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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물
제5회 장수트레일레이스 38K-j 완주기 본문
대회전
트레일레이스?
장수에 살게 되면서 처음으로 알았고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전에도 트레일레이스라는 단어를 몇번 스치듯 듣기는 했을텐데,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오히려 '산악마라톤이라고 하지 뭔 트레일레이스야?' 라고 생각하며 관심없이 지나갔다.
그러다 3년전에 내가 관리하는 공원에서 대회가 처음 열리는 것을 보고 '아~저렇게 모여서 산을 뛰어갔다 내려오는 대회구나' 라고 인식했다. 그러면서 좁은 산길과 바윗길, 낭떠러지 같은 비탈길을 달리다 부딪치거나 실족하면 어쩌지? 위험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런 대회가 2회, 3회, 4회 열리면서 규모가 커졌고 코스도 많아졌다. 그러다 지난해 4회 대회가 끝난뒤, 대회 참가자가 대부분 외지인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장수인으로 조금 미안한 맘이 들었다. 5회 대회 안내광고를 보면서 '장수군민인 내가 참가해야지' 라고 맘을 먹고 접수창을 두드렸다. 대게 일찍 마감되어 버렸지만, 다행히 장수군민 혜택으로 더 저렴하게 안정적으로 접수할 수 있었다. 나는 4k, 5k, 20k, 38k-p, 38k-j, 70k중에 어느 코스를 참가할까 고민하다 38k로 정했다. 38k는 내가 마라톤 42.195km를 달려보았기에 가장 근접한 거리였고, p코스와 j코스중 조금 더 힘든게 j코스라는 얘기에 장안산 이니셜의 j코스로 택했다.


대회 접수를 마치고 나니 세달의 시간이 주어졌다. 1월은 기초체력을 만들고, 2월은 장거리를 달릴수 있게 연습하고, 3월은 속도를 높이는 훈련을 계획했다. 일주일에 주중 두번 달리기와 주말달리기를 하자고 맘먹었다. 그러나 정해진 운동을 하기엔 장수의 겨울은 참혹했다. 12월부터 쏟아진 폭설은 3월까지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들었다. 눈이 한번 내리면 20cm는 기본이었다. 그렇다보니 1월의 연습량은 28.5km에 그쳤고, 그나마 다행스럽게 눈치우느라 팔다리 근력운동은 실컷했다. 2월은 53km를 연습했고, 1월과 마찬가지로 근력운동을 눈치우기로 대신했다. 그래도 다행인건, 점심식사후 매일 체력단련실에 가서 자전거타기로 다리근력을 키웠는데 이게 기초체력 키우기에 큰 도움이 된것 같았다.
3월이 되면서 조바심이 밀려왔고 무조건 주말에 장거리 운동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적어도 대회 참가전에 38km의 70%수준인 30km는 달려보아야 했다. 3월엔 150km를 달렸는데, 주로 주말에 긴거리를 연습했고 주중엔 5~7km를 빠른 달리기로 연습했다.
3월9일 22km
3월16일 18km
3월22일 23km
3월23일 21km
마지막으로 3월30일 최종으로 내가 달릴 장수트레일레이스 장안산구간을 20km달리고, 도로를 5km달리며 최종 점검했다. 다음 대회일까지는 근육의 피로가 있으니 푹 쉬기로 했다(소위 테이퍼링)
목표시간도 설정했는데, 도로에서 연습할때 페이스와 천양지차를 느꼈다. 나는 첨에 시간당 6km정도 달릴수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실제 산길을 달려보니 4km를 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완주 목표시간도 9시간 30분. 8시 10분 출발해서 오후 5시 40분 골인하는걸로 잡았다. 그리고 초반 장수운동장에서 논개활공장까지가 매우 가파르기에 그곳에서 지치지 않으며 컷오프 당하지 않도록 힘을 분산하는게 중요했다. 그래서 초반은 가장 후미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이제 대회 하루를 남기고 필수장비를 점검했다.
베스트(런닝조끼), 바람막이, 방수자켓(방수자켓이 없어 생활방수만 가능한 자켓으로)
신발(경등산화), 물통(생수병하나. 기념품인 플라스크하나), 은박담요(구매), 응급키트 및 붕대, 비상식량(에너지바 2개와 마라톤젤3개), 호루라기(베스트에 달린것), 랜턴 및 보조배터리(다이소 구매), 개인용 컵(등산용 스텐컵), 모자와 고글은 필수는 아니지만 구매했다. 스틱은 팔공산에서 주워온 짝맞지 않는 등산스틱 두개를 준비했다. 비가 내리면 신발이 젖을수있기에 스패츠도 챙겼다.
2일전에 도착한 배번과 기념품을 펼쳐놓고 완주를 다짐하는 기념사진을 찍었다.



