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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제보다 2011. 8. 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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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겐 숨기고 싶은 형이 한 명 있다. 형은 외관상 커다란 이상함은 없지만, 남들보다 덜 배웠고 판단력이나 행동이 느리고 둔한 편이다. 그런것은 그런대로 참을 만 하지만, 거짓말을 너무 잘 한다. 어려서 초등학교만을 졸업하고 서울서, 다른 지방 등에서 사회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글이나 한문, 영어 등은 모르지만, 나름대로 눈치보는 것이나 잔머리는 발달해 있다. 그게 오히려 독이다. 아예 모름만 못하다. 가령, 거짓말을 살짝 하고 시침을 떼지만 좀 있으면 들통이 나고 그걸 덮으려고 더 큰 거짓말을 함으로써 더 크게 들통이 난다. 너무 안타깝기도 하지만, 나도 화부터 내는 경우가 많이 있다. 또 내가 싫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전화번호와 휴대폰을 일 년에도 두 서너 번씩 바꾸는 일이다. 내가 아무리 다 이해하려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고 정말 보고싶지 않은 인간이다. 형이랑 나랑 살았던 시간은 어릴 때 겨우 몇 년 이다보니, 난 지금도 형의 생활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형이 결혼을 해서 아이들이 셋이나 태어났다. 형수도 뭔가 부족한 사람이라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내겐 걱정이었다. 역시나,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인성이나 지적 자극을 주고 올바르게 키워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애들은 방치되었다. 아이들 외할머니가 거의 맡아서 키우다보니 애들은 외할머니의 말투를 많이 배우게 되었다. 외할머니는 말을 더듬으시고, 형수는 더욱 더듬는다. 그런 애들을 보면서 난 가슴아파했고 내가 언젠가 애들을 데려다 치료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들 학교가 방학을 했다. 방학기간이라 집사람과 논의해서 우선 애들을 두 명 데려왔다. 큰 아이는 중1이고, 둘째아이는 초딩5년이다. 큰아이는 말을 더듬고 동생에게 화를 잘낸다.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하다고 할까....그런 행동을 보면 비열해보여 화가 나지만, 되돌아서서보면 안타깝다.

방학기간이라 학교에서 배우는 책을 가지고 공부를 시켜보니 중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덧셈,뺄셈을 좀하고 숫자는 십만이나 백만이 넘어서면 힘들어한다. 둘째아이는 5학년임에도 겨우 가나다를 읽고 숫자는 100이하만 겨우 안다. 또래 애들보다 키는 10센티이상 작고 몸무게는 절반 정도다.

 

 애들을 처음 데려와 몇 일 푹 쉬게 하면서 애들의 상태를 보면서 난 혼자 가슴아파 했다. 애들이 공부를 잘하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기본적인 셈법이나 글에 대한 이해를 위해 목표를 세웠다. 큰 아이는 숫자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하고, 말을 더듬는 습관을 스스로 인식해 고치는 노력을 할수 있도록 하자. 컴퓨터는 한글 타자연습을 300타수준으로 높이자.(지금은 독수리타법으로 150타수준이다) 둘째 아이는 뜻을 몰라도 글자는 읽고, 숫자는 1,000까지 쓰고 더하고 빼고 할 수있도록 하자. 날마다 책을 붙잡고 설명하고 이해시켰다. 벽에는 유치원 아이들이 읽는 그림판과 숫자판을 붙여놓고 들랑 날랑하면서 읽어보게 하였다. 둘째 아이의 진도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회사에 다녀오면서 숙제를 주면 숙제를 해놓고 검사를 받으면 스스로 안다는 것을 좋아하였다. 자극과 반응의 순환고리가 잘 끼어지기를 바랬다. 둘째 아이는 칭찬에 조금씩 변화하며 반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큰 아이는 자기에게 나나 집사람이 국어책을 함께 읽어주는 것을 창피해하였다. 처음엔 순응하고 잘 따르더니 점점 대답도 회피하고 수업이 끝나면 동생에게 화풀이하고, 방을 나가서는 ‘짜증나’를 반복했다. 나는 동기를 부여하기위해 한글타자를 300타 치고, 수학책을 다 떼면 MP3를 사주겠다고 했다. 아이는 처음에는 잠깐 좋아하면 하다가 이내 포기하겠다는 말을 했다. 다양함이라는 표현에 꽂혀서 무엇인가 잘 할수있는 것을 찾아주고 싶어 탁구를 가르쳐봤다. 처음에는 기본 스윙자세를 하루종일 연습하고 라켓을 집에 가져와서까지 연습했다. 그러다 몇일 뒤 자기는 선수가 될 생각이 없으므로 안 치겠다고 한다. 인라인을 타게 해 보았다. 엄청 기대를 하고 있었는지, 나의 살로몬 인라인을 들고 공원을 갔다왔다. 그러더니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휴일에 가르쳐주겠다고 했는데 완전 포기하겠단다. 나는 조바심이 났다. 도대체 아이에게 무엇이 적절하고 아이가 잘하면서 즐거울만한건 무엇일까? 태권도나 미술, 피아노를 얘기해도 자긴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며 컴퓨터 게임할테니 피시방 갈 돈이나 달란다.

 

 난 말더듬은 교정 치료소에서 치료를 받게 하고 컴퓨터 타자는 옆에서 감독만 하고 수학은 직접 가르쳐봤다. 어느 일요일 오후, 수학 숙제를 몇 문제 내주고 이것만은 이해하고 다른 공부를 하라고 했다. 그런데....

정답 위에 ‘씨발 짜증나’ 를 크게 써놓고 한문제도 풀지 못한다. 토요일 오후에 자세히 가르쳐줘서 다 안다고 큰소리 쳤던 문제다. 나는 왜 배운것을 잘 못하니 하고 물었더니, 나 없을때 정답을 보고 써 놓았다고 한다. 어떻게 할까? 난 큰 아이에게 잘못한 지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아이는 잘못했다고 했고, 나는 회초리를 가져오라고 했다.

본인이 몇 대 맞을것인지 물었더니 다섯 대라고 한다. 나는 힘껏 종아리에 회초리를 내리쳤다. 아이를 때리면서 나도 맞는 느낌이다. 군대에서 허구한 날 맞고 때린 이후 처음인것 같다. 체벌을 경험한 아이는 쉽게 얌전해졌다.

그냥 자기방으로가서 문을 닫아 버린다. 아무래도 강자에게 대들기엔 자신이 힘이 약한 것을 알아서일 것이다.

 

 일요일 저녁 아내가 퇴근했는데도 내다 보지도 않고 자는 척을 한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하자고 불렀다. 방안으로 들어오고 식사준비를 나르는 내내 일부러 내앞에서 다리를 절둑거린다. 정말 아픈것인지....한번 보라는 의미인지....지금은 힘이 없지만 결코 그냥 넘어가진 않겠다는 무력 시위를 하는 것인지...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헤쳐나갈수 있을까? 내가 삼촌 자격으로 또는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체벌할 권한은 있을까.

결국 아이는 인생의 한부분이라도 나와 살면서 생활한 것이 도움은 될까? 하루 종일 머리가 띵하고 나의 생각과 판단에 혼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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