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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물
맹현봉 나물산행: 이산이 아닌가배~ 본문
지난 주 일요일(2010.5.30) 친구들과 산행을 다녀왔다.
산행지는 강원도 홍천에 있는 맹현봉.
백두대간의 설악산이 남하해서 오대산을 이루고 그 옆에 계방산을 이룬다.
다시 계방산은 방태산으로 이어지고 개인산을 거느린다.
방태산, 개인산, 맹현봉의 품속에는 살둔(생둔)이 자리한다.
해발 1500여 미터의 험준한 산들이 즐비한속에서 맹현봉(1,213)은 어찌보면 새끼 봉우리에 불과하지만
오지중의 오지다.
동료들 7명, 나까지 8명이 산을 올랐다.
서울서 가는길에 창촌에 들러 산에 오를 필수품인 약(술)을 사고 상남방향을 향해 달리다 홍천샘물공장을 지나
뱃재고재 입구에서 방내교를 건너 산밑에 차를 세웠다.
산행에 익숙한 두명의 리더를 중심으로 드디어 산을 타기 시작했다.
봄 산행의 주목적은 나물산행이다.
모두들 봉지를 하나씩 옆구리에 매달고 지팡이나 작대기를 하나씩 들고.
해발 800여미터를 오르자 취나물이 여기저기 보이고 야생 감자란도 보인다.
우아하면서도 순수한 자태를 자랑하는 감자란.
산의 남쪽 방향에는 두릅나무의 군락도 보인다.
그렇지만 두릅은 이미 쇄했고 순은 다른 사람들이 다 따갔다.
이 오지까지도 이미 사람들이 채취하고 지나갔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맨 위 남은 두릅순까지 따가서 나무는 고사하고 있다.
이렇게 싹싹 흟어가서야 내년을 기약할수 있겠나 싶다.
야생 오가피 나무도 많이 자란다.
말그대로 잎사귀가 다섯개의 잎이다.
오가피의 봄 새순을 뜯어다가 삶아서 무쳐먹기도 하고 생으로 고기에 싸서 먹기도하면 약간 씁쓸하면서도 뒤에 느껴지는 약간의 단맛이 입맛을 돋군다.
누군가 심봤다를 소리친다.
산삼을 캤나?
나중 점심먹으면서 모여서 보니 더덕이었다.
뇌두의 모양으로 보아 20여년은 된듯하다.
나도 나름 더덕을 캐는 데는 자신이 있었다.
20년전 방위받을시절에 중대장은 나에게 병사 서너명을 붙여주며
하루종일 아니 수일동안 더덕을 캐오라는 명령(?)을 내린적도 있었고,
투망을 주면서 물고기(붕어,잉어)를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린적도 있었다.
거의 마대자루 반은 됨직하게 엄지손가락만한 굵은 더덕을 캐다주며 중대장에 갔다주면
그날은 중대장과 술한잔하면서 형 동생이 되곤 했었다.
또 더덕주가 익어갈때쯤 되어 찾아가면 더덕주를 나눠먹던때도 있었다.
가끔, 아주 굵은 30년정도의 더덕은 그자리에서 우리끼리 까먹으면서 소주안주로 처리하기도 했다. ㅋㅋㅋㅋ
나는 사병들과 함께 더덕을 캐러 강원도 횡성, 평창의 산속을 뒤지고 다닌적도 있었기에
이번산행에도 은근히 기대를 하며 산자락을 살폈다.
예전의 날카로눈 후각을 더욱 가다듬으며 눈은 수색정찰을 나간 초병의 빛나는 눈빛이 되었다.
조심조심 살피며 움직임을 크게하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여름날의 산속을 다닐때는 뱀을 조심해야 했다.
대개의 뱀들이 바닥을 기지만 어떠놈들은(까치독사) 나뭇가지 위에 누워서 태연히 쉬고 있기도 하다.
바닥을 기는 뱀들은 인간이 먼저 달려가 밟지만 않는다면 큰 해가 없다.
그렇기에 길없는 산속을 갈때는 조금 요란하게 움직여서 뱀이 먼저 눈치채게 해야하고
조금 천천히 나아감으로서 뱀이 먼저 달아날 속도를 주어야 한다.
드디어 내눈에 더덕 줄기가 들어왔다.
주변을 둘러보니 서너뿌리가 있는것이 더덕 밭이다.
진한 산더덕의 내음이 코를 찌른다.ㅎㅎㅎㅎㅎ
조심스레 줄기옆을 파내고 손을 집어넣어 뿌리를 뽑아올렸다.
만족할만큼 큰 정도는 아니지만 10년을 되지 않았을까 싶다.
더덕도 캐고 취나물도 뜯으면서 즐거운 산행을 했다.
점심때가 되어 산 능선에 모였다.
수백년은 묵었을듯한 커다란 소나무 옆에 자리를 폈다.
