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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 끌어오기, 그리고 점적관수 본문
농사를 지으면서 올해처럼 가문 경우를 보질 못했다. 사실 귀촌한지 4년차라서 농사다운 농사를 못 지은바라 가뭄이나 홍수를 제대로 겪진 못했다. 그래도 2020년 처럼 70년만의 긴 장마라는 여름을 겪었다. 올핸 봄가뭄도 심했지만, 가을 가뭄 또한 매우 오래 계속되고 있다. 가을에는 비가 오지 않는게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벼 탈곡 후에 마늘 양파농사에는 비가 좀 와야 한다. 한달전부터 중생종 마늘을 좀 심었고, 양파도 모종 세단은(자색 두단, 흰색 한단) 좀 일찍 심었다. 양파는 너무 일찍 심으면 추대가 많이 올라오고, 11월 중순이 넘어서 너무 늦게 심으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지난주에 양파를 마저 심고나니 비가 내렸다. 아주 좋은 예감이 든다. 지나주 내린비로 뿌리는 잘 내릴듯하다. 마늘은 벌써 뿌리를 내리고 파릇파릇한 잎새를 서너장이나 내밀고 있다. 날이 따뜻한 지금 물이 많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비가 오지 않고 있어 물조리를 들고 물을 주다보니 몸은 고달프고 매일 밭을 갈수도 없다. 어디서 물을 끌어오거나 관정을 파야 하는데 관정은 수백만원이나 들어서 내가 시도하기엔 부담백배다. 그래서 고민끝에 산기슭의 계곡논에 고인물을 끌어오기로 했다. 여러가지 자료를 검색해서 계곡물을 끌어오는 원리를 익히고, 대략적인 흐름을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작업순서는 아래와 같다.
1. 페트병에 구멍을 뚫고 그겉에 양파망을 씌운다.
2. 페트병 주입구를 호스로 연결한다.
3. 호스끝에 음식물쓰레기통으로 1차 집수정을 만들어 물을 담는다.
4. 1차집수정에서 30여 미터를 호스로 연결하고 2차 집수정을 만든다.
5. 2차 집수정은 100리터짜리 고무물통을 놓았다.
6. 2차 집수통에서 40미터쯤 호스를 연결하고 밭에 놓인 1000리터 물통에 물을 담는다.
7. 물통하단에 점적호스를 연결한다.
1차집수통에서 물통까지 한번에 호스를 연결하면 편한데 그렇게 하면 호스의 길이가 70미터에 달해서 호스내에 공기가 차면서 물의 흐름이 느리고 양도 적게된다. 그래서 가능한 물이 제대로 나오게 하려면 중간에 2차 집수통이 있는게 좋다. 또는 호스를 25mm이상의 굵은 농수로관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러면 비용이 많이 든다.
1차 집수통에서 이어진 호스를 따라 물이 흘러내려와 2차집수통에 고이고 있다.
계획했던대로 계곡의 고인논물을 끌어다가 점적관수를 설치했다. 그러나 시행착오가 있었다. 1차집수통을 있는 통으로 쓰다보니 음식물 쓰레기통을 사용했는데 좀 작아서 물이 고여서 내려가는 힘이 약하다. 나중에 통을 좀더 큰것을 구해서 놓을 생각이다. 두번째는 물호스가 13mm로 작은 것이라서 물의 양이 많지 않고 수압도 약하다. 물론 논에 고인물이 적어서 원인이기도 하고, 1차집수통이 작은 면도 있지만, 물이 흐르는 호스는 가능한 굵은게 좋다. 이번 겨울에 돌아다니면서 좀 굵은 물호스를 구하면 주워다가 보수를 할 계획이다. 그래도 아쉬운대로 물이 잘 흐르고 비록 쫄쫄쫄 나와도 하루 모으면 1,000리터 통 2개의 양은 가득찬다. 그 정도면 밭에 물주는데는 부족하지 않아 다행이다. 부디 내년 양파 마늘이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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