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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2012 adidas-mbc한강 마라톤대회 참가기

오늘은 어제보다 2012. 4. 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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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아디다스 mbc한강 마라톤대회 참가기

 

일시: 2012. 4. 8

장소: 하남시 미사리 조정경기장

 

  

 

 

 

 4월8일 새벽 5시에 일어났다. 간밤에 일찍 자려고 누웠지만, 이런 저런 생각으로 잠을 뒤척이다가 새벽녁에 눈을 떠 시계를 보니 4시다. 1시간만 더 자려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잠은 오지 않고 달리기에 대한 상상만 하다가 아람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아내가 야채죽을 끓이는 동안 나는 먼저 씻고 마라톤대회에 갈 준비를 했다.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들에게 전화를 했는데, 한명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십 여분 뒤에 재차 전화를 했는데도 받지 않았고, 오후에 뒷풀이를 하면서 전화할때도 결국 받지 않았다. 야채죽을 먹고 아내와 함께 부천역으로 나갔다.

 

 부천역에는 먼저 도착한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뒤에 한명이 더 왔고 우리는 전철을 타고 잠실로 갔다. 잠실에서 내려 셔틀버스를 타려고 하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것이 아닌가. "아 이럴줄알았으면 승합차를 가져오는건데" 라는 후회를 했다. 더욱이 멤버가 9명이라서 한명 차이로 승합차를 포기하고 전철을 이용했는데, 멤버 한명이 연락도 안되고 빠져버리는 바람에 그 아쉬움은 더 컸다. 한참을 기다려 셔틀버스를 타고 미사리에도착하니 8시 20분이다. 미사리에서 만나기로 한 달림이들과 만나서 서로 인사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니 8시45분. 나는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져 부리나케 간이화장실로 달려갔다. 으악~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한 칸마다 예닐곱명이 되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한 사람당 30초씩 계산하면 3-4분이라는 판단에 기다려서 볼일을 보았다. 그리고 풀코스 출발선으로 달려갔다. 시간에 쫒겨서 제대로 몸을 풀지못한것은 아쉬웠지만, 화장실 볼일을 해결한 몸은 가뿐했다.

 

 

 오늘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은 나를 포함 3명이고, 하프코스가 1명, 10키로미터가 3명, 5키로미터가 2명이다. 풀코스 주자는 모두 나보다 한수 위의 실력을 가지고 있기에 내가 함께 따라뛴다는 것은 무리였다. 초반 같이 동반주를 하는 경우, 나는 아마도 하프지점이후 퍼질것이 분명했다. 한명의 주자는 3:30을 목표로 하고 있었고, 다른 한명은 3:40이 목표수준이었다. 나는 4시간에 완주하는 것이 목표이다. 지난해 가을 4시간 58분에 완주를 하고 나서 두 번째 풀코스 도전이다. 숨고르기를 마치고 시계를 셋팅하고 축포소리에 맞춰 가볍게 달려나갔다. 하프지점까지는 1키로미터당 5분 45초의 속도를 유지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달렸다. 5키로미터를 지나면서 시간을 보니 예정시간보다 약1분정도 앞서고 있었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갔는데 조금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전에 물을 마시지 못했는데, 마침 5키로지점에서 시간도 남길래 물을 충분히 마셨다. 나는 속도를 약간 늦춰서 페이스메이커가 멀리서 보일정도로 달렸다.

