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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물
신진도 번개 밤낚시 본문
무더운 밤이 길어도 너무 길다.
누군가 동지섣달 겨울밤이 길다고 했지만,난 여름날 밤이 더 긴거같다.
창을 열고 선풍기를 두대를 강풍으로 돌리보지만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푸석하게 부운 얼굴로 출근하곤 했다.
갑자기 동네 형들이 밤낚시를 가자고 제안했다.
장소는 신진도. 신진도는 지금까지 두번 다녀왔고 나름대로 고기가 나올만한 조건을 갖춘 곳이다.
일을 마치자마자 낚시가방이랑 이번에 새로 산 텐트를 챙겨 모임장소로 갔다.
여섯시 반에 출발하려고 했지만 퇴근하면서 늦어지고 만나면서 늦어져 일곱시에나 출발했다.
고속도로를 달려가면서 저녁은 행담도 휴게소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변수가 발생했다.
다른 준비는 그런대로 했는데 갑자기 미끼를 사지 못했음을 알았다.
행담도는 뭔 행담도냐.
그냥 달려가 서산 ic를 빠져나갔고 낚시점을 찾아 지렁이와 오징어를 섰다.
괜히 신진도까지 갔는데 만약에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다면 얼마나 웃음거리가 될까 싶었다.
미끼를 장만하고 서산시내에서 맛있는 갈비탕에 제육볶음을 먹고 신진도로 다시 출발
열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고, 마도항으로 넘어가서 낚시할곳을 탐색했다.
별로 마땅찮고 한밤에도 바지선이 무슨 작업을 하는지 시끄럽다.
신진도 외항으로 돌아와 위탁판매장앞에서 자리를 잡고 텐트를 치고 테이블을 폈다.
낚시를 던지고 얼마 안되어 놀래미가 올라왔다.
이제 손맛을 봤으니 맥주를 한잔 하면서...
방울소리와 찌의 흔들림을 감시했다.
한사람이 낚시를 두대씩 펼쳤으니 여섯대를 던져놓고.
나는 엊그제도 잠을 제대로 못자 너무 피곤하기에 우선 새벽까지 잠을 청했다.
그러는 사이 새벽 두시가 되면서 항구엔 물이 들어찼다
일어나 몇번 캐스팅을 하며 놀래미 두마리를 더 잡았다.
그런데 항구 안쪽에서 고깃배 큰게 다가온다
불을 환히 키고 우리가 낚시하는건 아랑곳없이 배를 방파제둑에 들이댔다.
그사이 낚시는 엉키고 쓸리고 같이 낚시하던 사람들은 허겁지겁 줄을 감고.. 정신이 없었다
나는 텐트말고 낚시 회수하고 짐싸느라 배를 향해 욕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했다.
저런 무뢰한 놈들을 봤나
근데 애초에 우리가 자리를 잘못잡았던 거라 어쩔수없었다.
위탁판매장 앞에서 철수해서 신진도 다리밑으로 갔다
바닷바람이 마치 강바람처럼 불어오고 다리건너엔 해가 뜨려는지 붉게 물들고 있다.
같이간 선배는 경치에 신나고 입질에 신났다.
이렇게 밤낚시가 좋은지 몰랐다며 기분좋아 했다.
얼마나 신났는지 졸린 기색도 없다.
옆에서 같이 라면을 먹다가도 딸랑 소리에 번개같이 10미터를 달려가 엄청난 속도로 릴을 감는 모습이란..
망둥이 하나까지 여섯마리를 잡았다. 망둥이를 빼더라도 초짜가 다섯마리를 잡았으니 많이 잡은편이다.
더구나 밤사이에 딸랑거리며 요란하게 울리는데 끌려오다가 버티기에 밀려 줄이 끊어졌다고 하면서, 얼마나 컸으면
그렇겠냐고 무용담까지 말한다.
물속에 들어가 본게 아니라서 고기였는데 아닌지도 모르겠고, 진짜 잡혔는지 아닌지도 난 모르겠다.ㅎㅎ
아침이 되어 정리하고 부천으로 향했다.
이제 올라가는데 두시간 반쯤 걸리니 한잠 잤다.
다른 두명은 휴가라는데 난 근무다.
앞이 깜깜하지만 밤에 놀았으니 위안을 삼는다
오전에 에어컨설치가 있어 반차를 내고 집에서 에어컨 설치를 도왔다.
오후에는 정말 출근해서...하루가 이렇게 길고 힘들줄이야~
10년 전에는 이렇게 번개 밤낚시를 더러 했는데 이젠 도저히 피곤해서 못할거같다.
다음날의 휴식이 보장되지 않으면 밤낚시는 절대 하지 말리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