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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루질: 무창포에서 박하지 게 잡기~

오늘은 어제보다 2016. 6. 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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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창포 해수욕장에 도착해 짐을 풀고 바닷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펜션집 주인의 말에 의하면 물빠진 군데군데 웅덩이나 돌틈에 낙지가 많다고 해서 무창포로 왔다. 그러나 나중 알게된 사실이지만 이미 철이 지나서 낙지를 잡는건 힘들었다. 낙지건 해삼이건 물속의 무엇을 잡는건 바로 장비의 힘이었다.

 우리는 헤드랜턴 작은것을 머리에 착용하거나 손전등 정도만 들고있음에도 기대감은 커서 잡아담을 고기통은 물조리와 비닐봉지까지 챙겨갔다. 해가 지고 바닷물이 빠지는 시간은 오후 8:40분인데 우리는 서둘러 저녁밥을 해먹고 7:40분부터 물가에 다가가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아직 8시 40분이 되기에는 한참 기다려야 하는 8시 즈음에 한떼의 군단이 나타났다. 머리에는 엘이디 헤드랜턴을 장착하고 한손에는 유리 수경과 수중써치를 들고 몸에는 수륙양용이 가능한 바퀴달린 물고기통을 끌고 다른 손엔 집게를 복장의 사람들이었다. 완전 영화속 점령자 포스인데 어부들의 수중방수옷을 입고 장화를 신었다. 멀이서 봐도 랜턴의 밝기는 간첩선을 찾는 해안 경비병의 그것과 맘먹었다. 그들은 우리가 기다리는 물빠짐을 아랑곳하지않고 저벅저벅 물속을 걸어들어갔다. 물속을 살피지도 않고 그냥 무릎깊이의 바다를 지나 한참을 걸어들어간다. 철기군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사람들은 그들의 포스에 놀라 멍하니 쳐다만 볼뿐 감히 따라나서지 않았다.

 나는 잽싸게 그들뒤를 따라갔다. 안쪽 깊이 들어가면 물이 깊을것이라 생각해서 물밖에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물이 빠지는 속도가 있다보니 안쪽 바다에 다다랐을 때에도 물깊이는 무릎수준이었다. 바다 안쪽의 맑은 물속에 도착한 그들은 무언가 바다속에서 건져올렸다. 조금 떨어져서 그광경을 본 나는 낙지를 잡는줄알고 나도 하나짜리 건전리 랜턴을 바닷물에 비추며 근처에서 열심히 돌을 제치며 낙지를 찾았다. 그러나 그들이 쉴새없이 뭔가를 주워올리는데도 내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안되겠다싶어 그들옆에 가서 곁눈질로 보다가 물어 보았다 '낙지를 잡는건가요?' 그랬더니 낙지는 거의 철이 지났고 지금은 박하지 게를 잡는다고 했다. 그제서야 감이 온 나는 즉시 물속의 돌옆을 비추며 게를 찾기 시작했다. 순간, 거무튀튀한 무언가가 옆으로 사사삭 움직이며 불빛을 피해 돌아래 웅크렸다. 나는 저것을 잡는 거구나 싶어 왼손에 랜턴을 쥐고 오른손으로 물속에 손을 넣어 게를 움켜쥐었다. 물속에서 꺼내고 나니 게의 앞발이 장갑낀 내 검지손가락을 물고 놓아주질 않았다. 할수없이 장갑을 벗어 게와 함께 주머니에 넣었다. 물고기통을 들고 있는 우리 일행은 저 밖에서 오고 있으니 거기까지 갔다오기엔 너무 힘들었다. 다시 장갑을 오른손으로 옮겨끼고 한손은 랜턴을 들고 물속을 살피다 또 게를 발견했다. 이번에는 돌밑에 바짝 붙어있어 한번에 움켜잡지 못하고 등짝을 눌렀다. 그러자 게의 앞발이 내오른손가락을 힘껏 집어버렸다. 따끔하고 아팠다. 나중에 보니 피멍이 들었다. 그래도 어쩌냐 싶어 사투끝에 잡아 올렸다. 넣을데가 없어 또 장갑에 넣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런데 이젠 맨손으로 게를 잡기가 두려워졌다. 그래서 일행이 오기를 기다렸다. 일행들도 역시 나처럼 낙지를 잡겠다고 눈을 부릅뜨고 돌들을 들추며 낙지를 찾고 있었다. 나는 지금은 낙지를 잡을수없다고 말하고 저기 철기군들은 모두 게를 잡는것임을 알려주었다. 그제서야 일행들은 아하 하면서 게를 잡기 시작했다. 한 두시간쯤 허리를 굽혀 물속을 찾아 헤맨끝에 우리는 30여마리를 잡았다. 랜턴의 빛이 흐린 까닭에 잘 보이지 않아 더 힘들었다. 생노동이 따로 없었다. 그래도 힘들게 잡은 30여마리를 아무것도 넣지 않고 그냥 삶았다. 그랬더니 노랗게 익으면서 맛있는 게향이 난다. 하나를 까서 등짝은 버리고 나머지는 아드득 아드득 씹어먹으니 고소하고 맛있다. 그 덕에 소주한병을 마셔버렸다.ㅋㅋㅋ 낙지를 잡고 해삼을 잡으려던 꿈은 끝났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루질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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