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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2014년 3.1절 건강달리기 대회

오늘은 어제보다 2014. 3. 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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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들어 처음 출전하는 마라톤대회이다.

장소는 강원도지역 18개 시군에서 열린다고 했는데 나는 춘천에 참여했다.

버스를 이용할까 생각했지만, 버스는 부천에서 6시 30분에 한대있고, 그 다음이 10시 50분이었다.

6시30분을 이용하면 너무 빠르고, 10시50분을 이용하면  대회시작시간에 맞추기 어려웠다.

결국, 춘천까지 가는 길은 나의 자동차를 이용해서 갔고, 우리는 4명이 갔다.

춘천에 도착하면 함께 달리는 선수가 있다.

우리는 9시30분에 출발했고 2시간이면 도착할줄 알고 춘천에서 점심약속을 했다.

그런데, 가는 길이 너무나 막혀서 예상시간을 훨씬 지나서 12시56분에야 도착했다.

탈의실가서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강원도청 주차장 거리에서 대충 갈아입고, 대회장으로 내 달렸다.

대회장에 가는 길에 빠바방쾅쾅 소리가 울리며 선수들이 출발했다.

낭패였다. 몸도 풀지못하고 어떠한 다리운동도 없이, 만나기로 한 선수와 만나지도 못한채 그냥 달려야했다.

출발선을 지날때보니 약 2분이 경과하고 있다.

 

나의 오늘 달리기의 목표는 2시간 이내 들어오는 것이다.

평소의 내 기록에 훨씬 못미치는 기록이지만, 나는 겨우내 연습이 너무나 없었기에 2시간도 감지덕지였다.

우리일행은 한명이 10키로미터이고, 3명이 하프였다.

하프에 출전한 우리는 반환점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편안히 몸을 풀었다.

가장 말미에서 달리다보니 욕심도 없고, 힘듦도 없었다.

춘천을 휘돌아 흐르는 소양강도 바라보며 102보충대에 붙어있는 입영을 환영한다는 문구도 바라보며 저멀리 화천쪽의 산과 강도 바라보며.....볼건 다보면서 달렸다.

반환점을 돌면서 함께 간 에이스가 먼저 속력을 냈다.

나는 돌아오면서 춘천서 만나기로 한 선수가 혹시 우리 뒤에 있는지 유심히 살폈다.

드디어 보았다.

공식적인 참가신청을 한 선수의 뒤에 엠블런스가 지나가고 그 뒤에 두서너명의 선수들이 달리고 있었다.

반환점을 돌아 몇백미터를 지난 지점에서, 저멀리서 얼굴을 마스크와 썬캡으로 두르고 달려오는 정체불명의 몸짓을.....ㅋㅋㅋ 뻐구기다.

저러한 복장으로 6년 연속 꼴찌를 한다는 명물.

우리는 서로 지나면서 아는체를 하고 반가워했다.

그렇게 만난 반가움을 가지고 조금 달리니 7.5키로미터 남았다는 표지가 서있다.

물한모금과 바나나 반쪽을 먹으면서 이제 연습했던 거리는 다 달렸으니 아예 걸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의 오늘 폭표는 15키로까지 달리고 나머지는 걷다 뛰다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내 뒤에서 우리 일행 중 한명이 쿵쿵거리면서 쫒아왔다.

함께 간  일행이 보는데서 걷는것이 너무나 창피해서 같이 동반주했다.

그렇게 2.5키로 더 달리니 5키로미터 남았다는 표지가 있다.

그러나 더 같이 동반주하기에는 내 몸이 너무 힘들어, 나는 일행에게 먼저가라 손짓하고 물한모금을 마셨다.

물 한모금 마시며 잘 달렸다고 스스로 위안했다. 평소 연습을 12.5키로미터 했으니 오늘의 16키로미터는 충분한 증가량이었다.

그리고 걸을까 생각했는데, 갑자기 걷는것은 자존심에 상처를 줄것 같은 생각이 퍼뜩 들었다.

에라 . 걷지만 말자.

다시 천천히 달렸다.

교통안내를 하는 사람들의 표정도 보아가며 아까 반환점을 갈때 못보았던 것도 보고, 본것도 또보면서 천천히 달렸다.

정말 달리는것은 지겨운일이었다.

빠르게 달리면 힘들어서 못느끼던 오만가지 잡생각이 다 떠 오르고 왜 달려야 하는지 의문이 일어난다.

빠르고 숨가쁘게 달릴때 느끼는 것과 천천히 달리면서 느끼는 감정은 천지차이였다.

이런 번뇌를 이겨내고 무상무념으로 기계처럼 나아가야 하는 것이 마라톤이더라.

2.5키로미터를 남겨두고 소양2교 다리를 지나니 저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기사분이 보였다.

패잔병처럼 찍히기는 싫어서 그곳을 지나면서는 제법 다리에 힘도 내고 팔짓도 힘차게 했다.

1.5키로미터, 1키로미터, 300미터....저 앞에 결승선이 보였다.

200여미터를 자세잡아서 멋지게 골인했다.

앞에서 달려들어온 일행들이 반갑게 맞아주었고, 물을 건네 주었다.

꿀꺽 꿀꺽 마시면서 기록을 확인했다.

시간을 보니 2시간 2분 21초다.ㅎㅎㅎㅎ 이렇게 천천히 달린것도 처음이겠다.ㅋㅋㅋ

 

옷을 갈아입고 춘천에 맨 꼴찌에 달리는 지인을 찾아나섰다.

내가 차를 타고 코스를 한번 돌아보니 2키로미터 지점을 지나고 있었다.

나는 다시 차를 골인지점에 갖다 주차해놓고 지인이 골인하기를 기다렸다.

2시간 40분이 되어 교통통제가 모두 끝난 자리를 지인은 인도로 달리고 있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면서 그래도 신호까지 지켜가면 골인했다.

ㅎㅎㅎ정말 대단한 분이다.

나중 이야기를 들어보니 7.5키로미터 지나는데 교통통제를 끝냈다고 하면서 인도로 올라가라고해서

달리고 싶은 맘이 싹 사라졌다고 한다.

우리는 오늘의 무용담을 가지고 춘천닭갈비집으로 갔다.

부천서 내려간 우리일행 4명과 춘천의 지인까지 5명.

평소 춘천에서 자주가면서 보아둔 맛있는 명소로 우릴 데려간 지인은 오늘의 무용담을 재미있게 들려준다.

일년에 한번 출전하는 마라톤이면서 어떠한 연습도 없이 무대포로 들이대는 그녀^^^

우린 내년에도 또 만날것을 약속하며 자리를 마쳤다.

혹시, 봄에 산악마라톤에 함께 할수있으면 함께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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