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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국제마라톤 하프출전기 본문
일시 2017.9.24
장소: 인천광역시 송도 센트럴파크
아침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어젯밤에 너무나 피곤해서 10시가 조금 넘자마자 잠들었는데 아무 기억도 없다.
잠을 푹 잤다고 느껴진다. 오늘은 좋은 기록을 내지는 못해도 두시간 이내에는 들어오겠지하는 기대감이 든다.
6시 40분에 일어나 씻고 전날 밤에 챙겨둔 시계와 고글, 배번, 옷가지, 가방을 챙겨 춘의역으로 갔다.
오늘 대회에 함께 달리는 일행 세명을 만나 송도로 향해 출발했다.
차안에서 서로 예상기록을 말하다보니 너도나도 두 시간이 서로간의 기준점이었다.
나는 내심 '한달간 100키로미터는 달렸으니 두 시간 이내를 넘어 한시간 55분 이내에 들어올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두시간이 목표인것처럼 말하고, 엄살을 보내서 두시간 10분 정도를 예상치로 말했다.
송도 대회장에 도착해 간단히 몸을 풀고 출발선에 섰다.
나는 키로미터당 6분대로 아주 느리게 시작해서 7키로미터 지점에서 5분40초대로 조금 더 높이고, 15키로미터 이후에는 5분 페이스로 속력을 내서 1시간 50분~2시간 이내에 골인을 목표로 했다.
손목시계의 랩타임을 세팅하고 출발신호에 맞추어 달려나갔다.
언제나 그러하듯 초반에는 몸이 전달해오는 에너지의 기운을 억제하면서 호흡을 조절하는게 필요하다.
호흡이 일정해졌다고 느낄때, 1키로미터 지점을 지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6분 40초페이스다.
이런.....느려도 너무느린것 같아서 조금 속력을 냈다.
2키로미터, 3키로미터를 지나면서 평균 6분10초의 페이스로 회복되었다.
달리기의 속도만 보면 이제 영점조정이 끝난 상태이다.
이대로 계획대로 달리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몸에서 변수가 생겼다.
몸을 덜 풀고 나온건지 어떤건지 초반 2키로미터를 못 미친 지점부터 왼쪽 등아래 허리가 아파왔다.
통증의 느낌도 어느 한곳이 아프다기보다는 버티고 서있는 직립근이 아팠다.
지금껏 달리면서 초반부터 허리가 아픈건 처음이었다.
계속 달려야 할까 말까를 고민하면서 여러 생각을 해보았다.
야심차게 맘 먹고 몇 개월만에 처음 달리는 하프에서 초반에 포기한다는건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그래 갈 때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6분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7키로미터를 지나면서 보니 42분 30여초를 지나고 있었다.
초반에 늦추었던 페이스를 만회하지 못하고 2분30초쯤 계속 늦게 달리고 있었다.
계획했던 5분40초 페이스에서 앞서 까먹은 2분여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이제 5분 30초 페이스로 달려야지 하면서 발을 빨리 내딛었다.
그런데 갑자기 몸의 힘이 빠지면서 허리통증이 더욱 세게 느껴지는게 아닌가?
또다시 부상의 수렁이 찾아왔나? 겁이 덜컥 났다.
뛰는게 무의미하다고 생각되는 순간, 몸은 잽싸게 완주 의지를 던져버렸고, 나는 달리기를 멈추었다.
그렇게 백미터를 걸었는데, 이번에는 내면에서 화가 올라왔다.
겨우 10키로미터도 못 달리고 걷는 나를 질책하는 또 다른 나를 만났다.
초반부터 걸었다는게 창피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행여 걷는 모습을 본건 아닌지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속도를 내긴 틀렸고, 애초 목표했던 두 시간 이내도 어렵다고 느껴졌다.
끝까지 6분 페이스라로 달려서 두시간 10분의 언저리에 들어오자고 맘을 먹었다.
그 때 건너편길에서 앞의 1차반환점을 돌아온 동서가 지나갔다.
