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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나무들

못다핀 꽃 한송이-동백꽃

오늘은 어제보다 2010. 3. 31.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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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키우기

 

한달전쯤인 2009년 2월초.

김포를 다녀오다가 화원앞을 지나게 되었다.

문득, 봄이 오는 첨병들을 보고 싶어 화원에 무작정 들어갔다.

이런 저런 풀꽃과 난, 나무를 보니 금방 봄이 오는것 같았다.

집에서 봄오는것을 느껴볼까하는 맘에 동백나무를 두그루 샀다.

집에오는길은 기대감이 만빵들고 절로 송창식의 노래도 흥얼거려진다.

선운사에 가신일이 있나요?

 

 

 

집에와서 온갖 인터넷검색을 하며 어떻게 하면 동백꽃을 피울수 있을지 공부했다.

동백나무는 습한것을 좋아하니 물을 많이 주라고 해서 2-3일마다 주었고,

따뜻한 햇빛를 볼수있도록 출근때마다 창가에 내다 놓았다.

몇일이 지나자 나의 기대에 부응하는지 꽃봉우리가 맺히고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꽃이 피어날듯 자라는 모습이 기쁘면서도 한편 걱정도 생겼다. 

물을 3-4일마다 자주 주라고 해서 주고 있지만, 화분의 흙은 마르지 않고 늘 젖어 있어 이렇게 자주 물주는게 옳은지...그른지....

이러다 죽이지는 않을지...

난을 키우는 사람에게 있어,

1년은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죽이고, 1년은 말라죽인다는 말이 있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할 즈음 동백나무 잎사귀가 후두둑 떨어지는 일이 생겼다.

아이구~

이러다 다 죽이는거 아닌지.....

너무 불안한 맘에 원인을 고민하다 흙이 덜 마른상태서 물을 주기때문에 과습이라 진단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놓아두기로 했다.

매일 방안 탁자에 놓고 바라보다 베란다에 내놓고 보고싶을때 창문을 열고 보려니...

아쉽고 귀찮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참을수밖에.

몇일 지나자 더이상 잎사귀가 떨어지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역시 과습이 문제였다.

3월이 되어 따뜻한 날씨가 시작되자 꽃봉우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바라다 보고 있기만 해도 기쁨이요. 행복이다.

뿌려진 물을 살짝 머금고 금방이라도 톡 벌어질듯하다.

아내는 한마디 한다.  뭐가 그리 좋냐고.동백에 아주 미쳤다고.

하하하~ 난 동백에 미쳤다.

하지만 아내도 신기해하고 즐거워 보인다.  

 그러던 어느날...

3월10일이었다.

점심식사를 하려고 집에 들어가서 얼마나 피었는지 창문을 열고 쳐다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꽃봉우리가 사라진 것이었다. 가슴이 철썩 내려앉았다.

꽃봉우리가 채 피기도전에 떨어진것이다.

아~

이렇게 꽃피우기가 힘든가.

다른 사람들은 신경쓰는것 같지도 않게 잘 피우더만.

떨어진 꽃봉우리를 한없이 쳐다보며 안타까워했지만, 되돌릴수는 없었다.  

  

기대가 크면 상심도 큰 법이다.

그렇다고 기대가 작으면 과연 정성을 어디까지 쏟을수 있을까.

정성을 다하면서도 기대하지 않는 삶,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과정으로서의 삶,

아직은 내겐 가야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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