대회당일
아침 6시에 일어났다. 김칫국에 밥을 한그릇 뚝딱 말아먹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오전 10시부터 비소식이 있어 아예 긴바지를 입고 겉옷도 바람막이 자켓으로 입었다. 덕분에 베스트가 가벼워졌다. 7시10분에 집을 나서며 아내와 포옹을 하고 기운을 받았다. 가벼운 맘으로 운동장으로 내려갔고 대회장 입구 주로에서 이병태 팀장을 만났다. 이번 대회의 주무팀장으로 새벽부터 나와서 길안내와 행사지휘에 여념이 없었다. 7시 출발하는 70km, 38km-p코스 주자를 떠나보내고 대회장으로 복귀중이었다. 내가 발견하고 소리쳐 차에 태우고 대회장입구에 내려 주었다. 장수로 귀농한 후 알게 되었는데 맘도 잘맞고 인연이 이어져 친하게 지내는 공무원이다.
이팀장을 내려주고 주무대 근처에 주차했다. 복장을 점검하고 대회장에 들어가니 주력대오가 출발한 후라 조금 한산했다. 8시 출발의 공지가 나오면서 출발선앞에 다시 수백명이 모였다. 무대사회자의 진행으로 몸을 풀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온갖 형형색색의 복장과 참가자들의 발랄함으로 활기가 넘친다. 서로 삼삼오오 아는 사람들과 연인들이 서로 응원하며 기념사진을 찍는다.








부럽다~ 로드마라톤에는 나도 많은 지인들이 함께 하지만, 이번 트레일레이스 38j코스는 아는 사람이 없다. 그래도 혼자만의 여흥을 즐기며 스틱을 들고 노르딕처럼 걷기 연습도 하고 스트레칭도 했다. 8시가 되어 A그룹이 출발했고, 내가 속한 B그룹은 8시 10분에 출발했다. 나는 초반 급경사에 지치지않기 위해 맨뒤에서 10번째 정도에 위치했다. 대회 운동장을 나와 6~700미터를 달려 두산리에서 마봉산오르는 산길로 접어들었다. 앞서 달리던 선수들이 긴줄을 서서 걸으며 산길을 오르고 있다. 이런~~초반에 지치지 않아 좋긴한데 너무느리다.
그래 어차피 나중에 추월하지 뭐 하면서 느긋하게 올라갔다.


스틱이 있어 힘을 분산하면서 사족 보행을 하니 힘들이지 않고 활공장에 도착했다. 시간은 정각 9시. 계획한대로 1시간 이내에 첫스타트를 잘 끊었다. 산마루에 펄럭이는 깃발을 보면서 잠시 멈춰서서 대회장을 내려다 보았다.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침공할 때 이런기분으로 내려보았을까?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진도 찍고, 복장도 다시 점검했다. 바람 막이 자켓안에 입었던 반팔을 벗어 가방에 넣고 좀더 간편화했다. 5분간 머물고, 활공장을 800미터 내려가 첫번째 CP에 도착했다.

시간은 9시09분. 신나게 벨을 흔들며 고래고래 응원하고, 친절하게 먹을것을 챙겨준다. 나는 물한모금, 바나나 한조각, 오렌지 두조각, 과자 두개를 먹고 가져갔던 마라톤젤 하나를 먹었다. 화장실에 가고 싶었는데 줄이 길었다. 다음에 가지뭐 하면서 9시 20분 출발했다. 내뒤엔 40 여명이 남아있었다. 이제부터 두번째 CP까지는 12.7km를 가야 한다. 가는길에 가장 힘든곳이 두곳인데 바로 시작점인 밀목재 초입과 지실가지 삼거리를 지나 장안산임도를 만나는 내리막이다. 힘을 조절해서 한발한발 천천히 해발 650미터 밀목재에서 900미터까지 올라갔다. 날은 잔뜩 찌뿌렸지만 아직까지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산마루에 접어드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산길은 아직 젖지않아서 포근포근하니 부드러웠다. 소위 낙타등같은 오르락 내리락길을 사뿐사뿐 6km쯤 달렸다. 워낙 후미에서 출발하다 보니 뛰어간 선수들은 내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고, 내뒤는 걷는 선수들이라 산길은 나홀로였다. 백운산을 지나 범골봉에 이르는 길은 장수트레일레이스 코스에서 내가 꼽는 최고의 달리기 길이라고 생각된다.

