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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사는 이야기/엉클박의 시익는 마을 (43)
산과물
2월은 홀로 걷는 달 헤맨다고 다 방황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미아리를 미아처럼 걸었다 기척도 없이 오는 눈발을 빛인 듯 받으며 소리없이 걸었다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나 말할 수 없어 말없이 걸었다 길이 너무 미끄러워 그래도 낭떠러지는 아니야, 중얼거리며 걸었다 열리면 닫기 어려운 것이 고생문(苦生門)이란 걸 모르고 산 어미같이 걸었다 사람이 괴로운 건 관계 때문이란 말 생각나 지나가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걸었다 불가능한 것 기대한 게 잘못이었나 후회하다 서쪽을 오래 바라보며 걸었다 오늘 내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말 곱씹으며 걸었다 나의 진짜 주소는 집이 아니라 길인가? 길에게 물으며 홀로 걸었다 //천양희 .................. 11월인데 2월같다 설익은 마감 2월인데 ..
균열 내 오십 사발의 물사발에 날이 갈수록 균열이 심하다 쩍쩍 줄금이 난 데를 불안한 듯 가느다란 실핏줄이 종횡무진 짜고 있다 아직 물 한 방울 새지 않는다 물사발의 균열이 모질게도 아름답다 //서정춘 …………… 내 몸의 감가상각비는 얼마나 될까 보수하고 대체하고 조이고 기름쳐도 재생되지 않는 균열들 가동률은 떨어지고 가성비는 낮아지고 위험도는 높아지고 먼 길 왔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열매 맺는 봉숭아 땟깔이 아름답다 봉숭아 물들인 노을이 따뜻하다
나의 가난은 오늘 아침을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 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서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웠을 그런 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 //천상병 …………. 가난한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다 겨울에 춥지 않게 여름에 덥지도 지낼 수 있다 냉장고에 먹을 것이 쌓여 있고 저녁마다 막걸리 한병 부족한 날이 없다 아침햇살을 늘 챙길 수 있고 문..
기우는 해 해는 기울고요 울던 물새는 잠자코 있습니다. 탁탁 툭툭 흰 언덕에 가벼이 부딪치는 푸른 물결도 잔잔합니다. 해는 기울고요 끝없는 바닷가에 해는 기울어집니다. 오! 내가 美術家였으면 기우는 저 해를 어여쁘게 그릴 것을. 해는 기울고요 밝힌 북새만을 남기고 갑니다. 다정한 친구끼리 이별하듯 말없이 시름없이 가버립니다 //신석정 ……….. 내 그리움이 향하는 곳 대나무 바람 난초잎 이슬 만평의 노을 그 친구의 다정함
그리움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굽이 돌아간 백두산 철길 위에 느릿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 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내리는가 이용악// …….. 오늘은 어제와 연결되었듯이 어제는 늘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가 항상 그렇지는 않는 것 같다 오늘이 어제를 회상하지 않아도 될만큼 봄처럼, 한 여름처럼 화려하고 풍요롭다면 편집된 어제의 추억은 오늘의 삯바람에 병풍이 되어 준다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이 내리고 복된 눈을 피해 산토끼는 여물칸에서 한밤을 의지하고 정오쯤 처마밑 고드럼 녹는 물방울이 떨어지며 햇빛을 반사한..
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 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사쓰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건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차가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앉아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 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 사이엔가..
빨래 오늘도 빨래를 한다 옷에 묻은 나의 체온을 쩔었던 시간들을 흔들어 빤다 비누거품 속으로 말없이 살아지는 나의 어제여 물이 되어 일어서는 희디흰 설레임이여 다시 세례받고 햇빛 속에 널리고 싶은 나의 혼을 꼭 짜서 헹구어 넌다 //이해인 ……….. 니가 알던 나는 이젠 나도 몰라! 빨간 볼이 쑥스러웠을까 검은 마음이 죄스러웠을까 식은 가슴이 가난해 보였을까 하지 말아야 했던 것과 했어야 했던 것들로 엉킨 어제를 참회해야 하는가, 토닥여야 하는가 밑져봐야 본전이야 ~! 오만 잘해봐야 본전이야~ ! 공포 지혜가 필요한 내일 기도하는 길을 걷는다 성탄은 거친 고요속으로 깊어간다
나 자신의 노래 이 낮과 밤에 나와 함께 머무르라, 그러면 그대 모든 시의 기원을 갖게 될 터, 대지와 태양의 이득을 누릴 터…..수백만의 태양이 남아 있으니, 그리고 그대 더 이상 두세 번 쓴 것들을 갖지 않을 터…… 죽은 사람들의 눈을 통해 보자 않고…. 책 속 유령들에게 먹이를 주자 않을 터, 그대 내 눈을 통해 보지 않고, 나로부터 사물들을 취하지 않을 터, 그대 사방에 귀 기울여 그대 자신으로부터 그들을 길러 내리라 // 월트 휘트먼 ……. 낮에는 검은 미세 먼지품은 흙비가 태양의 이득을 빼앗아가고 밤에는 대낮같은 네온싸인과 굉음들이 별밤의 이득을 앗아가고 유령의 외침과 사탕발림의 속삭임은 천지를 덮고 영혼을 노예로 삼는지 오래다 진실은 골동품이 되었고 정의..
자화상 신이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나는 관심이 없다. 나는 다만 네가 소속감을 느끼는지 아니면 버림받았다고 느끼는지 알고 싶다. 네가 절망을 아는지 혹은 다른 사람 안에서 절망을 볼 수 있는지 너를 바꾸려고 가혹하게 구는 이 세상에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알고 싶다. 이곳이 나의 자리라고 말하며 단호한 눈빛으로 뒤돌아 볼 수 있는지 네가 갈망하는 것의 중심을 향해 온몸을 내던져 삶의 격렬한 열기 속에 녹아드는 법을 아는지 나는 알고 싶다. 너에게 확실한 패배를 안겨 주는 사랑과 쓰라린 열정의 결과에 불구하고 하루하루 기꺼이 살아가고 있는지. // 데이비드 화이트 ………….. 하루가 몇 번의 한숨으로 이루어 지는 지? 그 한숨 하나 하나의 시원이 네속 깊은 곳인지, 어디에 선가 전염..
내 나이든 가을에 서서' "젊었을 적 내 향기가 너무 짙어서 남의 향기를 맡을줄 몰랐습니다. "내 밥그릇이 가득차서 남의 밥그릇이 빈 줄을 몰랐습니다. "사랑을 받기만 하고 사랑에 갈한 마음이 있는줄 몰랐습니다. "세월이 지나 퇴색의 계절 반짝 반짝 윤이나고 풍성했던 "나의 가진 것들이 바래고 향기도 옅어 지면서 은은히 풍겨오는 다른 이의 향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고픈 이들의 빈 소리도 들려옵니다. "목마른 이의 갈라지고 터진 마음도 보입니다. "이제서야 보이는.. 이제서야 들리는.. 내 삶의 늦은 깨달음...! "이제는 은은한 국화꽃 향기 같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 밥그릇 보다 빈 밥그릇을 먼저 채우겠습니다. "받은 사랑 잘 키워서 풍성히 나눠 드리겠습니다. "내 나이 이가을엔 겸손의 언어로 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