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쫑맹의 農밀한 생활

우리 토종 종자를 만나보아요~

오늘은 어제보다 2023. 5. 2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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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귀농 귀촌을 하면서 하고자 마음먹었던 각오가 세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일체의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으로 농사를 짓겠다는 다짐이었다. 귀농 귀촌한지 4년 된 지금까지는 잘 지키고 있다. 기계에 의한 쟁기와 로타리 보다는 내손에 쥔 괭이와 삽으로 밭을 일구고 가능한 경운도 하지 않고, 농약이나 제초제, 화학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첫 해에는 걱정도 많았다. 마을 어른들이 지나면서 비료를 주지않고, 풀이 무성한 밭에서 호미질하는 나를 보면서 그렇게 해서는 작물이 열리지 않는다고 혀를 끌끌찼다. 그렇지만, 비료를 주지 않아도 전혀 안되는 것이 아니었다. 작물이 크게 자라지 않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먹을 만큼의 양은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풀을 베어서 이랑에 얹어놓고, 탈곡하고 난 뒤의 왕겨를 사서 밭이랑에 덮어주었다. 이렇게 4년 동안 농사를 짓다보니 밭은 보슬보슬해지면서 수분을 잔뜩 머금고 살짝 겉흙을 들추면 지렁이들이 수백마리가 기어다니면서 밭을 일구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가을 낙엽을 수십 포대 주워다 덮어 주면 그야말로 잡초도 억제하고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양분이 되어 작물을 생장시키면서 내가 먹을만큼은 농사를 지을 수가 있다.

김매기를 하다보면 만나는 지렁이들. 나의 농부들이다.
이름모를 곤충들도 만난다. 비단색을 가진 딱정벌레같은데....넌 이름이 뭐니?
달팽이도 긴목을 뽑아내며 자기가 살아있다고 소리친다.


  두 번째는 쌈 채소나 반찬 거리를 바로 뽑아서 먹을 수 있도록  마당에 작은 텃밭을 만드는 일이었다. 텃밭에는 무엇을 심어야 하고 어떤 작물이 서로 상생하고 또는 서로를 힘들게 하는지 고민했다. 그런 고민 끝에 텃밭 배치도를 그렸고 그 배치도에 따라 작물을 심었다. 맨 앞줄에는 고추나 가지를 심는다. 고추는 보통고추 4개, 오이고추 2개, 청양고추 2개, 가지는 2그루가 맨 앞에 놓인다. 그 뒷줄에는 상추나 쑥갓, 시금치, 청경채, 열무를 씨뿌려 심고, 한곁에는 당근과 비트를 심는다. 맨 마지막 세째줄에는 토마토 10주와 오이를 심는다. 텃밭의 왼쪽에는 부추를 심고 오른쪽에는 대파를 심는다. 윗집으로 이어지는 언덕에는 호박 서너주를 심어서 호박 잎도 따먹고 애호박도 따먹는다. 이런 텃밭의 크기는 6평정도인데 6평은 가로 5미터 세로4미터 정도의 넓이이다. 

 올해는 이런 텃밭의 작물 배치를 조금 바꿔보았다. 늘 같은 작물을 같은 위치에 심는다면 해충이나 병해가 발생하기 쉽고 연작에 의한 피해를 입는 작물들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맨 뒷줄에는 토마토를 심었고, 토마토 바로 앞에 고추와 가지를 심었다. 토마토 사이 사이에 몇개의 호박을 심어 줄기를 뒷집 언덕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가운데에는 자유롭게 여러가지 작물을 무작위로 심었다.  이른봄에 시금치와 청경채, 상추, 쑥갓을 씨뿌려 4~5월에 맛있게 뜯어 먹었다. 또 봄무를 씨뿌려서 지금 어른 손목만큼 자랐다. 다시 한번 창고에 있던 남은 씨앗들을 모두 털어서 상추와 쑥갓, 시금치를 씨뿌렸고 옥수수를 여기 저기 분산해서 심었다. 또 보슬보슬한 흙에는 비트도 몇 주 심었다. 당근이나 마늘, 양파 등은 정식으로 큰 밭에 심었다. 큰 밭에서 수확해 먹는 것보다 바로 마당 텃밭에서 뜯어 먹는 재미가 훨씬 크다.

