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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도토리묵 만들기(상수리 묵 만들기)

오늘은 어제보다 2022. 9. 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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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에 살면서 네번째 가을을 맞고 있다.
산골살이를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것은 다해보며 산다.
짓고 싶은 농사가 있으면 내 먹을만큼 조금씩 아주 다양하게 작물을 심고 가꾸었다. (벼농사,상추및쌈채소,시금치,곤드레,아욱,부추,달래,청겨자,고추,오이,조선오이,가지,옥수수,토마토,당근,비트,마늘,양파,대파,쪽파,서리태,참외,수박,호박,감,사과,배,포도,자두.앵두,복숭아,표고)
산과 들에 다니면서 자연이 키워준 열매도 다양하게 따다가 먹고, 술담고, 이웃들과 나누고 있다(머위,두릅,개두릅,달래,취나물,냉이,칡,겨우살이,더덕,도라지,산감,개복숭아,밤,돌배,다래,머루,으름,마가목,도토리,생강나무꽃잎차,산딸나무열매,호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하지 못한게 있는데 바로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는 일이다.
올가을엔 도토리묵을 만들어 먹기로 맘먹고 틈나는대로 도토리를 주워오고 있다.
도토리묵 만드는 순서
1. 당연한 얘기지만, 좋은 도토리를 주워와야 한다. 도토리의 종류는 매우 많다. 우리나라 참나무 여섯종에서 모두 열매가 달리는데 이걸 우리는 도토리라고 부른다. 그 도토리 중에서 가장 크고 맛있는건 상수리나무의 열매와 굴참나무의 열매다. 다른 신갈나무, 떡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도 모두 도토리가 달리지만, 그들과 상수리나무 열매나 굴참나무의 열매를 비교하는 건 아이와 어른의 차이만큼이나 크다. 상수리나무의 열매와 굴참나무의 열매는 1년10개월을 나무에 매달려서 자라기 때문에 알도 굵고 영양분도 풍부하다. 그러므로 도토리는 가능한 상수리나무의 열매나 굴참나무의 열매를 주워와서 도토리묵을 만드는게 맛있다. 상수리나무는 임금에게 진상한다고 해서 오죽하면 상수리라고 하지 않는가? (참고로, 도토리묵을 한모정도 만들고자 하다면 소주잔으로 한컵정도의 도토리 앙금이 필요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한바가지 정도의 도토리를 주워야 한다.)

상수리나무
상수리나무에 도토리가 달려있다.
나무 아래 떨어진 도토리
도토리가 제철인듯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뽀얀색깔에 굵고 실한 도토리 한바구니


2. 주워온 도토리를 가루로 만든다. 여기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도토리 껍데기 채로 갈아서 가루로 만드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도토리 껍데기를 벗겨내고 속살만 가루로 만드는 방법이다. 방앗간에서 도토리를 갈아준다면 껍질채로 가루로 만들어도 괜찮다. 그러나 양도 적고 방앗간에서 날이 상한다고 갈아주지 않으면 집에서 직접 가루로 만들어도 된다. 바짝 말린 도토리를 벤찌나 망치를 이용해서 껍질을 깨고 알맹이만 분리할수도 있다. 그러나 도토리를 하나씩 벤찌로 집어서 깐다고 생각하면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데 이럴때는 자루에 도토리를 넣고 주둥이를 꼭 묶은다음, 자동차 바퀴에 넣어서 으깨는 방법도 있다.
그다음, 물에 불려 가면서 믹서기로 가는 방법을 추천한다

자루에 도토리를 넣고 자동차바퀴로 몇번 밟아준다.
대충 으깨지고 갈라진 도토리를 껍질을 골라낸다.


아무튼 도토리를 방앗간에 맡기던, 아니면 집에서 믹서기에 갈던 가루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자동차 바퀴밑에 넣어 껍질을 깐후 물에 불려가면서 믹서기에 물을 조금 넣고 분쇄했다.

껍질을 깐뒤 물에 불리며 쓴맛도 제거한다.
믹서기에 넣어 돌린 도토리.
가능한 곱게 갈아야 전분을 많이 얻을수 있다.


3. 분쇄한 생도토리 가루를 면보나 면주머니에 넣고 들통이나 용기에 걸러주기. 도토리 가루에 섞여있는 전분을 골라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도토리 가루를 담은 자루를 물에 불려가면서 자꾸 치대 줘야 한다. 조금 쉽게 하려고 스텐거름망으로 일차 걸르고 그걸 다시 면보에 걸렀다. 면자루에 담은 도토리가루를 치대면 들통의 물색깔이 누렇게 변하면서 앙금이 조금씩 나오는데 이걸 오랜시간 가라 앉히고 물을 따라내 가면서 모아야 한다. 아마도 이과정이 가장 힘들고 지루한 시간일 것이다. 그렇게 주물럭대면서 나온물을 다른곳에 따라내고 밑에 가라않은 앙금만을 모아내기를 대여섯번을 반복해야 한다. 특히 껍질채 갈았다면 도토리의 쓴맛이 많기에 한두번 더 치대고 앙금을 우려내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볼이나 들통 바닥에 얋게 깔린 연갈색의 도토리 앙금을 얻었다면 이제 요리만 하면 된다.

물에불려 갈은 도토리를 뜰채 거름망으로 일차 걸러준다.
뜰채거름망으로 걸른 국물을 면보에 걸러준다.
통으로 두개를 받았다. 몇시간 후에 여기서 앙금은 가라앉고 물은 뜰텐데, 과연 얼마만큼의 양이 나올것인가?

<도토리묵 실패>
10/8.9.10연휴에 신안군 여행을 다녀오면서 앙금을 걸르지 못했다.그렇다면 냉장고에 넣어두기라도 했어야 했는데 그냥 주방에 놓아 둔채 여행을 떠났다. 집에 왔을때 도토리 앙금을 기대했던 들통에 곰팡이가 올라와서 모두 폐기처분했다. 😢

4. 도토리 앙금이 좀 걸죽할듯 싶으면 거기에 참기름을 대여섯숫갈 넣고 소금도 조금 넣으면서 중간불에서 끓여준다. 끓일때 아랫부분이 타서 눌어붙을 우려가 있으므로 자주 저어주면서 수분이 거의 날아가고 부드러운 죽이 될때까지 끓여준다. 이제 마지막 순서로 사각의 틀이나 둥그런 그릇에 옮겨담고 식기를 기다리면 된다. 도토리묵이 식는 동안 대파와 양파,고춧가루,풋고추,마늘에 간장과 참기름을 넣어 양념장을 만들면된다.
만약, 도토리묵을 만들 가루를 가지고 있다면 소주잔 한컵에 물은 여섯배를 가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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