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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골의 사람들 본문
멧골의 사람들
멧골에는 네 가구가 산다. 동고마을에서 저수지고개를 넘어서면 탁 트인 풍경속에 가벼운 비탈길과 논밭들을 마주치게 된다. 마을길을 중심으로 왼쪽은 논이고 오른쪽은 밭인데 밭의 시작점에서 만나는 집이 자유네 집이다. 내가 멧골에 살면서 제일 먼저 만나 자주 밥먹고 같이 일하고 얘기하는 젊은 친구다. 약 155센티미터 정도의 키에 몸은 다부진 역삼각형 근육을 자랑하고 날쌘 동작은 한 마리의 삵을 연상케 한다. 그는 십대의 어린 나이에 압록강을 넘어 중국을 갔다가 거기에서 남한으로 왔다.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 이름도 몇 번의 개명 끝에 자유로 바꾸었는데, 얼마전에 이슬로 바꾸었다. 자유네 집은 저수지가 전부 바라다보이는 작은 언덕위에 침실과 주방, 창고로 지어진 건물을 직접 지어서 살고 있다. 그가 사는 집은 전기도 없고, 수도도 없으며, 보일러도 없이 산다. 그가 사는 집은 지붕이 1미터 남짓으로 낮고, 집 내부는 바닥에서 60~70센티미터쯤 낮다. 나는 왜 그렇게 지었냐고 물었다. 그는 가스나 기름을 때지 않고 살기위해서 가능한 자연적인 단열방식을 고민하다 집을 낮게 짓고 땅속으로 일정부분 들어가게 지었다고 했다. 이른바 적정기술에 의한 단열방식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난방과 단열은 될지 모르나 장마철에는 습하고 곰팡이가 많이 슬어 내가 보기엔 영 맘에 들지 않았다. 나는 3월에 멧골에 이사한 몇 일후에 자유가 새롭게 집을 짓는다고 해서 주방과 거실동을 짓는 것을 도왔다. 전에 지었던 집과 마찬가지로 역시 땅을 파내고 양파망에 흙을 넣어서 빙빙 돌아가면서 벽을 쌓는 방식이었다. 이른바 ‘흙부대 공법’인데 과거에 미국의 나사(NASA)에서 달나라에 갔을 때 그곳에서 집을 지으려는 건축방식이라고 했다. 만약, 내가 자유의 방식으로 흙집을 짓는다고 한다면? 나는 가능한 바닥을 높이고 기둥과 벽면, 지붕을 높게 짓겠다. 그리고 벽면을 훨씬 두껍게 해서 단열을 유지하면서 지붕에 처마를 길게 내어서 비바람에 흙벽이 무너지거나 씻겨나가는걸 방지하겠다. 35도 내외의 적정하게 긴 처마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고도를 유지하게 해준다.
멧골에서 산지 한 두 달쯤 되었을 때 자유가 꿩 한 마리를 가지고 왔다. 우린 꿩을 푹 삶은 뒤에 그 국물에 국수를 말아먹었다. 꿩국물과 잘게 뜯은 고기에 국수를 삶아서 찬물에 휑궈낸 국수는 쫄깃하고 담백했다. 그야말로 산골에서 제대로 보식을 했는데 이후엔 다신 꿩고기를 먹진 못했다. 대체 꿩을 집주변을 그렇게 많이 날아다니건만 내손에 잡히질 않고 봉구(강아지)역시 꿩을 사냥해 오진 못했다. 꿩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다. 한번은 마을 도로를 자동차로 달리고 있는데 꿩 두마리와 새끼들이 도로에서 놀고 있었다. 난 차를 휙 달려가면 새끼 꿩들은 기어서 옆으로 비키고 어미 꿩들은 날아오르다 차에 부딪쳐 떨어질거라 예상했다. 그래서 차를 세게 밟았는데 꿩들이 분명 차 밑으로 들어온 걸 확인하고 잠시 뒤 꿩을 잡을 기대를 했건만...차가 지나갔는데 아무 느낌도 소리도 없어서 지나온 길을 봤더니 꿩들이 다 날지도 않고 피하지도 않고 엎드려있어서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이게 가능한 일인가?
자유는 우리집에 와서 많은 일을 도와주었다. 그중에서도 비닐하우스를 지을 때 하우스 파이프에 직결피스를 박는일에 큰 힘이 되었다. 하우스를 지으면서 설계의 중요성이 절대적이란걸 깨달았는데 내가 실수한 건 지나치게 피스를 박는 방식에 의존했던 거였다. 다른 건 그런대로 해볼만 한데 2미터 높이에 올라가 피스를 박을 땐 정말 힘들고 자칫 삐딱해서 피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게 다반사였고 가끔 사다리가 흔들릴 때면 아찔하기도 했다. 그런데 자유는 드릴을 들고 하우스 파이프에 몸을 실은 상태에서 손쉽게 피스를 박았다. 아마 내가 혼자하면 이틀이나 거릴건데 자유가 돕는 바람에 하루도 채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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