지실가지 삼거리를 지나면서 나중에 장안산을 내려와 저곳을 다시 올라올걸 생각하니 아찔했다. 서두르지 말고 힘을 후반부에 쓸수있게 비축해야지 또 다짐하며 산마루길을 계속 걷뛰했다. 그러는 사이 드디어 산마루에서 임도로 내려가는 비탈길을 만났다. 워낙 가파른길이라 내 앞의 주자들이 쭈욱 줄을 늘어서서 로프를 잡고 내려가고 있었다. 난 지난주 여기를 답사했었기에 심리적으로 안전했고 몸도 아직 지침없이 건장했다. 더구나 스틱 두개를 교대로 짚어가며 힘을 분산해 내려가니 그렇게 쉬울수가 없었다.지난주 답사때는 스틱이 하나 밖에 없어서 아예 한손에 들고 밧줄을 잡고 내려갔었다. 비탈길을 다 내려가서 임도길을 만났다. 이제 평탄하지만 속도를 내서 장안산임도 CP까지 가야한다. 비가 내리고 있어 몸은 다젖고 있었다. 가방에서 신발스패츠를 꺼내 덮었다. 몸은 젖어도 발이 따뜻하고 뽀송뽀송하면 오래 뛸수 있을 것이다. 조금 뛰다가 빨리걷기 신공으로 4km를 가니 요란한 응원소리가 들려오고 모퉁이를 돌아서니 두번째 CP가 나타났다.
오호라 여기가 바로 주먹밥과 사골국을 준다는 곳이구나. 시간을 보니 12시 02분. 먼저 바나나 한조각과 과자 한조각을 먹고 포카리스웨트도 한모금 마셨다. 배도 고파서 주먹밥 두개를 먹고 사골국물도 반컵 마셨다. 설문조사에서 주먹밥을 네개 먹는다고 했는데, 뒷사람들 생각해서 두개만 먹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젤 하나를 먹고 과자비스켓 세개를 주머니에 챙겼다. 그런데 아까부터 소변이 마려웠던터라 줄서서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10분쯤 소비하고 12시 12분 출발했다. 언제나 시작점이 힘들었는데, CP는 그 힘듦을 쉬면서 먹으면서 충전하라는 의미같았다. 다시 지팡이 두 개와 내 두다리에 의지해서 차근차근 장안산 산마루길을 향해 올라갔다. 임도에서 산마루까지는 해발 650미터에서 950미터까지 약 600미터 거리다. 단기적으로 장안산까지만 간다면 한달음에 뛰어 올라갈 수 있겠지만, 지금 그렇게 무리를 했다간 나중에 쥐가나서 걷지도 못한다는 것을 이미 마라톤에서 경험했다. 가능한 힘을 아끼고 나중 7~8km 남기고 완주 확신이 들었을 때 힘을 쏟아부으면 된다. 지난주 연습때보다도 더 느리게 장안산을 올랐는데 정상에 서니 오후 1시 12분이다.

거리상은 3km정도밖에 안되지만 CP에서 한시간이 걸렸다. 해발 1,100미터에 올라서면서 날이 추워지고 바람도 거세게 몰아쳤다. 비바람에서 진눈개비로 바뀌면서 뺨을 때리는데 그나마 고글이 있어 다행이었다. 그렇지만 손이 너무시려서 가지고 간 비스켓 봉지를 벗기지를 못했고 과자를 꺼내느라 내린 지퍼도 올리는데 애먹었다. 천상 포기하고 장안산을 찍고 중봉을 지나 지실가지를 향해 빠르게 내달렸다. 워낙 가파른 산길에 비까지 내려서 많은 사람들이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스틱이 부러졌다. 난 옷이 다젖고 추웠기에 저체온증에 걸리지않기 위해 달려서 땀을 내려고 했다. '이래서 정말 산악마라톤이 위험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장수 군청에서 안전관리자로 근무하는 내 입장에서는 더 조심해야겠다고 되뇌이며 스틱을 적극활용해서 안전하게 내딛었다. 비탈이 끝나고 계곡으로 접어드니 경직되었던 몸도 풀리고 미끄럽지도 않게 되어 제법 속도도 낼수가 있었다. 이제 걷기파는 완전 따돌리고 뛰기파가 눈에 들어온다. 윗지실가지를 지나 개울을 열번쯤 건넌 후 세번째 CP에 도착했다.


