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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 대한 잘못된 속설 몇 가지

오늘은 어제보다 2012. 4. 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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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 대한 잘못된 속설 몇 가지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강원도의 한적한 시골이었다. 집 뒤에는 산이 있고, 집의 주변에는 논밭이 있고,  논과 논 사이에는 도랑이 흘렀고 도랑길을 따라 조금만 가면 개울이 흘렀다. 여느 시골과 다르지 않은 촌이라서 어릴 때부터 족제비,청설무,다람쥐,너구리,산토끼,뱀 등 야생동물을 많이 보고 자랐다. 여러동물중에서도 뱀은 나에게 많은 공포를 주기도 했고, 잘못된 속설에 두려움이 오래도록 남아있던 동물이기도 했다.




뱀을 가장 많이 만날 때는 소의 꼴을 베기 위해 논두렁이나 벌판 등에서 풀을 벨 때이다. 다행히 소꼴을 베다가  물려복 적은 없지만, 한손으로 풀을 잡고 한손으로 낫질을 하다가 뱀꼬리가 스치는 적이 몇번 있었는데 그때는  가슴이 철렁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뱀에 물리지나 않을까 겁을 먹고 낫질을 하곤 했다.




또 뱀을 만날 때는 비온뒤 산길을 갈 때이다. 왜 비가오고 나서 산길을 갔는가는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친구네 놀러가면서 산을 넘거나 아니면 나물을 뜯으려고 산을 가거나 또는 뒷산에서 운동을 하려고 갔던 것 같다. 비가 오고 나서 해가 날때면 유난히도 뱀이 많이 눈에 띄었다. 뱀도 젖은 몸을 말리려고 양지바른 산길에 나왔을 것이라 추측된다.




나이가 들어서는 뱀을 발로 누르고 머리를 잡는 것도 몇 번 해 보았지만, 어려서는 무서워해서 손으로 만지지는 못했다. 뱀을 만나거나 하면 주변의 나뭇가지로 두들겨 죽이거나 돌로 찧어 죽이기도 했다. 물론 혼자서 하기는 무서워했고 친구들이 옆에서 같이 했다. 왜 뱀은 피하고픈 대상이고 저주의 대상이었을까? 그 외모 때문일까? 뱀이 집에까지 와서 해코지를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길을 가다 만나도 내가 놀란만큼 뱀도 놀랐을 터인데 나는 왜 뱀에게만 증오를 쏟아냈는지......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이쿠 깜짝이야' 하고 놀란만큼 야생동물도 같이 놀랄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릴 때 시골에서는 뱀에 대한 몇 가지 속설이 굳은 믿음으로 남아있다.
첫 번째는 밤에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온다는 얘기였다. 왜 그랬는지 난 모른다. 밤에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휘파람을 불면 아버지는 '이노무 자슥, 밤에 휘파람불면 뱀 나온다'고 야단을 치셨다. 그러나 밤에 휘파람불었다고 뱀이 나온 건 한 번도 본 적 없다.




두 번째는 뱀을 죽일 때는 머리를 죽이고 나서 반드시 꼬리를 완전히 죽여버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 머리가 죽었는데 꼬리까지 완전히 죽여야 할까? 다들 알지만, 뱀은 머리와 몸통의 중간인 목을 잡으면 꼼짝을 못한다. 그래서 살아있는 뱀을 잡을 때, 항상 뱀의 모가지를 잡는다. 또 산길에서 뱀을 잡았을 때는 손으로 계속 모가지를 잡고 다닐수가 없다. 그때는 나무 끝에 칡이나 나무껍질로 옥모를 만들고 그 옥모에 뱀의 모가지를 걸어서 들고 다니곤 한다. 그러다가도 잡았던 뱀을 살려주면 복수를 받는다는 두려움에 뱀을 죽여야 할 때가 있었다. 그 때는 뱀의 머리를 밟아 죽이고 나서 뱀의 꼬리를 잘라야만 했다. 왜냐하면 비록 머리는 죽었지만, 죽어가는 뱀이 꼬리로 편지를 쓰게 되면 다른 뱀들이 복수하러 몰려 온다는 속설 때문이었다. 실제로 뱀을 죽여 보면 다른 모든 곳은 죽었더라도 뱀은 오랫동안 꼬리의 세포가 살아서 꼬물거린다. 어려서 느낀 감정은 뱀이 마치 동료들에게 편지를 쓴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도 꼬물락거리는 뱀의 꼬리를 돌맹이로 짓이겨 더 이상 움직이지도 못하게 죽였던 기억이 있다.




세 번째는 뱀에 물리면 반드시 그 뱀을 찾아서 머리를 밟아 죽여야 사람이 산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우리는 뱀에 물리면 무조건 그 뱀을 찾아 밟아 죽여야 한다는 믿음이 가득찼었다. 실제로 초등학교 때 친구중에 뱀에 물린 친구가 있었는데, 우린 그 친구를 물은 뱀을 찾으려고 한참을 헤메었다. 그러나 그 뱀을 찾지 못하였고 우린 불안감속에 입으로 물린 곳을 빨면서 보건소를 갔다. 보건소를 가면서 혹시 뱀을 못 찾아 죽였기 때문에 친구가 죽는 것은 아닐까 라고 걱정을 하며 갔다. 그러나 다행히도 친구가 물린 뱀은 독이 없는 뱀이었고 친구는 멀쩡했다. 약간의 상처만 남기고 살짝 붓기만 했다. 왜 우리는 물은 뱀을 밟아 죽여야 한다고 믿어 왔을까?




네 번째는 독이 잇는 뱀에 물렸을 때는 집의 문지방을 넘어서면 안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독사 등에 물리면 독이 온몸으로 퍼지는데 그 전에 뱀을 밟아죽이면 살수가 있고, 또 집에 와서는 문지방을 넘어서지 않아야 산다고 했다. 왜 그런 속설이 생겨났을까? 아무래도 무언가를 넘고 건너는것이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뭐 요단강을 건너니 어쩌니라든가 이승고개를 넘지 않아야 한다든가 처럼 무엇인가 단절을 하면 안된다는 생각은 아니었을지 추측해본다. 시골에서는 봄이 되면 칡을 끊어서 잘 사린다음에 껍질을 벗겨서 칡의 하얀 섬유를 가지고 옷감을 만들던가 필요한 무엇을 만드는 작업이 있었다. 동네 어른들은 시간을 내서 근처의 야산으로 칡을 끊으러 가고 끊어온 칡줄기를 팔곤했다. 우리 아랫집의 아주머니가 칡을 끊으러 갔다가 독사에게 팔을 물렸다. 그 아주머니와 같이 갔던 분이 물린 뱀을 밟아죽이고 돌아왔다. 그리고 보건소에서 응급치료를 받았고 집으로 왔는데 문지방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해서 몇 일을 밖에서 잔 잤다. 그 아주머니는 보름정도를 고생하고 다시 살아나셨다. 그래서 나 또한 뱀에 대한 속설이 실제 사례로 머릿속에 아주 오랬 동안 남아 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맑았다. 어제까지는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더니만 언제 그랬냐는듯하다. 이런날, 봄나물을 뜯으러 산에 가보면 날은 맑지만 산 길가에는 물기가 촉촉하다. 산길가나 양지바른 바윗돌위에는 젖은 몸을 말리는뱀들을 자주 마주치곤 했다. 문득, 어릴 때의 뱀에 대한 잘못된 생각이 떠올라 몇 자 적어보았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웃음이 날 뿐이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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