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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1시간 7분 22초

오늘은 어제보다 2010. 9. 24.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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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7분 22초
 

 
생애 처음으로 마라톤대회에 참가해서 10Km를 완주했다.
가슴뿌듯함과 함께 샘솟는 자신감.
이제 내년의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대회를 준비해야 할 듯싶다.ㅋㅋㅋ

나이가 40이 넘으면서 웬일인지 몸이 찌푸등하고 무기력해졌다.
무기력함은 나를 움직이지 않게 만들고, 움직임 없는 몸은 더욱 더 약해졌다.
최소한의 근력이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2010년 2월1일 헬스장에 등록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어나는 것이 피곤해서 겨우 겨우 나갔고, 출근시간에 쫒겨서 운동시간도 30여분에 그쳤다.
그렇게 4개월을 다녔지만, 몸이 더 건강해졌다는 느낌도 별로 없었고 체중은 1Kg도 줄지않았다.
아무래도 짧은 운동시간과 웨이트 중심의 운동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친한 선배를 만나 술 한잔을 하게 되었다.
선배는 요즘 마라톤에 푹 빠져있었는지 나에게 달리기 한번 해보라고 한다.
그렇잖아도 운동에 대한 변화를 고민하던 나는 달려보기로 했다.
우선 헬스장에서 하루는 웨이트를 하고 다른 하루는 걷기나 달리기를 했다.
그렇지만 이또한 시간은 30분이었다.
그렇게 또 두달이 지났다.
어느날 체중을 달아보니 3kg이 줄었다. 그리고 거울속의 나를 보니 뱃살도 빠졌고 근육도 단단하게 만들어지고 있었다. 달리기가 효과가 있는것 같았다.

8월의 어느 토요일, 선배는 나에게 일요일 아침에 함께 달리기를 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9월5일의 아이사랑 마라톤대회에 함께 출전하잔다....
나는 자신이 없었다.
헬스장에서도 걷거나 달리기를 하면 다음날 피곤해서 웨이트만 조금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10km를 달리자고 하니.
나는 우선 시간이 있으니 연습해보고 출전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일요일 아침 기대를 품고 운동장에서 선배와 함께 40분을 뛰었다.
운동을 마치고 나서 나는 완전히 탈진했다.
집에 와서 그대로 쓰러져 한나절을 잤다.
겨우 저녁에 일어나서 몸보신시켜준다는 선배의 호의에 고기를 먹으러 갔다.
그러나 고기를 먹던 자리에서 너무나 피곤해 쌍코피까지 흘렸다.
집에 와서도 3일간 어떤 운동도 하지 못한 채 끙끙거려야 했다.
나에게 마라톤이 맞지 않는 것 같았고, 달리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아내는 달리기는 맞지 않으니 하지 말라고 한다.
그렇지만 오기가 생기고 마라톤대회서 뛰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즉시 인터넷에 접속해서 아이사랑 마라톤대회 사이트를 클릭했다.
그런데 열리지 않는다....이런?
다음날 뉴스를 통해 알게 된것은 대회 참가 신청 입금액을 노린 사기였다는 것이었다.
사실 대회가 취소되자 마음속에는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뛰어보고픈 아쉬움이 교차했다.
다음날, 선배는 나에게 미안하다면서 전화를 했고 아이사랑마라톤대회 말고 그 다음주인 9월12일 있을 철원DMZ국제평화 마라톤에 나가자고 했다.
선배의 제안에 승낙하고 신청함으로써 그렇게 나는 생애 처음 마라톤대회에 나가게 되었다.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습이 필요했다.
남들은 달리다보면 어느새 10km기 때문에 오히려 아쉽다고도 하지만, 나로서는 처음 뛰어보는 무한도전이었다.
일요일 아침 운동장에서, 공원에서 연습을 했고, 평일에는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을 타면서 연습했다.
아내는 잘 뛰라고 하면서 운동화를 선물해줬다.
그렇지만, 달리는 과정에서의 힘듦과 30분이상 뛰고 나서의 피로감은 쉽게 극복되지 않았다.
대회가 1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조바심은 더욱 심해졌다.
운동장에서 뛰어보고 싶었지만, 비가 자주 내려 헬스장만 왔다 갔다 했다.
금요일 저녁 최종으로 헬스장에서 연습을 마무리했다.
최고 오래 뛰었는데 45분간 뛰었다.
토요일,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왔다.
아직 1시간 넘게 뛰어 본 적이 없는데 뛰다가 쓰러지지나 않을까라는 생각이 몰려왔다.
아내는 비가 이렇게 오는데 뭔 달리기냐면서 만류한다.
대회에는 새벽 일찍 일어나서 철원까지 가야했으므로 10시쯤 잠자리에 들었다.
이런저런 고민속에 겨우 눈을 붙였다가 깨었다.
시간을 보니 새벽 2시56분이다. 한시간쯤 시간이 남았다.
창밖에서는 빗소리가 쏴아아악 쏴아아악 소리를 내며 처량한 소리를 낸다.
마치 전장에 나가는듯한 비장함이 몸에 느껴졌다.
잠든 아내라도 한번 더 보고싶어졌다. ㅋㅋㅋ
그렇게 철원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려고 눈을 감았다.

