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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제10회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대회

오늘은 어제보다 2013. 9. 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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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3.9.8

장소: 철원 고석정

출전 코스: 하프(21,0975)

 

새벽 5시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하여 네시 반에 일어났다. 전날 챙겨둔 옷을 입고 아내번호표와 내번호표를 우선챙겼다. 그리고,냉장고에 넣어둔 과일과 음료를 가방에 넣은 후에 미리 준비해뒀던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 오늘 달리기를 위해 무슨 신발을 신을까 고민하다 여지껏 나와 함께 2년을 달려온 예전신발인 GT-2110을 신기로 했다. 구관이 명관이라니까~ㅎㅎ모든 준비물을 챙겨가지고 도로가에 나가 택시가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서울택시만 오갈뿐 부천 택시는 보이지않는다. 거의 20여분을 기다려서 5시20분이 되도록 택시가 없다. 아내와 둘이서 도로가에 서서 안절부절하는 폼은 똥마려운 강아지꼴이다. 나는 더이상 안되겠다 싶어 아내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집에 들어가 차키를 가져와서 내차를 몰고 역전으로 갔다. 역전을 향해 가면서 고민은 주차할곳이 없으면 뺑뺑돌다가 셔틀버스를 놓치면 어쩔까 싶었는데, 다행히 역전 공용부차블럭에 자리가 있어 주차를 할수있었다. 그리고 아내와 200여미터를 힘들게 달려서야 겨우 버스에 오르니 5시 31분이다. 버스에는 동서도 이미 타고 있었다. 버스는 잠시 기다리다 36분에 출발했다. 휴~ 하마터면 버스를 놓칠뻔했다. 아내와 나는 철원행스안에서 곧 잠이 들었다.

 