 

 6키로미터 지점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풍물놀이패가 흥겹게 장단을 맞추면서 응원을 하고 있었다. 웁웁 후후~ 호흡을 짧게 두 번 마시고 두 번 내쉬면서 달리다보니 벌써 하프주자 선두권은 반환점을 돌아나오는것이 보인다. 어쩜 저렇게 빠를수가 있을까 라며 탄복을 하며 달리다보니 팔당호가 눈앞에 펼쳐진다. 야 풍광좋다. 넓은 팔당호를 보면서 :저멀리 보이는 끝에 가면 하프지점은 달린것일까" 라고 상상도 하고, 달리는 지겨움을 떨쳐내기위해 주변의 산과 나무도 보면서 한발 한발 달렸다. 3월한달의 연습량이 200키로미터를 달렸기때문에 하프정도는 가뿐하게 달릴것 같았다. 아직까지는 몸도 맘도 가벼운 편이다. 몸이 가볍더라도 절대로 오버하지 말자는 생각을 되새겼다. 조금 지루하고 힘들때는 일본어를 외우면서 달렸다.(쿄우 아사네 보우시떼 지고꾸오 시따. 후당와 이에까라 각고마데 아루이떼 쥬뿐모 카카리마시따가 쿄우와 하시떼 산뿐시까 카카리마셍 데시따~)

 

 19키로미터를 달리고 있는데 반대편 주로에서 오토바이와 구급차가 보인다. 아하~ 벌써 선두권이 돌아나오는 구나 라고 생각하며 살펴보니 구급차뒤에 검은 외국인과 하얀 외국인이 동반주를 한다. 키도 크고 체격도 단단해 보이는것이 마치 천리마를 보는 듯하다. 그 몇 십미터 뒤에 다시 흰 외국인이 뒤따르고 한참 뒤에는 한국인 선수가 힘겹게 뒤따르고 있다. 20키로미터를 지나고 나서부터는 내리막길이었다. 나는 내리막에서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잡아야겠다는 생각에 조금 빨리 달렸다. 달렸다기 보다 내리막길에 몸을 맡기고 바퀴를 굴렸다는 것이 어울리는 표현이다. 내리막에서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살짝 앞질러 달렸다.

 

 22키로미터를 지나면서 맞은편에서 오는 선배를 보았다. 3:30이 목표인 선배가 500여미터 앞서고 그 뒤에 다른 선배가 따르고 있었다. 그럼 나와 2.5키로미터 정도가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선배의 결과가 자못 궁금해졌고 기록이 어떻게 나올까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 24키로미터 지점이니 앞으로 18키로미터를 더 달려야 하고, 지금시간은 2시간4분이 경과했다. 5분페이스라면 앞으로 90분이 더 걸린다. 그럼 3:30을 달성하는것은 쉽지 않을것같다.ㅋㅋㅋ) 반환점을 돌아나오면서 25키로미터 지점에서 나는 준비해간 파워젤을 먹었다. 다리가 약간 아파오고 있었기에 무릎을 굽혔다 펴며 다리운동을 하고 어깨를 돌리며 잠시 휴식했다.

 

 휴식하는 사이에 4시간 페이스메이커가 지나가기에 같이 따라 뛰었다. 26키로미터부터는 언덕빼기라서 가장 중요한 고비였다. 나는 페메의 발걸음에 내 발걸음을 맞추고 그들이 이야기하는 조언을 들으면서 힘겹게 언덕을 넘었다. 언덕을 넘고 나니 27.5키로미터 지점에 급수대가 있어 물을 마시며 잠시 숨을 골랐다. 페메가 출발하자고 하기에 다시 따라 뛰었다. 언덕을 넘고 나니 바람이 뒤에서 밀어준다. 계속해서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달리기는 좋은 지형이지만, 나는 연습시에 28키로미터 이상을 달려본적이 없어서 달릴수록 걱정이 앞섰다. 거의 다 가서 퍼지면 어떡하지라는 조바심이 점점 커져왔다.

