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면과 창문작업이 끝나고 나서 내부 바닥과 외부 시멘트사이딩을 동시에 작업했다. 동시에 했다는 표현이 이상하긴 한데 시간이 넉넉하지 못하다 보니 아주 잠깐의 짬이 생기면 시멘트사이딩 절단을 해서 한 두장을 붙인다거나, 좀 더 긴 시간이 있으면 절단톱을 꺼내서 마루판재를 길이에 맞게 자르곤 했다. 동쪽방향의 창문이 있는 벽면을 시멘트사이딩 작업하다가 창문이 밖으로 돌출되어야 함을 깨닫고 다시 창문을 뗐다가 붙였다. 시멘트사이딩은 전용 절단기로 자르거나 그라인더에 다용도 커팅날을 끼워 잘라야 한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몇 장 되지 않다보니 전용커팅기를 사기도 뭐해서 차트칼날을 열댓번 그어서 잘랐다. 주로 출근했다가 점심시간에 집에 와서 식사를 한후 서너장을 붙이곤 다시 일하러가고, 또 아침이나 저녁에 잠깐씩 시간내서 서너장을 붙이기도 했다. 외벽을 시멘트 사이딩으로 마감할 때 바로 합판에 붙이면 비가 오는날, 시멘트사이딩이 습기를 먹고 합판이 젖어버릴수 있다. 그래서 외벽 합판위에 1cm 두께의 세로바를 양쪽과 가운데 놓고 그위에 시멘트사이딩을 얹어 나사를 박았다. 실상 외벽 합판을 코팅합판으로 하지 않았기에 공간을 띠우는 꼼수에 다름 아니지만 이런 잔머리라도 생각해 낸게 용했다. 동쪽 방향을 먼저 끝내고 북쪽 방향도 끝냈다. 코너는 코너전용 ㄱ자철판으로 붙여 깨끗하게 마감지었다. 시간 날때 틈틈이 내부 바닥 마루도 잘라놓았다. 바닥마루는 옛날 학교에서 썼던 교실 마루를 뜯어온 것으로 사용했다. 나무도 단단하고 한쪽 방향으로 나란히 끼워넣을 수가 있어 틈도 적고 편했다. 창고 짓기의 마지막 작업은 선반 제작이다. 선반은 폼다래끼를 다리로 쓰고 1인치 다래끼를 받침으로 붙였다. 받침위에 12mm합판을 크기에 맞춰 잘라 얹었다. 거의 모든 사이즈가 동일하게 잘랐다. 가로 90cm, 세로 40cm로 하고 높이는 3단으로 했다. 선반 다리와 받침을 먼저 고정시키고 마지막으로 판재를 얹어줌으로써 작업은 끝이 났다. 보조적으로 사포로 거친 거스름결이나 모난부분을 갈아주어 손이나 몸에 걸리지 않도록 했다. 배치는 주방에서 나와서 역ㄷ자 방향으로 놓이게 배열했다. 주방에 있는 짐들을 하나 둘씩 선반에 진열하는데, 여지껏 한번도 안썼던 남비나 그릇들,프라이팬, 다기, 가위나 국자도 있는걸 보고 깜짝 놀랬다. 역시 눈에 잘 띄어야 제대로 사용한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짐을 모두 옮기기 전에 걸레로 바닥과 선반도 닦아냈다. 요새 고사리수확이 한창이라 삶아 말린 고사리를 보관하는 선반위치도 정했고 선풍기를 올려놓는 위치도 정했다. 그동안 박스속에 쳐박혀 보이지도 않았던 그릇이나 바구니, 들통이 나도 살아있다고 자리를 잡고 모습을 드러냈다. 거실과 주방의 짐이 대거 이동하면서 집안이 단촐하고 깨끗해졌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면서그동안 너무 수고 했다고 위로해 주었다. 딱 그 한마디가 이렇게 기쁨을 주니 사람의 맘을 참 모르겠다. 내친김에 짜투리 재료를 이용해 새집도 두채 지어서 소나무에 하나, 수돗가 지붕에 하나 얹어두었다. 이제 흐뭇한 맘으로 새가 날아들기만 기다려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