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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32키로를 달리고, 10키로를 더 달리다.

오늘은 어제보다 2013. 4. 1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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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14일,

전날부터 아침 날씨가 가장 큰 관심이었는데, 집에서 눈을 뜨면서 들리는 빗소리.

아! 오늘 힘든 하루가 되겠구나 라는 걱정속에 집을 나섰다.

집안에서 들렸던 빗소리는 처마에서 떨어지는물소리였을뿐, 다행히 밖에는 비가 그쳐있었다.

아내와 선배 두명을 태우고 미사리로 갔다.

미사리에서는 만나기로 한 동료들을 만나 간단히 몸을 풀었다.

오늘 우리는 풀코스 두명, 하프코스3명, 10키로미터를 1명이 달리기로 했다.

먼저, 나와 풀코스 주자가 출발했다.

출발시간은 9시 01분 23초.

오늘 나의 목표시간은 4시간 이내에 들어와서 마라톤 시민권(?)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연습량이 매우 부족한것이 걱정이었다.

30키로미터 달리기 연습을 한번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24키로미터 연습 두번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가능한 25키로미터까지는 천천히 달리고 이후에 힘을 내보자고 맘먹었다.

같이 달리는 선배는 오늘 330기록을 목표로 했고, 지난달 주행거리도 230키로미터에 달했다.

좋은 기록을 기대하면서 5키로미터까지는 함께 천천히 몸풀듯이 달렸다.

1키로미터를 5분10초대로 달렸다.

그러나 나에게는 5키로미터까지의 달린 속도도 매우 빠른 편이어서 더 늦추었다.

반면, 선배에게 있어서 5분10초대는 너무 늦춘속도이기에 5키로미터 이후 더 빨리 달려나갔다.

선배는 330이 목표였기에 1키로미터를 5분에는 달려야만 했다.

나는 절대로 무리하지 말자를 맘속에 새기며 아주 천천히 그리고 힘을 아껴가면서 달렸다.

나름 편하게 달리다보니 팔당댐이 보니고 조금 더 달려나가니 10키로미터를 알리는 표지가 서 있다.

왼손에 찬 시계로 5키로마다 시간을 체크하면서 달렸다.

15키로 지점쯤에 1차 반환점이 있었고, 여전히 속도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

몸도 별 어려운 반응이 없이 잘 적응하고 있다.

이대로 끝까지만 달릴수있다면 350이 가능할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18키로를 넘어서 가고 있다보니 선두주자가 반환점을 돌아서 달려나온다.

검은 얼굴에 긴다리, 단단한 몸매가 딱 보아도 마라톤 체질이다.

마치 검은 표범이 달리는 듯 성큼성큼 힘차게 달려간다.

지난해 22키로 지점의 언덕에서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20키로를 지나면서 파워젤을 하나 먹었다.

그 덕분이었는지 몰라도 24키로를 지나 반환점을 돌아 나올때까지 힘든줄 몰랐다.

그러나 시간을 조금 쳐져서 28분대를 기록하고 있었다.

22.5키로를 지나면서 반환점을 돌아 나오는 선배를 만났다.

서로 힘내라고 격려해주고 나도 반환점을 향해 나아갔다.

그렇게 25키로 지점에 와서 물을 마시면서 쵸코파이를 하나 먹고 있는데 4시간 페메가 지나간다.

어~ 이거 여기서 페매를 놓치면 오늘 4시간 완주가 안될것 같아서 부리나케 따라나섰다.

한발 한발 힘을 줘 가면서 마의 언덕을 넘어섰다.

언덕길 2키로가 가장 큰 고비였는데, 다행히도 퍼지지 않고 넘었다.

시간도 28분대를 기록하면서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32키로까지는 살짝 내리막 수준의 길들이니 그런대로 달릴수 있겠다고 생각되었다.

그렇게 32.5키로를 지나면서 시간을 보니.....

1키로미터 당 걸리는 시간이 5분 50초를 넘어섰다.

점점 시간이 늦어지고 몸은 쳐지고 있었다.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앞으로 6분 페이스만 지킨다면 4시간에 들어가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나의 계산법은 여지없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1키로를 달리면서 6분이 넘기 시작한 것이었다.

35키로를 지나면서 시간을 보니 정확히 43분이 남아있다.

아직까지 6분페이스만 달릴수있다면 4시간안데 완주가 가능한 상태이다.

그래 지금6키로정도는 6분5초대로 달려주고, 마지막 1.2키로를 전력질주해서 5분 30초에 달려보자고 맘먹었다.

그렇지만, 맘만 있지 몸은 따라주지를 못했다.

급기야 5키로를 남겨놓고 4시간 페메도 놓치고 말았다.

강바람은 왜 그렇게 센지 모르겠다.

32키로에서 불기 시작한 맞바람은 끝까지 나를 힘들게 했다.

오죽하면 나를 추월해가는 사람의 뒤에 잠시라도 따라가며 바람을 피해보고자 했다.

여성 주자가 28키로부터 나와 함께 앞서거니 뒷서거리 하면서 35키로까지 달렸는데 나는 추월당할때 그 분의 뒤에 따라가며

바람을 피했다.

누군가 보면 여성몸매를 훔쳐 따라가는 것처럼 비춰지지는 않았을지...ㅎㅎ

암튼 한발 한발 걷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40키로까지 왔다.

이제 남은 시간은 12분이 남았다.

1키로미터를 5분 50초에 달리고 나머지 200여미터를 전력질주한다면 4시간에 들어갈수있을것 같았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았다.

간신히 간신히 1키로미터를 더 달리고 41키로미터를 지났다.

이제 1.2키로미터 남았다.

시간은 5분 몇초가 남았다.

아~ 오늘로써 마라톤 시민권을 잃게 생기는구나 생각하니 분했다.

조금만 더 연습을 했거나, 30키로 달리기를 한번만이라도 했거나, 지난주에 술을 몇잔만 덜 마셨어도 가능한 일이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만 느껴지고 몸은 더욱 쳐졌다.

겨우 겨우 피니쉬라인이 보이는 지점에 오니 선배가 마중을 나와있다.

마지막 400여미터가 다행히 내리막길이라 힘을 냈다.

선배가 구호를 외쳐주며 마지막을 힘차게 달려보자고 해서 나도 모르게 젖먹던 힘까지 다 짜내 달렸다.

그렇게 400여 미터를 달려 피니쉬라인을 통과했다.

통과와 동시에 시계 버튼을 누르고 시간을 보니 4시간 00분 50초다.

아마 2-3초는 더 빠르게 기록이 나올것이리라.

그러고 바로 누워버렸다.

다리는 부들부들 쥐가 날 지경이고 온몸의 긴장이 사라지며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아~ 오늘 비록 목표한 기록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아주 힘들게 온몸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었다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아내는 처음으로 하프를 달렸는데, 완주했다.

연습도 불과 5-6키로미터를 댓번 하고 말이다.

참내~ 나는 처음 10키로미터를 달리면서 그렇게 연습하고, 고민했는데 너무나 쉽게 하프를 달려버리는 아내의 체력은

대단하다.

 

이제 가을 풀코스를 준비하자고 맘을 되새기며, 흥겨운 뒷풀이가 시작되었다.

술은 1시에 시작해서 밤 9시까지 마셨으니...ㅋㅋㅋ

역시 우리는 주당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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