대회 아침,
철원에 도착하니 비내리던 하늘은 비가 개이고 있었다.
하늘에는 애드벌룬이 높이 걸려있고,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로 광장은 넘쳐났다.
국제마라톤대회라서 그런가... 외국인 여성들도 많이 눈에 띠였다.
대회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우렁찬 목소리가 있고, 대회사와 내외빈의 인사가 진행되었다.
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스트레칭을 10분이상 하면서 몸을 풀었다.
아홉시가 되자 풀코스, 하프코스 순으로 축포에 맞춰 선수들이 출발했다.
풀코스 출발을 알리고, 하프코스 출발을 알리는 축포소리가 들릴때마다 난 긴장했다.
선수들이 출발하는 모습은 마치 한무리의 말떼가 달려나가는 모습이다.
나는 연습때보다 훨씬 느리게 달려서 무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그래서 출발도 맨 뒤에서 했다.
축포소리에 맞춰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거리 곳곳에 시민들이 응원을 하고 아무개 힘내라는 구호를 외쳐준다.
주변에는 어린아이들도 달리고 여성들도 달리는것이 내가 이들틈에 있는게 부끄럽기도 했다.
출발선을 지나 2km를 알리는 지점에 다다르자 점차 몸이 풀리기 시작했다.
더구나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오고 하늘에는 해가 나지 않는 것이 상쾌한 기분을 갖게 한다.
오늘 나는 완주할 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 다리에서부터 전해져왔다.
옛 태봉국이었음을 알리듯. 곳곳에 태봉이라는 말이 들어간 안내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태봉로, 태봉대교, 태봉번지 점프장....
5km를 지나고 태봉대교를 반환하면서 약간의 언덕이 보였다.
한탄강을 따라 다리는 길인데 언덕에 이르자 근력이 좀 부족한 신호가 왔다.
무리하지 말자는 생각에 잠시 걸었다.
이왕 걷는것 주변경치를 보자는 생각에 둘러보니 한탄강을 저 아래 계곡처럼 흐르고 주변의 암석은 모두 현무암이다.
제주도의 어느 강가를 보는 듯하다.
그렇게 500여미터 걷다보니 내가 목표로 삼고 뛰었던 사람과 멀어졌다.
언덕이 끝나고 2Km가 남았음을 알리는 안내표가 보였다.
내가 목표로 삼았던 사람이 저 멀리 앞에서 달리고 있다.
앞서 달리던 속도보다 조금 더 힘을 내 그 사람을 따라붙기 위해 뛰었다.
아쉽게도 그 사람은 결승선을 통과했다.
대회장에서 틀어놓은 음악소리가 들린다.
“이제 다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 안도감과 함께 몸에 힘찬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그렇게 500미터, 300미터, 100미터로 거리를 당기며 난 결승선으로 들어왔다.
결승선에서는 각 코스에 맞는 시간이 기록되고 있었다.
나는 한시간 9분쯤으로 생각되었다. (나중 기록을 보니 1시간7분22초다.)
말할 수 없는 자신감과 뿌듯함이 온몸에 전율했다.
(아~ 내가 이렇게 죽지않고 쓰러지지 않고 힘이 남아서 완주를 했구나 하하하)

대회를 마치고 선배, 선배친구와 함께 부천으로 오는 승용차를 탔다.
오는 내내 몸은 흥분상태가 계속되어 얼굴은 상기되었고 맘은 성취감으로 가득 찼다.
함께 탄 선배친구분도 처음 달렸다고 하면서 무척 즐거운 표정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연습을 이야기하면서 노동당사 근처를 지났다.
앞에는 군인들이 경계를 서면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아....저기가 바로 민통선인가 보다.
그제서야 철원DMZ라는 대회 명칭이 생각났다.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에서 달리기를 했다면, DMZ를 달려보지 않고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DMZ내부를 달리려면 풀코스를 달려야 했다.
나는 갑자기 머릿속에 달력을 그려가며 일정을 짜기 시작했다.
앞으로 올해 10월, 11월에 한 번씩 10km에 출전을 한다.
그리고 내년 3월, 4월, 5월에는 하프코스를 달린다.
내년 이맘때의 철원대회에는 풀코스에 도전하자.
DMZ를 힘차게 달리고 있는 내모습을 생각하니...아~ 가슴이 뛰고 설레인다.
내몸은 지금 철원에서 부천으로 돌아오는 승용차안이다.
그렇지만 내맘은 지금 대한민국 청정1번지, DMZ안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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