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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엉클박의 시익는 마을

낙엽

오늘은 어제보다 2024. 3. 12.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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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시몬, 나뭇잎 모두 져 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가지런히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가만히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의 빛깔은 은은하고
그 소리는 참으로 나직하다.
낙엽은 땅 위에 버림받은 쓸쓸한 나그네.
시몬, 너는 좋으냐
가만히 낙엽 밟는 소리가.
 
해 질 녘 떨어진 낙엽의 모습은 참으로 쓸쓸하다.
바람 불어닥칠 때마다 낙엽은 조용히 외치건만
시몬, 너는 좋으냐
가만히 낙엽 밟은 소리가.
 
이리저리 발길에 밟힐 때면
낙엽은 외로운 영혼처럼 흐느끼고
날개소리, 여자의 옷자락 스치는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가만히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언젠가는 우리도
저처럼 가련한 낙엽이 되리니
가까이 오라, 이미 날은 저물고
바람은 가만히 우리를 감싸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가만히 낙엽 밟는 소리가.

///   레미 드 구르몽

……………..

학교 가는 길 !
집에 오는 길 !
가는 길은 그것을 위해 가지만
오는 길은 운명을 위해 돌아 온다

여명의 이슬같은 눈동자는 정오의 햇살을 향하듯
만평의 노을 빛은 영혼의 집을 안내한다

연초록의 설레임이 새 촉의 에로스와 동무하며
절정의 그곳, 꽃으로 덮히는 가이아는 화려하다

돌아오는 길 ! 가을 !
벗이여! 나의 연인이여!
고요한가? 쓸쓸한가?
풍성한가? 아쉬운가?
날이 저무는가? 익어 가는가?

등 돌리는 여름이 얄 미운가?
알 몸 드러내는 이 가을이 반가운가?

너는 좋으냐?
가만히 낙엽 밟는 소리가?
가을 냄새가?

경계의 그곳에
우두커니 길을 잃는다
그래서
고요하지만 따뜻하지는 않다
가을 낙엽밟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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