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가양주
- 배롱나무
- 내손으로 직접 짓는 창고
- 마라톤 연습
- 경량목구조 창고짓기
- 역사기행 부여
- 장수 한우랑 사과랑 축제
- 작은 창고를 짓다
- 제주도
- 가양주 담기
- 창고 직접 짓기
- 장수 k샤모니 챌린지
- 백제를 만나는 부여
- 마라톤
- 귀농귀촌
- 편백
- 산수유
- 일본여행
- 막걸리 담기
- 지붕 방수시트 덮기
- 일본
- 텃밭
- 오다이바
- 서정춘
- 마라톤 훈련
- 한평 창고 목재로 짓기
- 텃밭작물
- 시익는 마을
- 마당텃밭
- 2023풀코스 도전
- Today
- Total
산과물
쌀 한가마니를 위한 여정1-로타리치기 본문
나에게는 60평쯤 되는 논이 하나 있다. 고작 60평 논을 뭣하러 샀는가 하면, 그 논은 장부상 304평의 답이다. 논으로 쓸수 있는 평지가 60여 평이고 나머지 204평은 둔덕이다. 그래서 벼를 재배하지 못하고 두릅이나 감나무, 머위, 둥글레, 우슬 등을 심고 있다. 60평 논에서는 가을에 쌀 한가마가 나와 내 가족의 일년치 식량으로 먹는다. 나는 이논을 5년간 농사지으면서 내손으로 농사를 짓지않고, 아랫논 아저씨가 해주는대로 거저 주워 먹었다. 대신 난 아저씨 축사를 보수해주거나 하우스를 고쳐주거나 하면서 품앗이로 일했다. 그런데 아저씨께서 연세가 들고 무릎이 안좋아지면서 농삿일을 줄이고 내 논의 아랫논을 팔아버렸다. 그래서 올해부턴 내가 스스로 벼농사를 지어야 한다.
벼농사를 짓는 순서는 4월경 쟁기질을 해서 경운을 해준다. 논을 깊게 갈아서 겉흙 아래와 위를 바꿔주며 통기성을 개선한다. 그렇게 경운한 땅을 한달 쯤 뒤에 로타리를 친다. 경운한 논은 울퉁불퉁한데 로타리로 흙을 부드럽고 고르게 펴주는 작업을 한다. 그후 로타리쳐진 논에 물을 댄다. 물이 찰랑찰랑하게 차야 잡초가 나질 않는다. 그리고 모내기 수일전에 써래질이라고 물찬 논을 저어주고 펴주면서 땅과 물의 수평을 잡는다. 쟁기질을 할즈음, 다른한편으론 논의 어느 한구석에 못(모)자리를 만들고 볍씨를 뿌려 모를 키운다. 모가 다 자라서 심을 만 해지면 그걸 가져다 써래질한 논에 심는다. 이른바 모내기다. 모내기 후엔 물조절로 모를 키우며 웃거름도 주고 피도 뽑아가면서 벼가 익어가길 기다린다. 가을이 되면 누렇게 벼가 익고 벼를 벤다. 벼를 베고 탈곡을 하고 도정을 해서 맛있는 쌀밥을 먹게된다. 요즘 이모든 과정은 기계로 하는데, 쟁기질과 로타리, 써래질은 트렉터로 한다. 모를 심는건 이앙기, 벼를 베고 탈곡하는건 콤바인으로 한다. 그런데 올해부터 나는 이모든 과정을 손으로 해야 한다.
오늘은 쟁기질과 로타리를 치기로 맘먹었다. 귀농 첫해에 난 삽으로 논을 파 뒤집고(쟁기질) 괭이로 흙을 부수며 고르게 폈다(로타리) 올해도 그렇게 작업을 하려고 하니 도대체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때는 논옆에 살고 있고 낮에 직장을 다니질 않아서 언제나 조금씩 할수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여유나 시간이 없다. 더구나 몸이 삽질을 감당할 수 없다. 그렇다고 주변 트렉터 가진분한테 부탁하면 60평 쟁기질과 로타리를 해주는데 한마지기(200평)값을 줘야한다. 모를 심기도 전에 10만원을 주고, 모심을때 5만원, 탈곡할때 5만원은 나간다. 그래서 농기계 임대사업소에서 미니관리기를 빌려서 직접 로타리를 치기로 했다.