 

 30키로미터를 지나는 지점에는 급수대와 함께 주최측에서 준비한 파워젤이 있었다. 물과함께 파워젤 하나를 먹었다. 30키로미터부터 40키로미터까지는 맞바람을 안고 달려야했다. 강바람은 춥지는 않았지만, 제법 세게 불어서 달리는 것이 영 속도가 나지 않는다. 페메들은 억지로 달리려고 하지 말라면서 천천히 구령을 넣어준다. 2.5키로미터 간격의 급수대에서 물을 마실때마다 나는 "오늘 4시간 완주가 가능할까" 라는 질문을 내 자신에게 물었다. 35키로미터를 지나서 물을 마시면서  내 자신에게 질문했지만, 정답은 "아직 모르겠다" 였다. 발가락도 물집이 잡혔는지 아파왔고, 발목도 뻐근하고, 허벅지도 살살 땡겨 왔다. 거기에 옷이 가슴의 젖꼭지를 쓸어내리면서 가슴도 쓰라렸다. 함께 달리는 페메에게 처음으로 4시간 완주를 목표로 한다고 말하자, 페메는 나에게 속도를 맞춰주면서 격려했다.

 

 39키로미터를 지날 때, 페메의 동호회 회원들이 나와서 물을 건네주며 기념사진도 찍어준다. 페메를 뒤따르는 나와 예닐곱명은 함께 사진을 찍었다. 페메들은 시간을 보면서 약간 여유가 있으니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드디어 41키로미터를 지나고 저멀리 결승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 3.1절 대회에서처럼 허벅지가 심하게 아파온다. "이거 달리다가 쥐나 나는건 아닐까" 라는 걱정도 몰려왔다.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에 속도를 조금 늦추자 페메와는 금방 십여미터 이상 벌어진다. 걸어야할까? 악마가 유혹을 한다. 1키로미터밖에 남지 않았는데 걷는다는것은 상상하기 싫었다. 그렇다고 달리는것도 힘들고...여기서 걸으면 아마도 도착시간은 4시간 1~2분쯤되겠지......1~2분이라도 넘는 것은 서브4가 아니지 않는가? 3시간 59분 59초라도 해야지 서브4다. 여지껏 달려온게 정말 너무 아까워서라도 힘을 냈다. 그리고 4시간 1-2분대에 들어가는것은 기분이 나빴다. 차라리 10분이상 넘으면 모를까 안타깝게 1-2분이 넘는것은 싫었다. 그러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픔과 통증이 조금씩 잊혀졌다.

 

 마지막 400여미터. 도로에서 우측으로 꺽어지면서 내리막이었고 300여미터 앞에 결승점이 보인다. 시간은 2분30초 정도 남아있다. 내리막을 힘차게 달려내려갔고, 결승점을 향해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었다. 아픈것도 생각나지 않고 오직 결승점을 통과할 생각뿐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양옆에서 응원을 하고 있고, 사진을 찍어준다. 우리의 호프 천코치님도 나를 발견하고는 내 옆을 같이 달려준다. 나는 환희와 기쁨으로 달리면서 결승점을 통과하면 아내를 힘차게 안아줘야지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두팔을 번쩍 올리며 나는 골인했다. 전광판을 보니3시간 59분 49초를 지나고 있다. 내가 늦게 출발했으니 아마 20-30초 정도는 더 여유가 있을 것이다. 길 옆에 마중나온 선배들과 동료들 모두와 악수를 하고 아내와도 악수했다. 아내를 꼭 껴않고 싶었는데 철망으로 나뉘어있어 악수밖에 하지 못했다. ㅎㅎㅎ. 천코치님이 기념사진을 찍어줬고, 페메를 하신분이 나를 알아보고 축하인사를 해줬다.(오늘 4시간 완주는 순전히 페메의 덕택이었다. "페이스메이커님 감사합니다^^) 모두가 모여있는 장소로 가니 맛있는 음식과 술을 마시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전혀 음식과 술이 땡기지 않았다. 그냥 돗자리위에 엎드렸고 아내는 마사지를 했다. 10여분을 그렇게 쉬고 나서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막걸리를 한잔 마실수 있었다. 음식과 술이 맛있는것이 아니고 달렸다는 것과 해냈다는 기분이 더 맛있는것 같다. 오늘의 이 기쁨과 감동은 오랫동안 기억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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