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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갯장어(하모)에 물린적이 있나요?

오늘은 어제보다 2010. 8. 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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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갯장어- 하모를 아시나요?

 

여름 휴가는 내게 많은 휴식과 충전의 시간이 되었다.

또한 잊지못할 추억과 상처도 남겼다.

추억은 다름아닌 갯장어낚시!

진도서는 하모라고도 한다.

태어나서 갯장어를 그렇게 큰놈을 잡아본것도 처음이고 이놈 갯장어라는 물고기에 물리기도 처음이다.

 

진도에 도착한 첫날은 날이 저물어 술잔을 낚아올리며 다음날의 낚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놓았다.

 

둘째날, 가족들과 함께 방파제위에서 낚시를 했다.

그러나 결과부터 말하면 전체가 꽝이다.

날고 긴다는 진도고향의 처남도 꽝이었다.

오히려 그게 위로가 된다. 전문가가 꽝쳤으니 아마추어야 뭐......밑져야 본전이다.

방파제 바닷가에는 숭어새끼들만이 유유히 떼로 몰려다니며 여름을 즐기고 있었다. 

 

 

 

 

 

둘째날 밤에는 바다위 전망대에서 낚시를 했다.

시원한 바람이 전망대위로 불어오고 우린 낚시대를 전망대 난간에 걸쳐놓고 캐미를 달아놓았다.

시원한 맥주한잔을 하면서 캐미만 감시 하면 된다.

이런 저런 얘기, 오늘 하루 공치고 밑밥만 뿌린얘를 하는데 처남이 벌떡 일어났다.

처남이 잡아챈 낚시대가 심하게 휘어지고 흔들렸다. 곧 부러질 태세다.

처남이 나에게 낚시대를 넘겨주었다.

나는 처남의 낚시대를 받아들면서 손맛을 즐겼다.

내가 끌어오는 동안 장어가 발버둥치면 줄이 금방이라도 끊어질듯 팽팽해진다.

다시 장어가 숨을 내쉬는 힘이 약해질때 나는 급히 릴을 감아올렸다.

퍼더덕 퍼더덕 멀리 후레쉬불빛에 장어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와~ 이렇게 클수가.

길이는 70센티에 이르고 굵기는 어른 손목만하다.

급 흥분! 

놓치면 안되겠다는 긴장감이 온몸에 퍼져나간다.

드디어 전망대 아래까지 장어를 끌어다놓고 직접 줄을 걷어올리기 시작했다.

아주 빨리 들어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어의 힘은 줄을 끊고 바다로 뛰어내릴것이다.

전망대와 바다의 거리는 10여미터 높이.

툭~ 툭 투투툭 발버둥치는 장어를 후레쉬로 비춰가며 잽싸게 끌어올렸다.

겨우 들어올려서 환호하면서 기념사진을 찍으려는데 드디어 낚시줄이 터졌다.

그것도 5호줄이......그나마 다행이다.

잡은후에 터졌으니.....그리고 낚시대도 금이가면서 못쓰게 되었다.

휴~

나는 장어를 아이스박스에 집어넣기 위해 머리를 잡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줄을 끊고 달아나기위해 발버둥치는 장어는 사나왔다.

그순간,

뭔가 따금하면서 엄지손가락에 통증이 느껴졌다.

아얏!

소리치며 손을 빼냈는데 이미 장어한테 물려 피가 흥건했다.

장어가 사람을 물다니~

난생처음 물고기 한테 물리는 웃도못할 경험을 했다. ㅎㅎㅎㅎ

집에와서 아버님께 물린 상처를 보여줬더니

80평생에 장어한테 물린사람 처음본다고 하시면서 얼마나 변변찮으면 장어한테 다 물리냐고 하신다.ㅋㅋㅋㅋㅋ

어렵게 잡아올린 장어는 담날 아침 장어탕으로 우리의 뱃속을 들어갔다.

 

 

 

 

 

 

 

 

 

 

 

갯장어의 추억과 스릴을 안고 담날 또 낚시에 나섰다.

진도에서 작은 진도로 유명한 접도로 갔다.

하지만 허탕, 접도 옆 동현마을로 옮겨서 낚시댈 드리웠지만, 또 허탕.

 

모두 새까많게 살이타고 얼굴을 지쳐서 땀이 비질비질한다.

하두 보다못해 아버님이 동네 주민에게 연락해서 우릴 전복 양식장으로 배태워 데려다 주셨다.

여긴 던지기만 하면 장어나 나온다는 일급 포인트다.

온갖 기대를 가지고 낚시 채비를 다듬어 아내의 낚시를 먼저 던져주었다.

그리고 나의 낚시에 미끼를 달고 줄낚을 던졌다.

기대감은 점차 초조감으로 바뀌었고 시간이 지나고 아내가 한마리, 한마리 잡아올릴때마다

 더이상 낚시를 통한 나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일은 포기해야 했다.

그런 나를 대신해서 아내가 장어를 4마리나 잡아 올렸다.

바로 내옆에서 끌어올리는 아내를 보면서 난......바늘을 손질해주고 장어 미끼를 끼어주고 시다바리 노릇만 했다.

비린내나는 고등어를 끼어주고 다 썩어가는 홍거시를 끼어주고......애구 내팔자야.

아내와 함께 나란히 낚시를 드리운 처남 아주머니도 덩달아 4마리를 잡아올렸다.

여긴 완전 여성시대다.

그렇게 한 두시간동안 장어 열마리를  들어올렸고 그놈들은 싱싱한 회가되어 우리의 배를 채워주었다.

 

 

 

 

 

 

 

 

 

 

 

 

 

 

 

 

 

 

 

 

3일동안 난 장어를 제대로 한마리 낚지 못했다.

비록 대물을 끌어올리며 손맛을 봤지만, 엄격히 내가 챈것이 아니므로 내가 잡았다고 할수도 없다.

행여 민물나가면 나을까 싶어 저수지 밑에서도 민물낚시를 했지만, 결과는 붕어한마리와 피래미 한마리다.

그렇지만 잊지못할 추억과 스릴, 상처를 남겨준 휴가는 내게 즐거운 시간이었다.

지금도 70센티 장어를 끌어올리던 그 손맛, 그때를 생각하며 즐거운 웃음을 짓곤 한다.

언제 또 그런 손맛을 느껴볼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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