저마다 뜯어온 나물을 꺼내놓고 집에서 싸온 밥과 반찬을 풀었다.
땀을 흘린뒤 청정 강원도 산속에서 갓 채취한 나물로 밥을 싸먹는 기분을 누가 알것인가?
더구나 그 귀하다는 곰취와 참나물에 더덕을 갈아서 만든 쌈장까지.
고향이 문경인 친구는 오가피 막걸리를 직접 담궈왔고, 더덕을 많이 캔 친구는 소주에 아예 더덕을 쪼개
넣어 즉석 더덕주를 만들었다.
곰취 큰놈은 넓이가 사람 얼굴을 넘어 여성 스커트로도 쓸만큼 넓었다.(너무 과장했을지 모르겠다)
모두들 곰취나물을 들고 얼굴도 가려보고 가슴도 가려보고 앞자락도 가려보며 그 크기에 놀람을 감추지 않는다.
참나물은 미나리의 향을 내는것이 아주 상긋하다.
곰취와 고기한점, 밥, 쌈장을 싸서 먹어보고
참나물과 고기한점, 밥, 쌈장을 싸서 먹어도 보았다.
둘다 평생 잊지못할 죽이는 맛이다.
인생의 즐거움중에 먹는 즐거움이 있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다.
날마다 이런 먹는 행복을 느낄수 있을까~
곰취가 사람 얼굴보다 더 넓은 크기로 자라나고 있다.
소나무의 가지중에 송진이 뭉쳐서인지 무슨 큰 혹처럼 매달려있는것이 인상적이다.
점심을 먹고나서 나물을 뜯으며 하산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등산길은 능선을 타고 좌우를 살피며 올랐는데 하산길은 그러하지 못했다.
원래는 능선을 원형으로 돌면서 하산해야 차가 있는곳으로 올수있었지만,
나물을 뜯고자 하는 욕심에 좀더 나물이 있을듯한 곳으로 방향이 틀어지면서
결국은 얼토당토않은 곳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잘못내려와도 한참 잘못 내려왔다.
길옆에는 엉겅퀴가 붉은 자주색꽃잎을 피우고 있다.
이 오지마을에도 무슨 돈벌이가 될까 싶었는지 수만평의 산등성을 밀어내고 길을 내고 공사가 한창이다.
도무지 차가 있는곳은 어딘지 알수가 없다.
다시 의견을 모아서 골짜기로 들어가 산등성을 넘기 시작했다.
산등성에 올라서도 어디가 어딘지 알수가 없다.
사람들은 지쳐가고 해는 중천에 걸려 떨어지고 있다.
이러다가 누간가 하나 탈진이라도 한다면 낭패다.
아무 길이나 잡고 내려가려고 할때 주위를 살펴보니 우리가 올라오면서 본적이 없는 길이다.
저 멀리 큰 개울이 보이고 파란색의 민가가 보이는 것이 분명 하류인것같다.
다시 또 산등성을 하나 넘었다.
이제 차가 보이거나 낯익은 장소가 나올까 했지만, 여전히 알수없는 산능선만이 저멀리 보인다.
이산이 아니가배.
다시 또 산등성을 넘었다.
이제 모두 지쳐서 더 넘는게 힘들어보인다.
에라 아무길이나 내려가자.
무작정 아래로 계곡길을 탔다.
계곡에 내려오니 다행히 지난해 왔던 기억이 있다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 말로는 조금 내려가면 우리가 차를 세워둔 곳이 나온다고 했다.
조금씩 힘을 내서 격려하며 내려오니 차가 보인다.
휴~
예상시간보다 2시간 넘게 산에서 헤매었다.
산이 이렇게 무서운 덪일줄이야.
능선을 타고 가기는 쉬워도 내려오면 능선마다 수많은 등성과 골짜기가 발달했고
그 산자락에는 또다른 작은 등성과 골짜기가 발달한것이 산이다.
봉우리는 하나이지만, 그 아래은 수많은 산봉우리가 삐쭉 삐죽 솟아올라 있는것이 마치 무슨 거대한 덪과 같다.
그 거대한 덪의 골짜기마다 물이 흘러 결국은 하나의 바다로 이어지는 것.
하나에서 하나로.
이것이 자연의 이치인것 같다.
산 중간에 자라고 있는 고비. 고사리와 유사하게 생겼다.
딱 먹기 좋을 만큼 자란 곰취의 자태가 사뭇 예쁘다.
산 기슭에 흔하게 자라는 관중이 눈에 띤다.
고사리모양으로 생겨서 어려서는 고사리인줄 알았다.
집에 돌아오니 밤 열두시가 되었다.
다음날 산에서 캐온 더덕 5뿌리를 새순과 줄기까지 정성껏 다듬어서 소주와 설탕 약간을 넣어
홍주를 마시고 난 빈병인 여이주병에 더덕술을 담그었다.
이제 6개월뒤에는 더덕향 가득한 약주를 한잔 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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