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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폭의 수묵화 같은 설악산

오늘은 어제보다 2017. 12. 2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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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다시 찾은 설악산 

2007년 12월 18일에 왔던것으로 기억하니, 10년만에 다시 찾은 설악이다.

아침에 산을 향해 출발하며 날씨정보를 보니 오후부터 비소식이다.

정상까지 가려는 생각도 잠시 있었으나, 아내가 몇일전 빙판에서 공중부양을 하면서 포기했다.

아내의 몸상태를 봐서 소청봉이라도 올라갔다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코스를 살폈는데....

소청봉을 가면 아예 대청봉도 갈수있겠더라.

그래서 소박하게? 아홉시부터 올라가서 1시30분까지만 오르고 그후엔 그냥 미련없이 내려오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1시30분까지 오른다면 희운각대피소에 들러 라면하나 끓여먹고 내려올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까닭에 아내의 아이젠은 사지도 않았고, 또 아침에도 비가 내린다면 미끄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내 아이젠도 챙기지않았다. 대신 내 우산과 아내우산을 챙기고 아홉시반에 산행을 시작했고, 배낭엔 라면 두봉과 버너, 샌드위치 식빵, 물2개만 챙겼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매표소앞으로 갔다.

문화재를 볼 생각이 없는데도 관람료는 내어야 하는지 물었는데, 무조건 내야한다고 했다.

설악산국립공원원의 입장료는 없지만 절에서 무조건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한다.

나는 신흥사에 들러 불상하나 볼 생각없고 기와조각하나 주워올 맘이 없지만 들어가기위해 낼수밖에 없다.

저렇게 긁어모은돈은 어디에 쓰이나.

세금도 내지않는데 말이다.

설악산 신흥사 일주문을 지나면서 왼쪽에 권금성 케이블카를 만난다.

지난번에 탄적이 있어서 오늘은 패쓰하고, 그냥 지나 비선대를 향했다.

넓은 신작로 같은 도로 양쪽에는 물푸레나무, 소나무, 서어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사람주나무 등의 자생하는 나무들이 많았고, 가끔씩 이름표를 달아놓아 나무이름을 익히는데 도움이 되었다.

오늘의 산행을 위해 아침일찍 아내와 함께 온천욕을 했는데, 그게 도움이 되었는데 아내는 아프다는 기색이 없다.

천천히 오르며 마주치는 광경은 정말 감탄사가 나올만큼 비경이다.

나무잎 다 떨어지고 단풍도 퇴색한 쓸쓸한 겨울산이려니 했지만, 자태와 풍채, 운치는 또 다른 맛이다.

특히 일주문을 지나며부터 비가오기 시작해서 하늘은 온통 흐리고 어두웠는데, 그런 설악산은 한폭의 수묵화같았다.

비선대에서 멈춰서서 표지판을 읽고 사진도 찍고 물한모금 마셨다.

빗방울이 그치지 않고 내리더니 귀면암의 언덕위에서부터는 눈으로 바뀌었다.

철 난간에도 진눈개비가 쌓였고, 철교의 바닥은 미끄러웠다.

그래도 천천히 오르면 희운각이나 양폭에서 라면 하나 끓여먹고 오겠지 하는 기대감에 슬슬 올라갔다.

그러나 양폭산장을 1키로쯤 앞두고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했다.

살금 살금 발을 내딛어 보지만 미끄러웠고, 혹시나 하는 안전에 대한 우려가 생겨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한참동안을 멈춰서서 땀을 식히며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을 바라본다.

한시간만 간다면 충분히 갈것 같기는 한데, 아이젠이 없으니 불안했다.

더구나 아내가 몇일전 빙판에 넘어졌던 터라 차라리 돌아가는게 낫다고 판단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산을 택했다.

내려올때는 눈길이 미끄러워 올라갈때만큼 시간이 들었다.

귀면암까지 왔을 때 우산을 받쳐놓고 앉아서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으면서 '그냥 올라가볼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했다.

하지만,어쩌겠는가.

물 한모금 맛있게 마시고 비선대로 향했다.

비선대에서 바라보니 설악산 대청봉은 왼쪽 계곡을 타고 굽이굽이 올라가야 했고, 오른쪽 계곡을 타고 오르면 금강굴과 공룡능선을 타게 되는 코스였다.

난이도를 보니 지금까지 내가 갔던 길은 쉬움이고, 공룡능선길은 매우 어려움이다.

저런 험난할길은 봄이나 가을에 가야지 한 겨울에는 얼어죽기 딱 맞을 것 같았다.

비선대의 비경을 감상하며 또 한참을 지켜보고 설악동 입구로 내려왔다.

넓은 신작로길같은 공원 산책로는 생각보다 꽤 길었다.

그만큼 설악의 계곡이 깊고 길다는 얘기였다.

권금성케이블카 입구에 오니 아까와 다르게 또 다른 그림이 펼쳐졌다.

운무가 짙게 배어있고 멀리 보이지는 않지만, 권금성 정상은 눈발이 날리며 한폭의 수묵화를 그린 듯한 풍경을 연출했다.

역시 사람의 눈만큼 제대로 된 카메라가 없었다.

아이폰 카메라를 들고 저런 비경을 담아보겠다고 이리 저리 기울이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했지만, 영 시원찮다.

이래서 전문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가 보다.

그래도 내 맘속에 눈속에 담긴 수묵화를 생각하면, 몇년간은  삶의 에너지발전소가 되지 않겠는가.

 

 

 

 

 

 

 

 

 

 

 

 

 

 

 

 

 

 

 

 

 

 

 

 

 

 

 

 

 

 

 

 

 

 

 

 

 

 

 산행 다음날 날이 맑아 절 입구에 오니 선명한 산세와 파란하늘이 또 다른 싱그러움이다. 설악산은 어제 내린 눈으로 하얀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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