다. 눈을 떳다 감는 기술! 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슬픔처럼 자라나고 도야지우리 밥찌꺼기 같은 서울의 등불을 무시한다.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강이 흐르고 그 강 건너에 사랑하는 암흑이 있고 3월을 바라보는 그 봉오리의 속삭임이 안개처럼 알듯이. ///김수영 . 사랑의 변주곡에 대한 나의 편집 ……… 물안개에 안기고, 산안개를 굽어 보고 싶다 촉촉한 봄비의 생이 한 쪽이라면 청명하고 높은 ..
낙엽 시몬, 나뭇잎 모두 져 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가지런히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가만히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의 빛깔은 은은하고 그 소리는 참으로 나직하다. 낙엽은 땅 위에 버림받은 쓸쓸한 나그네. 시몬, 너는 좋으냐 가만히 낙엽 밟는 소리가. 해 질 녘 떨어진 낙엽의 모습은 참으로 쓸쓸하다. 바람 불어닥칠 때마다 낙엽은 조용히 외치건만 시몬, 너는 좋으냐 가만히 낙엽 밟은 소리가. 이리저리 발길에 밟힐 때면 낙엽은 외로운 영혼처럼 흐느끼고 날개소리, 여자의 옷자락 스치는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가만히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언젠가는 우리도 저처럼 가련한 낙엽이 되리니 가까이 오라, 이미 날은 저물고 바람은 가만히 우리를 감싸고 있다. 시몬,..
가던 길 멈춰 서서 근심에 가득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얼마나 슬픈 인생일까? 나무 아래 서 있는 양이나 젓소처럼 한가로이 오랫동안 바라볼 틈도 없다면 숲을 지날 때 다람쥐가 풀숲에 개암 감추는 것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햇빛 눈부신 한낮, 밤하늘 처럼 별들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아름다운 여인의 눈길과 발 또 그 발이 춤추는 맵시 바라볼 틈도 없다면 눈가에서 시작한 그녀의 미소가 입술로 번지는 것을 기다릴 틈도 없다면 그런 인생은 불쌍한 인생, 근심으로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 …………… 멈춤은 불안하고, 진행은 불편하다 한 없이 커지는 욕망이 불행이다. 능력은 미달이고 비교는 초라하다 더 빨리 ..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목을 길게 뽑고 두 눈을 깊게 뜨고 저 가슴 밑바닥에 고여 있는 저음으로 첼로를 켜며 비장한 밤의 첼로를 켜며 두 팔 가득 넘치는 외로움 너머로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그리움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달력 속에서 뚝, 뚝, 꽃잎 떨어지는 날이면 바람은 너의 숨결을 몰고와 측백의 어린 가지를 키웠다 그만큼 어디선가 희망이 자라오르고 무심히 저무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내 이름..
보고 싶다는 말은 생전 처음 듣는 말처럼 오늘은 이 말이 새롭다 보고싶은데..... 비 오는 날의 첼로 소리같기도 하고 맑은 날의 피아노 소리 같기도 한 들을 때마다 노래가 되는 말 평생을 들어도 가슴이 뛰는 말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감칠맛 나는 네 말속에 들어 있는 평범하지만 깊디깊은 그리움의 바다 보고싶은데 ..... 나에게도 푸른 파도 밀려오고 내 마음에도 다시 새가 날고... // 이해인 ———— 보고 싶어서 외롭지만 그 그리움울 먹고 산다 볼 수 있다는 믿음이 오늘을 달랜다 고독은 오늘의 빛깔! 그리움은 내일의 내음! 보고싶다! 나에게도 푸른 파도가 밀려오고 내 마음에도 다시 새가 날고 읽히지 않는 그리움에 흠뻑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