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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엉클박의 시익는 마을

오늘은 어제보다 2024. 3. 1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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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들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쫒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들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을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만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신경림
………….

인생은 의지를 갖고 이성을 통과하여 자유에 도달하는 길이다
그 길은 세상과 밖을 향해 있는가?
내 선조들의 그 길처럼!
발전이기에 지혜롭고
지혜롭기에 아름답고
그러기에 더 인간적이라는 신념의 그 길인가?
더 많은 깨달음과 노력과 돌아봄이 가정되는 그 길인가?
내 아들과 딸들도 더 멀리 더 높이 더 빠르게 달려야 하는 그 길인가?

길은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이른 아침 호수 물안개품에 안기는 그 길 처럼
나를 가장 훌륭한 상태로 유지하고
하늘과 땅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언제나 준비 되어 있은 길!
길은 선택하고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과 사람과 나와
그리고 그들 사이 사이를 느끼고 서 있기만 하는 길이다
지구에 서식할 자격을 갖추고 태어난 행운을 받아낼 용기가 안으로 난 길이다

아무 것도 없기에 가장 아늑한 11월이
전쟁과 경쟁과 두려움과 지구걱정으로 채워진다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 보게 한다는 것을 모른다
길의 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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