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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몰아치는 꽃피는 봄, 백운산(광양)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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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몰아치는 꽃피는 봄, 백운산(광양)

오늘은 어제보다 2025. 3. 1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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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한다는 봄이왔다. 입춘이 지난지도 한달 열흘이고, 봄비내리는 우수도 지났고, 개구리 입떨어진다는 경칩도 지났다. 겨울잠자듯이 가만히 지내던 내몸도 꿈틀거리며 이제 산좀 가봐야 하는거 아니냐고 재촉한다.
지인들과 찾은곳은 광양 백운산이다.
백두산에서 뻗어내린 백두대간이 장수의 영취산에서 금남호남정맥으로 분기하고, 금남호남정맥은 장안산과 신무산, 팔공산을 거쳐 다시 장수를 휘돌아 북으로 올라간다. 무주 주화산에 이르러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이 분기하며 호남정맥은 남으로 내려와 무등산을 거쳐 호남의 너른바닷가를 따라 달려 마침표를 찍는산이 바로 광양 백운산이다.
날씨는 으스스한게 금방이라도 소낙비가 오거나 눈보라가 쳐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 순천에서  일행을 만나 백운사로 향했다. 맘같아서는 종주길을 택하고 싶지만, 일행들은  늘 최단코스를 선호하기에 우리는 왕복 세시간 이내의 백운사 코스를 택해 올라갔다. 많은 사람들은 최단코스로 2코스, 병점산장을 이용한다. 3코스는 자동차가 해발 750 미터까지 다다르기에 1,222미터의 고산이지만, 실상은 500미터도 오르지 않는다. 거기에 상백운암까지 자동차가 다닐수있는 임도라 거기에 주차한다면  해발 900까지 자동차로 갈수있다. 그러니, 얕잡아 말하면 동네뒷산만도 못하단 말이 나온다. 우린 백운사에 주차하고 상백운암까지 임도길을 걸었다. 구불구불하며 가파르지만, 어렵지않게 다다를수 있었다. 멀리서 보면 산을 다 깍아낸듯 보기좋지는 않다. 상백운암에서는 저멀리 순천만 바닷가가 내려보이는데 가슴이 뻥 뚤린다. 상백운암에서 정상까지 약 2km가 진짜 산행이다. 바윗자락을 오르고 비틀고 걷다보면 금새 마루금이 나온다.산마루길은 힘들지않았으나 온갖 바람이 다 모여든 듯 요란했고, 추위 또한 매서웠다. 꽃피는 봄이라고 장갑도 스틱도 없이 갔다간 마지막 겨울의 혹독한 복수에 치를 떨어야 한다. 거기에 눈발도 거세고 나뭇가지에서 뭉터기로 떨어지는 눈폭탄도 피해야한다. 어쩔수없이 어슬렁 어슬렁 주법으로 한시간을 걸어 정상 아래 도착했다. 미리온 등산객들로 정상석 계단은 줄을 서서 앞사람의 인증사진을 찍어주며 기다려야 했다. 이때가 가장 춥고 힘들었다. 손이 얼고 손이곱고 휴대폰을 만지기도 싫었지만, 서로 찍어주기 품앗이를 해야했다. 우리 일행도 여럿이라 시간을 지체하며 서로 찍고 찍어주고 바로 내려왔다. 내려오다 바람잔잔한 곳에서 컵라면과 김밥을 먹었다. 다시 내려와서 상백운암에서 백운사까지 돌아오니 세시간이 걸렸다. 딱 예상만큼이다. 난 올해부터 100대명산을 오르기로 맘먹었는데 그 첫산이 광양 백운산이었다. 이제 집 뒤의 팔공산과 신무산, 성수산을 오르자는 의지가 충만해졌다. 그러나 언제 갈지가 미지수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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