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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도 면회를 오나?

오늘은 어제보다 2010. 3. 3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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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도 면회를 오나?


제가 1991년에 강원도에서 군대를 다닐 때 이야기입니다.

보통 군대 있었다고들 하지만 전 출퇴근 하는 방위였기에 꼭 군대를 다녔다고 얘기합니다. ㅋㅋㅋ구분을 해야할것 같아서요.

 

제가 다니던 부대는 **사단 제*경비중대라는 그 일대에서는 꽤 유명한 부대였습니다.

한달에 한번 소부대 독단훈련에 3개월마다 야외종합훈련, ATT, RCT훈련, 혹한기훈련, 혹서기훈련, 유격훈련...정말 방위가 이렇게 빡세게 훈련받는건 처음 봤습니다.

부대원은 120여명 되었고 전원이 방위로만 구성된 독립중대입니다.

독립중대이다 보니 당연히 짱은 중대장이죠.

그 아래 소대장들과 인사계가 있었고요.

 

저는 당시에 야간근무를 서고 아침에 퇴근하였다가 다음날 저녁에 야간근무를 서기 위하여 부대에 출근하곤 했습니다.

야간근무 서는 기간은 2주에서 한달 정도 되었고, 사병간에 돌아가면서 배치되었습니다.

6명이 한조이고 그중에서 신참과 고참이 한팀을 이루어 위병소 경계근무한팀, 무기고에서 동초근무 한팀, 한팀은 막사에서 한시간 휴식하는 방식으로 15시간을 보초 섰었지요.

그런데 시간을 서로 한시간씩 지킨다기 보다는 다섯시간씩 말뚝을 서는게 보통입니다.ㅋㅋㅋ

6명중 가장 고참있는 팀이 가장 좋은 시간을 잡아 먼저 5시간 서고  나머지 시간은 잡니다.

또 다른 고참이 중간시간 5시간을 서고 신참이 속한팀이 마지막 말뚝보초 5시간을 서곤 했지요. 


그해 여름날, 저는 야간근무를 서기 위해 저녁때 부대에 출근했습니다.

밤에 근무를 서면 내일 아침9시 쯤 퇴근하게 되고, 아침나절은 한잠 자고 낮이나 저녁에서 소일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됩니다.

입소한지 얼마 안되는 신병이라 고참의 분위기를 맞추는 유머도 들려주면서 낼 아침 퇴근하면 뭘하고 놀까를 구상했습니다.

그런데 밤 열두시쯤 되어선가 상황실에서 전화가 오더니 누군가 부대를 찾아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받아보니 방위오기전 부천에 살 때 친했던 친구들이 봉고차를 끌고 낼 치악산을 놀러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새벽에 부대입구에 도착해서 면회를 하러 오겠단 전화였습니다.

저는 아침 9시쯤에 퇴근한다는 얘기를 못하고 전전긍긍 했습니다.

 

사실 군대에 있는 얘기를 하면서 내가 빽있는 것처럼 편하게 지낸다면서.

내맘대로 생활한다고 뻥을 쳐놨었거든요.

그래서 언제든 너네가 놀러만 오면 내가 시간내서 강원도 다 소개해 줄 거라고 큰소리를 쳐놨었기 때문입니다....

 

가끔 사회생활 하다보면 과거를 얘기하면서 '내가 예전에 말이야' 하면서 꽤 엄청났었던 것처럼 뻥을 치는 사람들 있지 않습니까.ㅋㅋㅋ

이른 아침에 오게되면 애들이 서너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것보단 뻥친게 다 들통나면...쪽 팔리죠.ㅎㅎㅎ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암튼 애들은 언제든 부대를 찾아오면 면회도 하고 내가 나가서 지들하고 구석구석 놀러갈 수 있을거란 계산이었나 봅니다.


아침 일찍 애들이 부대앞까지 찾아왔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부대밖을 나갈수가 없었기에....애들한테는 곧 기다려라. 내가 바로 나갈것이다고 말했지만 속은 애가 탔습니다.

 

전 망설이다가 캡틴 중대장님께 전화했습니다.

‘충성 이병 이**입니다.’

‘그래 어쩐일이냐? 아침부터?’

‘예전 친했던 친구들이 부대입구에 면회를 왔는데요’

‘뭐?’

‘야 무슨 방위를 면회오냐? 좀 있으면 퇴근할텐데’

‘예 제 생일이 오늘이라서 친구들이 축하해주러 왔습니다. 면회보다도...퇴근하게 해주세요’

중대장님은 어이없다는 웃음소리를 내시더니

‘생일이니까 봐준다. 지금 퇴근해. 그렇지만 방위를 면회오는건 좀 심하다 내 군대생활하면서 너같은건 첨본다’ 라고 하셨습니다.


전 아침 일찍 부대를 나오면서 친구들에게 내가 무슨 빽이라도 있는것처럼 으시대었죠.

나처럼 일찍 나올수있는 사람은 없다면서 부대에서 내가 중대장하고 형동생한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지요.zzz

(실제로 나중에는 술먹고 형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이젠 방위제도가 사라졌지만, 지금 제가 생각해봐도 너무 웃긴 추억입니다.

당시 찾아왔던 친구들과 지금도 군대얘기를 할라치면....

‘야 좀있으면 퇴근인데, 방위도 면회를 오냐’ 는 중대장 얘기를 하면서 한참을 웃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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