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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맹의 農밀한 생활

잡초대전(2)

오늘은 어제보다 2022. 8. 28.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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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대전(2)
마지막 예초를 희망하며

새벽 다섯시반에 일어났다. 전날 삶아둔 계란하나를 챙기고, 컵라면 하나, 뜨거운 물을 끓여 보온병에 담고, 막걸리병에 우유를 좀 따라서 집을 나섰다.

이주일만에 논밭을 간다.직접 눈으로 보기전까지는 늘 얼마만큼 자랐을까 하는 기대감이 크다. 그러나 막상 논밭에 당도해서 작물을 대하고 나면 미안한 마음과 풀과 동물에 대한 적개심이 솟구쳐 오른다. 고라니  녀석이 콩잎을 따먹고 어린콩은 통째로 뽑아 먹었다. 논밭을 대충  살피고 예초기를 차에서 꺼내 분노의  시동줄을 당긴다. 드릉 드릉 드르릉~~경쾌한 엔진음의  예초기를 둘러메고 풀과의 전쟁에 나섰다.

마치 내가 정의의 사도이고 풀들은 악마의 후손이라도 된양 예초기의 칼날을 마구 휘두른다. 힘없이 댕강댕강 짤려나가는 잡초를 볼때면 가끔은 내가 상산 조자룡인듯한 착각도 든다.(삼국지에서 내가 가장 좋아한 무장.ㅎㅎ)
그런데, 가을의 풀은 봄풀과 달리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 잡초는 칡과 환삼덩굴을 동맹군으로 끌어들이고 철옹성처럼 버티며 예초기의 회전방향을 이용해 감기기작전을 펼친다.
무성한 잡초더미를 뚫고 1미터 전진하기가 힘들다. 칡덩굴,환삼덩굴,야생팥덩굴,나팔꽃 덩굴이 예초기뭉치를 휘감으면 예초기 톱날은 위잉~  위~~~이잉 하다 시동이 꺼지기도 한다.
멈춰선 예초기회전 뭉치에 감긴덩굴을 걷어내고 또 베고를 몇번이고 반복했다.
그러다 너무 짜증나고 화가나서 예초기를 던져버리고 낫을 들고 백병전에 뛰어들었다.

예초기의 윙윙 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자 고양이 까리가 다가와서 드러누우며 놀아달래고 보챈다. 까리는 가을이와 함께 나를 가장 잘 따르는 귀여운 녀석이다. 몇주동안 놀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지만, 빨리 풀을 베어야 하기에 놀아주지를 못했고, 간식으로 가져간 참치캔을 따주는걸로 달랬다.
한손으로 낫을잡고 한손으론 닥치는대로 풀대건 덩굴이건 잡아채는대로 베었다.
여섯시부터 한시까지 정신없이 풀과의 전쟁을  치르고 일방으로 휴전을 선언했다.
오늘은 주로 감나무주위의 풀을 베었다. 감나무를 열그루 심었는데 제대로 자란게 없다. 겨우 숨통만  틔워주고 다음주를 기약했다.
오늘은 잡초에 갇혀 숨만 쉬고 있던 라이언 감나무 일병을 구한것에 의미를 두고 후퇴~~

오후에 장수와 부천에서 지인들이 놀러오게 되어서 잡초들의 목숨은 일주일 연장되었다. 내 그다지 게으론 놈이 아닌데 어찌 이런농사가 되고 있는건지....ㅠ.ㅠ
사람은 부모를 잘 만나야하고 땅과 작물은 주인을 잘 만나야 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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