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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엄청난 착각, 트레일레이스 연습

오늘은 어제보다 2025. 3. 3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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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건 십 수년이 되었지만, 트레일레이스는 이번이 처음이다. 달리기는 로드마라톤만 해봤기 때문에 산악에서는 달리는 속도를 전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이번 대회의 컷오프 기준은 시간당 3.5k라고 하는데, 나는 이걸 아주 우습게 생각했다. 로드마라톤에서는 42.195풀코스 완주에 보통 5시간을 컷오프 시간으로 한다. 계산해 보면 대략 시간당 8.5k 수준이다. 그렇다면 산악마라톤은  대충 시간당 6km를 잡으면 되겠지. 그런 계산으로 38km-j코스를 신청했는데, 그럼 완주하는데 6시간30분에 골인하는 것이다.
지난주 집에서 해발850m의 서구이재를 넘어 신암저수지까지 23km를 연습할때 까지만 해도 시간당 6km가 가능한 줄 알았다. 그러나 3월 30일(일)  실제 장수트레일런 일부 코스를 달려보면서  '엄청난 착각'을 했음을 깨달았다.
2025 장수트레일레이스 38-j구간은 장수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해서, 마봉산-논개활공장-CP1신덕산마을-CP2장안산 임도-  CP3지실가지마을-  CP4신덕산마을을 지나 장수종합운동장으로 돌아온다.

나는 8시에 신덕산에서 일행을 만나 차 한대는 지실가지마을 입구에 대놓고, 다른 차들은 신덕산 주차장에 주차했다. 8시 조금 넘어서 신덕산마을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밀목재에서 출발에 앞서^^


밀목재라 불리는 출발지는 처음부터 가파라서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몸도 풀리기전에 몇백미터를 오르다보니 숨도차고, 다리도 뻐근한게 완주조차도 도저히 못할것만 같았다. 그래도 '시작이 반' 이라고 4km를 가보니 한시가간이 걸렸다. 잠시 쉬면서 물도 마시고 과자도 먹었다. 같이 간 친구들이 베테랑이라 초반에 그들을 따라가기가 힘들었는데 점차 적응이 되고 언덕길도 낮은 구릉이 되면서 달릴만했다. 백운산, 범골봉을 지나 지실가지 마을도 지났다.

나무뿌리를 뽑아내고 있다.
전국에 흔한 이름의 백운산^^
장트레 안내표지판



갑자기 코스가 왼쪽 임도를 향해 내려가는 급경사가 나온다. 사람한명 다닐까 말까한 좁은 급 경사로늘 내려가니 꿈에도 그리던 임도가 나왔다.  그길을 따라 편하게 4km를 갔고, 그구간에서 시간을 벌었다. 그리고 아랫마을에서 올라온 CP2장안산임도 부근에서휴식한 후, 우측의 가파른 산길로 접어들었다.

날이 추워 고드름이 주렁주렁~
CP2 장안산 임도


봐도봐도 하늘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비탈길을 오르는데 왜이리 힘든거냐? 말도 나오지않아 그저 가뿐숨을 내수며 한발한발 천천히 내딛기만 했다. 멀리 보고 싶지도 않아 오직 코앞만 보고  걸었다. 그렇게 인내심이 바닥날즈음 장안산 입구 괴목마을 삼거리에 올라섰다.

괴목마을 삼거리


그런데 모두가 허기지고 힘이 빠졌기에 무룡고개 쉼터에가서 국수를 먹자고 했다. 다시 전진 방향과 반대로 500m를 내려가 쉼터에 들어갔다. 그렇지만, 예상과달리 사람들이 가득했고, 우린 기다리는데 30분이상이란 얘기에 막걸리한병 나눠마시고 일어섰다. 다시 끙끙대며 괴목마을 삼거리를 지나 장안산을 향해 올라갔다. 비록 국수는 못먹었어도 막걸리 한잔의 힘인지 지치지않고 단박에 치고 올라갔다. 무룡고개가 해발 900미터이고 장안산이 1,237m이니  337미터를 치고 올라간 셈이다. 장안산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저멀리 남덕유산과 지리산을 둘러보았다. 언제 보아도 가슴 뭉클한 지리산과 노고단쪽의 반야봉이 묵묵히 바라보며 응원해준다.

저멀리 천왕봉과 반야봉의 지리산 주능선
남덕유산과 서봉


다시 지실가지 마을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전에 산림과에서 일할때 한던 탔던 길이라 눈에 익었다. 그렇지만 길이 가파르고 매우 좁았다. 일부 구간은 미끄럽고 질퍽거려 넘어지기 쉽상이다. 내려오는길을 멧돼지가 파제쳐놓아서 포슬포슬하기도 했다.  길옆에 오래도니 노각나무가 많았는데 도재체 나무 이름이 떠오른질 않아 두고두고 생각해 내려고 신경을 썼지만, 산을 내려오기까지 생각해내질 못했다. 어떤 동물을 생각해서 외웠던 터라 자꾸 동물이름 만 생각했다가 끝내 포기했다. 길중간 중간 쓰러진 나무나 돌덩이를 치워가며 길안내 리본도 다시 정비했다.

길을 막은 나무기둥
겨우겨우 걷어내 치웠다


역시 오르막보단 내리막이 편하고 기분좋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자꾸 오르려고만 하는걸까? 적당히 올랐으면 내려올 생각을 해야하는데 자꾸 더 지키고 오르려고만 하는게 안타깝다. 드디어 너덜너덜 돌길이 보이고 계곡에 도달했다.겨우내 눈이 많이 내린 덕분에 계곡물은 맑고 수량도 많이 흐르고 있다. 재잘거리며 걷뛰하다보니 이윽고 차량을 세워둔 지실가지마을이다. 계획대로라면 다시 범골봉을 올라 신덕산까지 가야했지만, 처음 산악길을 탄 나는 많이 지쳤다. 내맘과 지인들맘이 서로 일치했기에 우린 차를 타고 신덕산주차장으로 왔고, 그냥 헤어지기 뭣해 읍내 식당으로 가서 식사와 반주 한잔을 나웠다. 식사 후,  난 차를 식당앞에 주차하고 집을 향해 걸었다. 마무리로 걷기를 통해 몸을 풀어주고자 했다. 집에와서 가볍게 씻고 다리를 찬물과 뜨거운물에 담궈 피로를 풀었다.
마지막으로 오늘 거리와 시간을 체크하면서 다음주 대회에서의 목표와 전략을 완전 수정했다. 우선 속도를 시간당 4km로 잡고, 총 완주시간을 9시간30분으로 바꿨다. 내가 예상했던 6시간30분과 무려 세시간 차이가 난다. 그리고 완주 전략도 수정해서 가파른길은 가능한 걸어서 힘을 보충하고, 평지와 내리막에서만 달린다. 이번주는 무리한 운동은 말고, 몸의 피로를 충분히 풀고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대회를 맞이하자.

2025 장수트레일레이스 주소
https://rocknru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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