철원에 도착해 부평에서 오는 일행들을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짐을 보관할 텐트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고 몇분 기다리는데도 오늘 합류해야 할 에이스 가족이 안오고 있다. 전화를 하고 위치를 알려서 빨리 오라고 했다. 에이스는 딸랑 3분을 남기고서야 도착해 서로 인사하고 정황 나눌 시간도 없이 황급히 출발선으로 뛰쳐나갔다. 풀코스 출발 총성이 울린 잠시후, 나도 하프를 달리기위해 출발선에 섰다. 오늘은 모처럼 고글과 모자, 시계를 준비해왔기에 출발선에 서면서 맘이 편했다. 다만, 화장실을 다녀왔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출발 총성에 맞춰 달려 나갔다. 오늘 목표는 빠르면 1시간 40분, 늦으면 1시간 50분이내로 정했다. 초반은 다른 사람들의 흐름에 따르다보니 내 스피드가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지만, 일단 호흡이 거칠지않은걸로 보아 5분정도라 생각되었다. 1키로미터 지점을 지나며 시계를 보니 4분 43초 수준이었다. 몸을 풀지도 못한 상태였기에 조금 늦추기로 했다. 2키로미터, 3키로미터를 지나면서 속도를 늦추어서 키로미터당 4분55초 수준이 되게했다. 5키로미터를 지나면서 물을 한모금 마시고, 몸이 풀리고 땀이 흘렀기에 약간 속도를 높였다. 그러나 지금 달리는건 실상 내겐 오버페이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연습을 이렇게 빨리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 풀코스를 달리려고 신청했다가 하프코스로 바꾼것도 연습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가는데까지 가보고 지치면 그때 속력을 낮추기로 맘 먹었다. 대회를 연습삼아, 연습을 대회삼아 라는 어느 고수의 말이 생각났다. 7키로미터를 지나면서 풀코스4시간20분 페메를 앞질렀고 9키로미터를 조금 넘어서 4시간 페메도 앞질렀다. 거리의 곳곳에는 응원하는 분들도 많고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군인장병들이 쭈욱 늘어서서 박수치며 응원하는 것과 여학생들의 응원이 눈에 쏙 들어온다. 10키로미터를 조금 못미쳐서 하프와 풀코스가 나뉘어진다. 여기까진 풀과 하프가 함께 달려서 사람이 많고 번잡했었는데, 풀과 하프코스가 갈라지면서 달리는 사람이 적고 한산해졌다. 10키로미터를 지나면서 시간을 보니 46분 조금 넘었다. 내심 잘 달렸음에 만족하면서도 초반을 5분대로 시작하지 않은것이 맘에 걸렸다. 거기에다 화장실은 다녀오지 못해 계속 배가 아프다보니 내딛는 발에 힘써야지, 엉덩이에 힘써야지...두군데 신경쓰기가 여간 짜증나지 않았다. 11키로미터를 넘어서면서 드디어 신호가 왔다. 오른쪽 발목이 조금 뻐근해지면서 허벅지 다리가 힘이 빠지는걸 느낄수있었다. 애초에 5키로미터는 5분페이스로, 5-10키로미터는 4분 50초페이스로, 10키로미터 이후는 4분 45초 페이스로 달릴 계획이었었는데 초반 다른 선수들틈에 끼여 달리다보니 계획대로 달리지 못했다. 그 역효과가 이제 나타나면서 나의 다리는 주폭도 줄고 발걸음속도도 쳐졌다. 마침, 앞에서 자원봉사하시는 분이 스프레이를 뿌려주고 계시기에 나도 처치를 받았다. 그래도 발목은 살짝 아팠다. 이제 겨우 12키로미터인데.....걱정이 앞선다. 예전의 경험상 태봉교 다리가 나오는 18키로미터까지는 별 볼것도 없고 그늘도 없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사실 철원마라톤은 정말 힘든 대회이다. 말이 항금들녘이지 온통 땡볕에 벌판뿐이다. 언덕도 없고 내리막도 없는 철원평야를 주구장창 내달려야 하는......ㅋㅋㅋㅋ 이런 저런 잡념속에 그래도 15키로미터 표지를 지났다. 물 한모금을 빼뜨릴수없지...15키로미터를 지나면서 5키로 구간을 찍어보니 26분대로 떨어져 있었다. 머릿속은 지금 상태로 계속달리면 1시간 46-7분이 될것이란 계산이 되었다. 그러나 달릴수록 몸은 힘이 빠지고 엉덩이서는 방구가 나오면서 힘을 내기가 더 힘들었다. 드디어 18키로미터를 지나면서 태봉교를 반환하였다. 이제 조금만 더 달리면 20키로가 될것이고 1키로미터만 마지막 힘을 내면 골인할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한발 한발 나아갔다. 마지막 음료수를 마시면서 20키로 지점의 시간을 찍으니 5키로구간에서 27분을 넘었다. 아까보다 점점 느려지고 있다. 이상태라면 1시간 48분이 예상되는 기록이다. 아주 잘 달리지못했지만, 그렇다고 못달린것도 아니다. 그동안의 연습에 비하면 오히려 잘 달렸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오늘의 대회를 훈련삼아 다음달 부천복사골 대회에서 나의 최고기록을 갱신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마지막 1키로미터. 나는 5분폐이스로 힘차게 다시 내딛었다. 하나 둘 셋 넷, 마음속의 구령을 넣어가며 나름대로 멋있게 달려보았다. 골인지점에는 사진기자와 응원객들이 가득 모여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을 들으니 힘이 나고 의욕이 솟구쳤다. 몇키로미터는 더 달릴것만 같았다. 그렇게 마지막 스퍼트를 하며 골인했다. 1시간 48분 30초. 사진기자들 앞에서 부끄럽게 고개를 숙이지 말고 멋지게 브이 포즈를 하며 달렸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ㅎㅎㅎ

 

골인하고나서 물과 음료 기념품을 받아들고 처음 모여 짐을 풀었던 천막으로 갔다. 10키로 주자들은 모두 들어와 비빔밥을 먹고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서로 수고했다는 인삿물을 하며 나도 밥을 먹고 막걸리를 한잔 쭈욱 들이켰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하프를 달리는 선배를 마중나갔다. 예상시간이 2시간 15-20분이었기에 그시간 쯤에 마중을 1키로미터가서 기다리니 선배가 나타났다. 연습할때 가장 뺀했는데 그래도 완주를 끝까지 잘 하고 있었다. ㅋㅋㅋ

하나 둘 구령을 넣어주며 골인지점까지 함께했다. 선배가 골인한 후 몇분후에 풀코스 우승자가 들어온다는 방송이 흘렀다. 나는 기다리며 우승자를 보기로 했다. 피니쉬라인에서는 우승자를 맞기위해 테이프를 준비하고 바쁘게 움직였다.