여기에 오니 한시간 먼저 출발한 70km 선두주자들이 한두명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저들은 대체 산을 뛰는거냐 나는거냐? 이곳이 70km주자들에겐 여섯번째 CP이다. 시간을 보니 오후 2시. 먼저번처럼 과일부터 먹을것 먹고 에너지바도 하나 먹었다. 이번엔 주최측이 주는 에너지젤을 하나 먹고 물병에 이온음료도 채웠다. 이제야말로 마지막 고비를 만난건데 여기서 힘을 다쏟을 만큼 내달리면 마지막 CP를 지나 논개 활공장에 오를때 힘이 다빠질것같아 최고의 속도를 내지는 않고 오를때는 천천히, 평지와 내리막에선 중력의 힘으로 빠르게 달렸다. 그러나 언덕을 오를 때 힘든것보다도 내리막에서 미끄러지지 않는게 더 어려웠다. 그리고 70km주자들을 오는 방향에서 마주치면서 서로 비켜가야 했기에 그것 또한 성가시고 힘들었다.
한30분 사투끝에 산마루에 올라서며 오전에 지나간 낭만 가득한 산길을 만났다. 그러나 비가 내려 길은 젖어있고 장안산으로 향하는 70km주자들과 자주 부딪치니 아까의 호젖함은 사라졌다. 날씨는 개인다고 예보했지만, 여전히 비가 내리고 바람이 매서워 손이 곱았다. 스틱을 잡은 손을 호호 불어가며 1km씩 줄어드는 안도감과 완주가 코앞이라는 희망으로 마지막 CP를 향했다. 아까는 뽀송뽀송하게 사뿐히 지나간 길을 패잔병처럼 무거운 몸으로 되돌아 신덕산마을CP로 내려왔다. 시간은 15시 53분. 십분간 머물고 마지막 5km를 전력질주 해서 4시30분안에 골인하리라 맘먹고 나서는데, 자원봉사 스텝이 악천후로 대체코스로 변경되었다면서 덕산저수지길로 안내를 했다. 순간, 나는 이리로 가면 길이 없음을 알았고, 그자리에서 문제제기를 했다. 스텝은 짜증난다는 표정과 말투로 계속 내려가라고 하며 다른 선수들을 내려보낸다. 난 '내가 이마을 주민인데 여긴 길이 없다'고 했다. 다시 전화해서 확인해보라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러는사이 수십명이 스텝이 안내한 길로 뛰어간다. 답답했다. 대회관계자에게 전화를 해야 하는데 내겐 전화번호도 없다. 그래서 나 역시 기록을 단축해야 하기에 시간을 낭비할수없어 대체코스로 달려내려갔다. 달리면서 '도로 끝에 골인점을 설치하고 버스로 회차시키려는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38km를 달리는데 앞서가던 선수들 수십명이 되돌아 올라온다. 내가 그들에게 길이 없다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그들도 38km를 다 달려도 골인점이 보이지 않고 길이 막혀서 돌아나오는 중이었다. 그들은 화가 나 있었고 누군가가 대회관계자와 통화를 했다. 그러더니 셔틀 차량이 다시 태우러 올것이라고 한다. 잠시후 대회측에서 그래저 차량이 와서 잘못 안내했다고 했다. 난 화가났고 아까 내가 그렇게 마을주민이라고 얘길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음을 지적했다. 다른 선수들도 우~하는 분위기였다. 만약 이런일이 전쟁터에서 일어났다면 우린 다 몰살당하는건데 누가 책임을 질것인가? 잠시후 스타렉스나
와 카니발 같은 승합 차량이 와서 다른 선수들을 태워갔다. 나는 옆에 동료선수가 부른 아내의 승용차를 타고 대회장 입구로 와서 내렸고 300미터를 달려 천천히 피니쉬했다. 같이 타고온 동료와 통성명을 하고 지휘본부에 가서 이상황을 항의했다. 지휘본부서는 기록은 정상적으로 체크되었다고 하면서 완주를 인정했다. 아주 기분나쁘고 찜찜했지만, 골인을 안할수는 없었고 그래봐야 나만 손해였다. 기록은 8시간 57분 04초. 잘못된 안내만 아니었다면 15분 이상은 단축했을 텐데...두고두고 아쉬운 부분이었다.



