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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무농법으로 처음 짓는 쌀농사1 본문

쫑맹의 農밀한 생활

3무농법으로 처음 짓는 쌀농사1

오늘은 어제보다 2022. 10. 1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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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쌀 농사를 지어보고 싶었다. 트랙터나 이앙기, 농약, 비료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오직 내손으로만 지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내겐 논이 없었기에 윗집에 사는 쇼에에게 부탁해서 호숫가 옆 100평 되는 논을 빌렸다. 하지만, 한번도 논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어서 언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럴때마다 쇼에한테 물어보고, 아랫집 자유한테도 물어보았다.
결론인즉,
1. 4월경부터 삽으로 논을 파뒤집어 경운을 해준다.
2. 4월 중순 논 한구석에 한평되게 못자리를 준비한다.
3. 쟁기질한 논을 고르게 펴주고 물을 넣어 써레질을 해준다.
4. 5월말이나 6월초에 모내기를 한다.
5. 가끔 물을 조절하며 논에나는 풀이나 피를 뽑는다.
6. 10월경 물꼬를 막아 바닥이 건조해지도록 한다.
7. 10월 중 벼를베고 1~ 2일 말린 후 탈곡을 한다.
8. 탈곡한 벼를 말려 자루에 담아두고 그때그때 도정해서 먹는다.

이렇게 일정을 계획하고 논농사를 시작했다. 봄이 되어서 틈나는대로 삽을 들고 논을 파뒤집으며 쟁기질을 했다. 쇼에가 빌려준 논은 묵었던 논이라 온갖 잡풀이 무성했다. 하지만 첫농사를 짓는다는 기쁜맘에 신나게 일했다. 그러나 그런 신나는 삽질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딸랑 삽 하자루 들고 100평쯤 되는 논을 파뒤집고 편평하게 로타리질 하는게 쉽진 않았다. 더구나 삽질을 평소 하지 않다 보니 근육힘이 부족했고, 질퍽거리는 논을 다니기도 힘들어 처음 맘먹었던 면적만큼은 하질 못했다. 이럴때 마음속 천사와 악마가 서로 유혹을 한다. '어차피 경험삼아 하는건데 뭐하러 100평이나 하면서 개고생을 해? 한열평만해도 괜찮아~' 라고 악마가 속삭이면 천사는
'그래도 시작했으니 100평은 다 해봐야지. 100평이라야 겨우 반마지기밖에 안되고... 쌀 한가마니는 건져야지'
결국 내선택은 악마의 손을 들어줬다. 그래도 초반 열성삽질덕분에 겨우 50평은 넘게 했다.
논쟁기질을 마치고 이제 평평하게 다듬는 써레질작업을 했다. 고무래처럼 생긴 넓은 네기를 가지고 이리 저리 당기고 밀어서 바닥이 고르게 다듬었다. 그다음 논에 몇 일간 물을 대서 물을 채우고, 쇼에하고 자유한테 모를 세판 얻었다. 도시에 사는 지인들이 놀러왔고 함께 모를 심었다. 나도 논농사가 첨이라 서투르고 엉터리수준이었지만, 서울 태생의 어느지인은 모를 꽂지못하고 물에 띄워 놓거나 주변 흙을 파서 덮어두기도 해서 여러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모를 심고 몇일이 지났다.너무 예쁘고 소중해서 몇일이고 쳐다보며 미소지었다. 왼쪽 풀밭까지 쟁기질하고 모를 심을걸하는 후회가 들었다.


봄이 금새 지나가고 여름이 왔다.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이 논에 피가 많다고 좀 뽑으라고 한마디씩 하는데, 나는 어느게 피고 어느것이 벼인지 구분을 하지 못해 그냥 지켜만 보았다. 또 비료를 좀 주라고 하는데 그것도 내 귀농철학과 맞지않아 그냥 두었다. 결국 여름은 그냥 지나갔다. 가을이 되면서 논에 온갖 풀들이 벼보다 더 커 올라왔다. 여름에 벼가 푸르게 자랄때는 잘 보이지 않더니 가을이 되어 벼위로 열매가 맺히니 확연히 드러나는 피와 잡초들....남들이 혀를 끌끌차며 제초제도 하고 비료도 주고 농약도 좀 치라고 했으나, 어느것도 듣지않았다. 그래도 난 벼가 맺히고 누렇게 익어가는게 신기하기만 했고, 어디라도 자랑하고 싶었다

논에 물꼬를 막자 땅이 굳어지며 봉구(오른쪽)와 신동이의 놀이터가 되었다.


10월 중순, 논에 들어가는 물꼬를 막았고, 몇 일 기다려서 바닥이 단단해졌을때 벼를 베기로 했다. 마침 집에 놀러온 지인이 함께 벼를 베면서 막걸리도 나누다보니, 마치 옛날 시골서 마을사람들이 함께 탈곡하며 잔치하는 기분도 들었다. 기념삼아 낫도 한자루 샀다. 왼손으로 벼를 한웅큼 잡고 오른손으로 낫을 들이대며 살짝 돌려 당긴다. 스사삭~벼 밑둥이 깨끗하게 베어지면서 뿌리와 줄기는 분리된다. 두어시간 베고나니 모두 베어버렸고, 여기저기 쌓아놓은 벼더미가 초라해 보였다. 그제서야 봄에 좀더 열심히 쟁기질해서 100평다 심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가 들었다.


벼를 벴으니 이젠 탈곡을 해야한다. 남들이야 콤바인으로 벰과 동시에 탈곡을 하지만, 나는 그럴수가없다. 자유한테서 홀태를 빌려왔다. 홀태는 갈퀴가 여러개 생긴 도구인데 작물의 히앗을 훓을수있게 되어있다.홀태를 세워놓고 벼를 한웅큼집어 홀태의 날에 걸치고 잡아 당겼다. 벼이삭이 후두둑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한 세시간쯤 작업을 했나? 쌓아둔 벼더미가 모두 바닥났다.

오른손잡이라 벼더미 왼쪽 옆에 홀태를 두고 작업을 시작했다.
두세시간만에 탈곡이 끝났다.벼는 30키로그램쯤 될까?


이제 벼이삭을 말려야 한다. 홀태로 탈곡한 벼이삭은 지푸리기나 티끌이 많아 거르고 골라야 했다. 빗자루 하나로 살살 먼지쓸듯 긁어서 티끌과 잡티를 골라냈다. 햇빛좋은 날에 아침부터 멍석위에 펼처널고 수차례 뒤집어 주었다. 저녁이 되서 잘마른 벼를 자루에 담았다. 한 30키로 정도라서 도정하면 24키로그램 정도 나오려나...하하하 웃음이 나오면서 그래도 한해 온전하게 내손으로 벼농사를 지었다는게 대견스러웠다. 자루에 담긴 벼를 가지고 진도 아버님댁에 가져가서 도정을 했다. 하얀쌀알이 사르르르 쏟아져 내리는 것을 보며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이맛에 농사를 짓는가보다. 내년에는 또 어떻게 지어야할지 한번 생각해본다. 무엇보다 제초제나 비료, 농약 없이도 농사를 지은수있다는게 가장 큰 소득일듯하다. 다만, 내년엔 홀태는 안녕해야 할듯하다.재미는 있지만, 한두시간 넘어서면 너무 힘들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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