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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물
배롱나무 본문
분류: 부처꽃과 배롱나무속
색상: 붉은색,분홍색,보라색,흰색
꽃피는 시기: 7월~9월
흔히 백일홍이라고도 부른다. 나는 백일홍을 진도 운림산방에서 처음 보았다. 전도연씨와 배용준씨 주연의 영화 '스캔들'을 운림산방에서 촬영했다고 하는데 소박하고 담백한 건물과 그 앞의 연못, 그리고 2백년은 되엇을 듯한 커다란 배롱나무가 마치 한폭의 그림과도 같이 예뻤다. 대체 저 나무의 이름은 무엇이고 꽃은 무슨꽃일까 궁금해했는데, 알고보니 배롱나무였다.
배롱나무는 남부수종에 속한다. 그래서 내가 자란 강원도에서는 볼수가 없었다. 지금의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목포를 가다보면 고속도로 중앙에 배롱나무를 많이 심어놓았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부터 추석까지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보면 배롱나무가 꽃을 활짝 피운 광경을 볼수가 있다. 내친김에 목포를 지나 진도에 가서 운림산방의 풍취를 보는것도 좋은 여행이 될것이다.
배롱나무의 꽃잎은 활짝 핀듯이 보여도 가까이 다가가보면 쪼글쪼글하게 주름져있다. 버섯중에 꽃버섯을 보는 듯하다. 꽃잎 하나가 백일동안 피는것이 아니라 꽃송이들이 이어달리기를 하듯이 계속 피고 지고를 반복해서 백일동안 꽃을 보여주기에 백일홍이라고 부른다. 꽃색은 붉은 색이라고 하기엔 좀 미치지 못하고, 보라색이라고 하기엔 보라빛이 부족하다. 진분홍이 어떨까.....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색이다. 그러나 흰색의 꽃도 있고 그 중간색들도 있어 다양한 색상을 자랑한다. 나는 붉은색에 가까운 진한 분홍꽃이 좋다. 나무의 수피는 독특하다. 갈색과 흰색이 교차하면서 얼룩얼룩하기도 하고 수피가 떨어져나온 부분은 맨질맨질하다. 이런 얼룩무늬 수종이 몇가지 있는데 노각나무와 모과나무가 그렇다. 잎은 마주나기를 하며 좀 두툼한 편이다. 낙엽활엽의 교목에 속한다. 잎의 끝 가장자리는 밋밋한게 거치가 없다. 배롱나무는 남부수종이라서 겨울 추위에 약하다. 그러다보니 추운 겨울 줄기가 얼어죽고 뿌리만 사는 경우, 봄에 뿌리에서 또 줄기가 나오고....그러기를 반복하면 굵은 하나의줄기를 보이기보단 뿌리에서 여러그루가 올라온듯이 보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 특히 남부와 중부가 만나는 그런 추운 지방의 배롱나무에서 마치 여러그루를 심은듯이 자란 모습을 많이 볼수가 있다. 또 병해에 약한 편이다. 특히 배롱나무 흰가루병은 배롱나무의 성장을 저해하고 미관을 해치는 대표적인 병환이다.
나는 시골에서 살면서 내집이 생기면 마당에 심고 싶은 나무가 두 가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배롱나무이다. 지난해 봄, 인터넷을 통해 배롱나무 세그루를 구입해서 두그루는 마당에 심고 한그루는 앞집 할머니께 드렸다.
심고나서 얼마되지 않아 새잎이 나오고 가지도 생겨났다. 새잎은 바라보면서 여름날의 꽃을 기대했다. 그러나 꽃은 피지 않았다. 그리고 겨울이 되어 나무는 잎을 모두 떨구고 월동을 했다. 봄이 되어서 다른 나무들이 새순을 틔우고 잎이 파릇파릇해지는데도 배롱나무는 잎이 나오지 않았다. 앞집 할머니의 배롱나무도 마찬가지였다. 어린묘목은 영하 20도가 넘는 추운겨울을 이기지 못하고 필경 얼어죽은거였다. 심을때 집에서 가장 따뜻하고 해가 잘드는 곳에 심었어야 했음을 후회했다. 내가 사는 장수는 어린 배롱나무가 살기엔 좀 추운지방에 속했다.
그러다 올해 여름이 다가올때 뿌리에서 새순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도장지가 나온것이다. 줄기는 얼어죽었어도 뿌리에서 생식 세포는 살아있었나보다. 어찌나 반가운지...즉시 나무를 파내서 햇볕이 잘드는 따뜻한 양지로 옮겨심었다. 그 덕분인지 나무는 멋진 수형을 가지지는 않았어도 조금씩 잎을 더 만들면서 힘겹게 삶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나는 매일 바라보면서 응원만 할뿐이다. 그리고 올해 겨울엔 얼어죽지않도록 지푸라기로 두툼하게 옷을 입혀주리라 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