마지막 대체코스만 가지 않았다면 아마도 십여분을 단축하고 즐겁게 골인했을것이다. 어차피 혼자 참가한 터라 터벅터벅 걸어가 등록처에서기념메달을 받고 집으로 왔다. 아내가 따뜻한 닭죽을 쑤어놓고 막걸리 한잔을 따라준다. 저녁늦게 주무팀장과 통화하면서 밤늦게 장안산에 올라간 70k주자들의 안전이 걱정된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뒤 대회를 중단하고 각 CP에서 컷오프처리 했다는 얘길 들었다. 그제야 안도가 되었고 난 잠자리에 들었다.

대회후기
대회가 끝나고 나니 그동안 완주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조마조마했던 불안감이 해소되며 맘이 상쾌해졌다. 잠도 밤 아홉시부터 담날 일곱시까지 실컷잤다. 그리고 가만히 코스 완주와 대회준비, 장비와 복장을 점검했다.
연습량-아무리 얘기해도 부족하기만 했다. 1월 기초체력 만들기 실패, 2월 장거리훈련 계획이 3월에 실시됨. 막판 장거리 훈련을 2월에 마치고 3월엔 실제코스에서 적응과 스피드 훈련을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한시간 정도 기록을 앞당겼을 것이다. 그러나 3월30일 훈련 후 일주일간 연습없이 푹 쉰게 피로회복에 큰 도움이 되었다.
장비와 복장
베스트-5L로 준비했는데 많이 작았다. 아무래도 바람막이 자켓과 티셔츠, 보조양말 등을 넣고자 한다면 10L가 좋겠다.
신발-아디다스 트렉스인데 조금 투박한 경등산화급이다. 많이 무겁지만, 바닥이 접지력이 매우좋아 빗길에 완주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HOKA를 많이 신었는데, 나는 로드마라톤화는 아식스와 나이키만 신다보니 다른부분은 잘 모르겠다.
방수자켓-사실 대회가 규정한 방수자켓이 없이 생활방수 수준의 자켓으로 장비검사를 통과했다. 비가 스며들어 엄청 추웠고, 좋은 자켓입은 선수들이 부러웠다. 이참에 반드시 2.5l방수자켓을 사리라.
랜턴-아주 긴급하게 다이소에서 1000원짜리 랜턴과 건전지 8개를 1,000원에 샀다. 이만큼 가볍고 싼것은 없으리라. 이것도 마지막이고 근사하고 쓸만한 걸로 준비해야지.
에너지젤과 비상식량-대회 CP에 들를때마다 실컷 먹어서 챙겨간건 에너지젤 두개만 소모. 효과는 모르겠지만 힘들이지 않고 완주.
스틱-이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폼나는 카본소재나 접이식이 있으면 좋겠지만, 많이 부러지는것도 보았다. 힘이 있다면 무겁긴해도 튼튼한게 제일이다.
대회코스-아주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이고 장수군청의 전폭적인 지원이 느껴지는 대회이다. 코스도 다양하고 좋은데 70k와 38k-j는 좀더 시차를 두고 서로 겹치지 않도록 하면 좋겠다.
CP운영-적당한 구간에 힘을 보충할수 있도록 잘 설치했다. 먹을거리도 충분하고 자봉스텝도 친절하게, 응원도 신났다. 다만 화장실이 두칸정도 추가 설치가 되었다면 좋았겠다.
대체코스안내- 옥의티였다. 기상이 악화해서 안전을 위해 대체코스를 안내했지만, 고집불통과 일방적 지시로 수십명이 헛고생했다.
대회중단-밤이 늦어지고 비까지 예상보다 많이 내려 아주 위험했는데 적절하게 중단조치를 했다. 완주하고자 했던 70k주자들에 아쉬움은 남겠지만 과감한 결정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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