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길을 산책하며 이웃집 울타리길을 지나다 보면 일년 내내 푸른 나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연중 상록인 나무보다는 낙엽수가 많고, 연중상록수는 주로 남부지방에 많은 편이다. 중부지방에서는 쉽게 눈에 띠는 침엽수 나무로 소나무류가 있고, 활엽수에는 사철나무가 있다. 사철나무는 생명력이 강해서 척박한 땅에서도 잘자라므로 울타리 주변에 많이 심는다. 햇빛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잘 자라다보니 빽빽하게 울타리를 치고도 잘 자라난다. 여름에 삐쭉이 솟아난 가지를 전정하고 잘라낸 가지를 땅에 꽂아도 잘 큰다. 한마디로 삽목이 잘 되는 나무이다. 씨앗으로도 번식이 잘되니 한번만 심어놓으면 키우기에는 쉬운 나무이다. 사철나무는 4와 관련이 많은 나무로 기억된다. 사시사철에서 4계절이 들어간다. 꽃이 피면 연노랑의 꽃송이가 피어나는데 꽃잎이 4장이다. 꽃잎도 네장이고 수술도 네개가 뿅뿅뿅뿅 올라와서 마치 우주선의 비행접시같다. 나뭇잎도 네장이 돌려나는데 서로 마주난듯이 보인다. 열매가 익으면 네갈래로 갈라지며 빨간 씨앗이 두서너개 떨어진다. 씨앗이 네개가 아닌게 유일한 어긋남인가? ㅎㅎㅎ 잎은 가름한 달걀형이고 두꺼우며 윤기가 나고, 잎가장자리에 둔한 거치가 있다. 꽃이 지고나면 열매가 열리고 가을이 되면 열매가 갈라지며 빨간씨앗이 떨어진다. 병해충에도 강해서 조경수치고 병이 거의 없는 편이다. 병해충이라야 사철나무 흰가루병, 사철나무 혹파리, 사철나무 탄저병 정도이다.
지난해 옆집에서 사철나무를 전정하고 가지를 버렸길래, 잘린 가지를 몇개 주워다 모래배지에 꽂아 보았다. 사철나무 삽목은 장마를 거치면서 물을 흠뻑 빨아안고 모두다 새싹이 올라왔다. 그래서 울타리 곳곳에 옮겨심었고 올해 삽목 2년차가 되었다. 사철나무는 화살나무나 참빗살나무 등과 함께 노박덩굴과의 나무이다. 노박덩굴의 나무들은 주로 울타리에서 많이 볼수 있다. 사철나무나 화살나무같은 나무들은 울타리에서 매년 잘려나가고, 수형을 강제 당해서 그렇지 자유생장을 한다면 키는 5~6미터에 이르고 줄기 직경도 십여센티까지 자라는걸 보았다. 나무가 자기수명대로 자기 기질대로 맘껏 자라는게 제일 좋을텐데, 특정용도로 쓰여지다 보니 그런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나무들이 많다. 내집의 나무만이라도 크고 굵은 정원수로 만들어보고 싶다.
얼핏 꽃인가 싶었는데 꽃이 아니다. 열매가 익어서 네갈래로 갈라지고 있다. 사철나무의 잎. 지난해 봄에 피어난 새순이 이제 묵은가지가 되었다. 잎은 어긋나는데 마주난듯이 보인다.겨울이 지나가면서 열매가 누렇게 익어 꽃처럼 보이고, 열매는 갈라지면서 씨앗이 떨어진다.사철나무 아래 떨어진 씨앗들. 흙좋은 땅에 떨어졌으면 올봄, 새싹을 틔울텐데...1월의 사철나무.아무것도 모를때는 저 빨간 씨앗이 꽃인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