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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나무들

포도

오늘은 어제보다 2010. 3. 3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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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집 마당에 포도나무가 네그루 자라고 있다.

수년전 집 주인이 마당에 심어놓은 게 2그루이고, 올봄에 다시 2그루를 더 심어놓았다.

나도 나뭇가지 하나를 몰래 잘라서 집안에서 화병에 꽂아놓고 자라기를 기다려봤지만....한달이 못가서 죽어버렸다. 아무래도 시기가 적당하지 못했던것 같았다.

요즘 포도덩굴에 포도가 무성하게 열렸다.

집에 들어가고 나오면서 한두알씩 따먹다보니 이제 얼마 안남았다.

 

 

 

내생일은 한창 더운 여름날이다. 음력 7월16일이니 보통 8월중순에 걸린다.

중학교때 친구들과 옆동네로 포도서리 원정을 갔다. 마침 내생일날이다.

그때는 쌕이라고 부르던 가방을 하나씩메고 자전거를 타고 네명이서 옆동네친구네 집으로 간것이다.

옆동네라도 거리는 3십리가 넘었다. 

오후에 도착해 물놀이를 하고 놀고 저녁이 되어서 슬슬 서리를 하러 갔다.

다섯명이서 3십여분을 누비고 나오니 가방에는 포도가 가득하다.

너무 기분들이 좋아서 포도즙도 만들어먹고, 음료수도 먹으면서, 또 당시 유행하던것처럼 후레쉬를 흔들면서 춤도추고 놀았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동네를 나와 우리들 마을을 향해 자전거 폐달을 밟았다.

가방에 가득담을 포도를 한두송이 꺼내먹으면서....그런데

마을을 벗어나 우리동네와 중간쯤 왔을때 자전거를 힘차게 타는 아저씨가 뒤따라와 우리를 불러세우고 가방을 보자고한다. 아저씨는 밭에 나갔다가 밤사이 우리가 짓 이겨논 밭을 보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우리가 먹고 버린 포도껍데기를 따라 왔던 것이다.

길이 작고 또 아는 후배의 아버님이라 어디 도망칠데도 없다. 우린 거의 질렸다. 들켰구나!

아저씨는 우리에게 포도를 다 뺏고  눈에 보이는 대로 우리를 마구 두들겼다. 우린 싹싹빌었지만 용서해주지 않았다.

지금애들이야 어른들을 둘러싸고 맞짱이라도 뜨겠지만....그땐 그럴 상상력도 없었다.

우린 아저씨를 따라 다시 동네로 돌아갔고, 포도밭으로 끌려갔다. 이미 그 동네친구도 잡혀와있다.

어젯밤 우리가 삶아놓은 포도밭! 가지는 다 찢어지고 밭고랑 사이에 콩을 심어놓았는데 콩도 다 망가졌다.

아저씨는 우리를 지서에 신고한다고 겁주시고...우린 정말 이러다 학교 잘리는거 아니가 싶어 엉엉 울면서 빌었다.

결국 아저씨는 우리가 죄를 뉘우쳤다고 판단하셨는지 우리가 딴 포도를 되돌려주며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하셨다.

 

지금은 과일 서리라는 말이 없어졌다. 포도건 사과건 서리하다 들키면 그야말로 빵에간다.

서리라는 말대신 도둑질이라는 흉악한 말만 남았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수는 없고, 이제 내가 시골서 산다면 아이들이 몰래 따먹는것을 웃으며 눈감아주어야 할것이다.

그래도 남의 포도를 딸수있는 길이 있다.

바로 가을산행을 하면서 산 계곡에 열린 머루를 따는 것이다.

지금 파릇하게 익어가는 머루가 조만간 검게 변하면서 그 향을 물씬 풍겨낼 것이다.

 

 

머루

머루는 포도에 비해 알이 작지만 당도는 포도보다 낫다.

또한 옛날부터 우리 선조들이 애용해왔던 구황식물이다.

청산별곡이란 노래에서도 멀위랑 다래랑먹고...라는 가사가 나온다.

머루를 잘 따서 씻고, 소주와 설탕을 뿌려놓으면 한달뒤부터 머루주를 마실수있다.

다만, 그럴만큼의 머루를 구하기가 쉽지않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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