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한기인가? 실직기인가?
지난해 3월부터 시작했던 군청 기간제일이 계약기간 만기로 12월31일 끝났다. 원래 3월말부터 9월말까지 계약했었는데, 12월까지 연장되어서 세달 더 일했다. 덕분에 추운겨울이지만 구직급여를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이제 또다시 봄이 오면 무슨일을 할것인지 구해봐야 한다.
구직급여가 나오고 농삿일이 없다고 해서 마냥 집에서 노는건 아니다. 정말 눈만뜨면 돈은 한푼도 안들어오지만 할일이 산처럼 쌓여있다. 맘속에는 늘 할일이 우선순위를 바꿔가면서 서로 먼저 해달라고 난리다. 우선, 뒷마당을 정리해서 대여섯평 크기의 텃밭으로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집에서 논밭이 있는 산서까지 왕복 40키로를 종자심고 물주고 풀뽑고 수확하러 다니느라 속된말로 개고생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산서면 동고마을까지 비행기재를 넘어다녔는데 여름에 70년만의 홍수에 산사태가 나서 길이 무너졌고 왕복20분을 더 걸리는 말티재로 돌아다녔는데 그마져도 산사태로 끊겨서 한시간씩이나 남원~오수~산서로 돌아다녀야했다. 산서밭에 가서 오이 서너개, 호박 서너개, 고추나 야채 몇개 따오냐고 한두시간씩 생고생을 해야했다. 그래서 올핸 간단히 뜯어먹을건 바로 집뒷마당에 심어먹을 생각이다. 문전옥답이 괜히 나온말이 아니다.
두번째는 지난해 산사태로 잠기면서 폭망했던 산서 논밭을 복구해야 한다. 산아래 저수지와 마을이 내려보이는 경치좋은 땅이었건만, 여기도 지난해 폭우로 뻘흙과 모래가 수십센티미터나 뒤덮여서 아무작물도 심을수 없는 상태이다. 요새 틈틈이 산서에 갈때마다 우선 하우스안의 흙을 파뒤집고 있다. 30센티미터쯤 파면 지난해 농사졌던 흔적인 비닐이 나온다 비닐을 죄다 끄집어내고 모래와 빨흙과 원래흙을 섞어서 고랑과 이랑을 만들어야 한다. 하우스가 끝나면 하우스 밖 밭에 쌓인 뻘흙과 모래를 쟁기질해서 뒤집고 퇴비를 섞어줘야 한다. 이건 삽질로 할수없어서 마을 어른들께 트랙터로 심경쟁기질을 부탁할 생각이다. 그리고 나서 관리기로 골을 내면 작물을 심을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