맨 뒷줄 비닐멀칭 뒤에는 토마토가 심어져있고, 비닐멀칭에는 고추와 가지, 그리고 자유공간에 시금치, 상추, 쑥갓, 청경채, 봄무를 심었다.
나날이 쑥쑥 자라나는 봄무.
시금치.
상추.
쑥갓.
고추
토마토
가지
대파
부추


 세 번째는 내가 먹을 것은 모두 내가  씨를 받아서 지역 토종으로 재배를 이어나가 보자고 맘먹었다. 처음 몇 해는 토종 종자를 구하지 못하고 마트나 종묘상에서 사서 씨를 뿌리고 그 씨를 받아서 보관했다가 봄에 씨를 뿌려 보았다. 그러나 종묘상에서 파는 종자들은 첫 해에만 무성하게 잘 자라고 열매를 맺을 뿐 다음해에는 발아부터 열매 맺기까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옥수수는 첫해는 정말 달고 맛있는데, 그것을 수확해서 말려두었다가 다음해에 발아시켜 수확을 해보면 크기도 부실하지만, 맛도 형편없었다. 수박이나 참외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첫해부터 제대로 수확과 보관, 다음해 발아와 수확이 가능한 것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 서리태 콩과 조선호박, 조선오이(노각), 들깨 였다. 그래서 일까 서리태콩이나 조선호박, 조선오이(노각), 들깨는 특별히 지역명이 정해진 이름이 없었다(그러나 장수흰들깨, 장수오이....없는게 아니었다)
 올해 봄에 20여년전에 귀농 귀촌한 선배님께 지역 토종 종자를 많이 얻어왔다. 선배님은 오래전부터 책을 집필하면서 시골살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떠한 작물이 토종작물이고 그 지역에서 맞는것인지 등을 연구하시면서 수십가지의 지역 토종종자를 재배하고 계셨다. 내가 얻어온 종자들의 이름을 나열해 보면, 장수 시금치, 장수 유듀콩, 장수 넝쿨콩, 담배상추, 장수 흰들깨, 진안 토마토, 평택 키작은 강남콩, 장수 오이, 흰동부콩, 곡성호밀, 조선배추, 찰수수, 장수호박, 바가지 박 등이었다. 이중에서 조선배추와 곡성호밀은 가을에 심는 것이라 창고에 보관하고 장수흰들깨와 찰수수도 시기가 조금 일러서 또 담배상추는 이미 마당에 상추가 많기에 나중에 심기로 하고 나머지를 모두 포트에 심었다.


여러가지 토종 종자들.
가을에 심을 예정의 토종종자.


 5월8일에 씨를 뿌렸는데, 콩 종류는 일찍 싹이 나왔고 어떤 작물은 아예 나오지 않기도 했다. 하루하루 지날때마다 물을 주고 관심있게 지켜보면서 이제 밭에 정식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싹이 제대로 나온 작물은 곡성목화, 장수호박, 진안토마토, 바가지 박, 흰동부콩, 평택 키작은 강남콩, 장수오이, 호랑이 강남콩이 발아했다. 장수유듀콩과 장수 넝쿨콩은 발아하지 않았다. 다음주에 이름표를 만들어서 밭에 정식을 할 예정인데, 과연 열매를 맺고 내년에도 토종 종자를 가지고 농사를 이어갈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하다.
 

토종 종자 씨앗뿌림 배치도.

 

토종 종자를 포토에 심었고 싹이 돋아났다.
장수호박 모종.
진안 토마토 모종.
평택 키작은 강남콩 모종.
호랑이 강남콩 모종.
장수오이 모종. 조선오이랑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곡성목화 모종.
조선오이 모종. 지난해 것을 씨받아 두었다가 매년 이어 심는다.
애플수박 모종인데, 토종 종자는 아니다. 지난해 먹었던 수박씨앗을 보관했다가 심었는데 결과를 맺을지 모르겠다.
참외 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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