화이팅을 외치며 마주쳐 지나고 동서와의 거리와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나와의 거리 차이는 700미터쯤이고 시간은 4분정도 차이가 났다.
지금의 속도에서는 따라가기가 어려운 거리였다.
그냥 내 페이스대로 끝까지 완주를 하는게 목표라는 생각으로 2차 반환점을 향해 달렸다.
다행히 14키로미터 지점까지 크게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14키로미터를 지나 2차반환점을 돌았다.
15키로미터 지점을 알리는 표지판을 만났을 때, 나는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아무 이유도 없이 체력저하를 느끼면서 피곤해졌다.
달려야 할지 말지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걸었다.
지나가는 차라도 있으면 얻어타고 가고 싶었다.
15키로미터 지점의 급수대에서 한참을 머물며 쵸코파이와 바나나, 물을 마시면서 배를 채웠다.
몸이 무거우면 달릴수없고, 배를 채우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미 손은 먹는것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입에 조달했다.
이런 내가 싫었지만, 몸가 맘을 따로 놀고 있었다.
입은 손이 주는 대로 낼름 받아서 우자작 씹어 먹었다.
배에서 포만감이 느껴질때쯤, '그만 먹고 걷기라도 해야지' 하고 정신줄이 돌아왔다.
물컵을 던져버리고 걷기 시작했다.
이제 15키로지점이니 아직 6키로미터를 더 가야하고, 만약 계속 걷는다면 한 시간이 더 걸릴판이었다.
뛰자니 뛸 힘이 없고 걷자니 걸을힘도 느껴지지 않는다.
백미터를 달리고 이백미터를 걷고...그렇게 17.5키로미터 지점까지 가서 또 먹을 만큼 배를 채우고,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그때 나의 눈을 의심하는 현상이 하나 있었다. 내가 죽을 힘을 다해 뛰는데 내 앞의 노인은 슬렁 슬렁 걷는것 같다.
그런데도 그를 따라갈수가 없다.
축지법이 따로 있나 싶을 만큼 노인의 자세는 삐그덕 거리고 달리는 걸음은 느렸지만, 나는 끝내 그 노인을 따라잡지 못하고 점점 멀어졌다......
온갖 혼미한 생각으로 걷고 뛰다보니 20키로미터 안내표지판이 보였다.
앞쪽에서는 골인점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요란한 방송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서부터는 달려야지 맘먹고 달려보지만, 몸에는 힘이 남아있지 않아서 백미터를 달리고는 또 걸어야 했다.
허리도 아프고 허벅지도 아프고, 종아리도 아프고 발목도 아프고....
그래 맨 끝에 골인지점에 사진기사가 볼때, 그때만 달리자는 맘으로 걸었다.
드디어 200여미터를 남겨두고 골인점이 보인다.
갑자기 없던 힘이 생겼는지 몸이 막 달려간다.
자세도 신경쓰면서 호흡도 조절한다.
사진기사가 찍는 순간 주먹 하나를 하늘로 올리면서 개선장군처럼 달렸다.
멋지게 골인했다.
기록은 2시간 26분 26초.
ㅋㅋㅋ 역대 마라톤 기록중 가장 최악의 기록이다.
어디가서 기록이라고 얘기할수도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나뿐 아니라 오늘 참여한 우리멤버 다섯명이 모두 그러했다.
이걸 어디가서 하소연할수도 없구....끝없는 성토와 반성.
오늘의 이 망신살은 이미 예견된것이었다.
달리기를 앞두고 목요일에 막걸리 두병을 마셨고, 그 다음날 금요일에는 아예 새벽 4시까지 밤새워 술을 마신게 체력저하의 직접 원인이었다. 여지껏 작은 대회라도 앞두고 있으면서 1주일간은 술을 마시지 않고 잠을 푹 자면서 컨디션을 조절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인과응보, 자업자득이고 유구무언이다.
무슨말이 더 필요할까?
수북히 쌓인 마음속의 반성문을 되새기며 심기일전으로 복사골대회를 맞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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