 

2시간 34분에 드디어, 풀코스 우승자가 들어왔다. 검은 피부의 사냥개같은 발걸음으로 그냥 슈욱 달려들어오는 모습에 모두가 박수로 환호했다. 역시, 2시간 30분밖에 달리지 않아 그런건지 쌩쌩하고 지쳐보이지도 않았다. 2위로 들어온 선수와는 친구사인지 서로 격려하며 안아준다. 이번대회는 도나티엔이 보이지 않았다.(나중 알아보니 3위였다고....)

풀코스 우승자를 보고나서 다시 천막으로 와서 술 한잔 나누며 오늘의 대회를 이야기했다. 아내는 1시간 8분에 들어왔다고 했다. 난 3년전 처음 달릴때 한달을 연습하고도 1시간 7분에 뛰었는데....동서는 53분에 들어왔다고 한다. 다들 나보다 기본 체력은 좋은가보다. 막걸리와 족발, 치킨, 과일을 먹으며 우리의 에이스 풀코스주자가 들어오기만 기다렸다. 3시간 30분이 되어 이번에는 풀코스 선배를 마중나갔다. 1키로미터 앞에 마중을 가서 한참을 기다려도 선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응원객들에게서 얼음물을 얻어 가지고 선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며 시계를 보았다. 3시간 55분이 넘었다. 지금 보이지않는다면 4시간 이내에 들어오기도 어렵다.

 3시간 57분이 되어서야 지친 선배가 나타났다. 평소의 모습이 아니다. 정말 피골이 상접하고 지쳐서 얼굴에 힘이 없더라~ 나는 우선 얼음물을 한모금 건네주고 함께 달렸다. 구령을 넣어주며 마지막 스퍼트를 하고자했지만 너무나 지쳐있어 발걸음이 빨라지지 못했다. 결국 머나먼 풀을 완주하며 골인했다. 골인지점에는 아까의 하프 선배와 가족들이 함께 나와서 마중했다. 골인하자마자 잔디밭에 쓰러져서 다리에 쥐가 난다고 하고 아프다고 소리를 질러 우리는 한참을 주무르며 지친 다리를 매만져야 했다. 이런모습은 처음이었다. 선배는 초반 오버페이스로 19키로부터 몸이 힘들었다고 했다. 결국 마의30키로부터 걷고 또 걸으며 안간힘으로 겨우 겨우 골인했다. 그렇다보니 평소 3시간 30-40분대의 기록으 가지고 있었음에도 4시간을 넘고 말았다. 4시간이 넘었기에 마라톤 시민권을 박탈당했다. 마라톤에서 초반의 오버페이스가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지 뼈저리게 느낀 대회였다. 나도 지난해 3.1절 춘천대회서 초반 오버로 걸어걸어 두시간을 넘어 들어왔고 다린 쥐까지 난 적이 있었다. 충분한 연습과 연습에 따른 속도조절만이 최고의 기록을 보장한다. 훈련한 만큼 달려야 함을 다시한번 느꼈다. 올해초에 난 4시간 1분을 달려 마라톤시민권박탈, 오늘은 에이스가 박탈, 천코치는 언제 풀코스를 달렸는지 기억도 가물가물....이거 주당천리 모임의 낭패였다. 나는 11월17일 다시 시민권 획득을 위한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철원에서 부천오는 버스를 타고와서 예약한 식당에 들어가 뒷풀이를 했다. 오늘 대회에 대한 여러 이야기와 느낀 소감은 하루종일 이야기해도 끝이 없었다. 이제 다음 대회는 부천 복사골마라톤, 최고의 기록을 위한 연습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 내일 하루는 쉬고 모레부터 다시 연습을 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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