아침일찍 논에 도착해서 상황을 보니 벌써 풀이 한자(30cm)는 자라서 로타리를 바로 칠수가 없는 상태다. 먼저 예초기로 풀을 베어내야 했다. 일곱시부터 한시간반 동안 풀을 벴다. 그리고 잠시 땀을 식히며 컵라면에 밥을 말아 먹었다. 이어서 농기계임대 사업소를 가서 미니관리기를 실어왔다. 그리고 시동을 걸기위해 스타팅모터를 당겼다. 그런데 아무리 시동줄을 당겨도 대체 시동이 걸리질 않는다. 후루루룩 줄을 당기면 두두두두둥...덜덜덜 시동이 걸릴듯하면서도 걸리질 않는다 . 대여섯번 당기면 지친다. 좀 쉬었다가 다시 당기고, 쵸코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며 수없이 당겨도 안된다. 분명히 아까 임대사업소에서는 일발 시동이 되는걸 봤는데 말이다. 삼십분넘게 씨름하다 다시 차에 싣고 임대사업소로 갔다. 도착해서 기계 설명을 하고 시동이 걸리지않는다고 말했더니 기사가 와서 걸어본다. 한번에 드르르르릉 걸린다. 뭐야? 가만히 보니 내가 스탑 전원을 ON으로 놓지않고 시동줄을 당긴 거였다. (우~씨발...)속으로 한심한 나를 욕하며 감사하단 인사를 하고 관리기를 싣고 논으로 왔다. 배운대로 시동을 걸고 논에서 로타리 클러치를 잡았다. 바퀴앞 로타리가 알피엠 출력에 맞게 돌아가며 논을 파헤친다. 그런데 논이 단단해서 도통 경쾌하게 파헤치질 못하고 퉁퉁 튄다. 이러다간 하루종일 끌고 다녀도 60평은 커녕 열평도 못할거같다. 한시간넘게 기계와 씨름하다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거같아 바퀴를 빼내고 고정핀을 꽂았다. 그랬더니 비로서 튀는게 잡히고 나도 힘들이지 않고ㅈ논이 파지면서 로타리 흉내가 난다. 이제 신나게 논을 관리기로 밀고 다녔다. 그러나 관리기가 미니 관리기라 깊이가 너무 얕았다. 어쩔수없이 한번 돌고 또 돌면서 반복해서 로타리를 쳤다. 그러는 사이 벌써 점심때가 훨씬지나 두시반이 되었다. 점심태부터 비예보가 있었기에 쉬지않고 계속 했는데 두시반이 되었을 땐 빗방울도 굵어졌고 더이상 작업을 하기 힘들어서 중단했다. 비록 얇게 경운이 되었지만, 아마 세번씩 반복해서 쳤으니 모심을 수준은 될 것이다.









잠시 흡족하게 논을 바라본다. 이제 다음주엔 물을 대고 써래질을 해줘야겠지. 그리고 '그다음주에 모를 심자'는 맘속 계획을 되새긴다. 모심을 때 친구들이 놀러오면 딱 좋을텐데ㅋㅋㅋ (귀농첫해 지인들이 와서 모를 손으로 심었는데 서울 사람아니랄까봐 그냥 갖다 얹어놓은 수준이긴 했지만 힘들지않고 즐거웠다)

짜잔~~완료!
로타리를 세번 반복해서 돌았다. 걸음수도 무려 만보가 넘었다.ㅎ
'쫑맹의 農밀한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봄과 이른여름 사이 (0) | 2025.05.28 |
---|---|
쌀 한가마니를 위한 여정2-써래질하기 (0) | 2025.05.22 |
음나무(엄나무) 순 채취하기 (2) | 2025.04.27 |
도라지 1년 종근 수확 (0) | 2025.04.11 |
농기구에서 농기계로 진화 (0) | 2025.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