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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엉클박의 시익는 마을

2월은 홀로 걷는달

오늘은 어제보다 2022. 12. 10.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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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홀로 걷는 달


헤맨다고 다 방황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하며
미아리를 미아처럼 걸었다
기척도 없이 오는 눈발을
빛인 듯 받으며 소리없이 걸었다
무엇에 대해 말하고 싶었으나
말할 수 없어 말없이 걸었다
길이 너무 미끄러워
그래도 낭떠러지는 아니야, 중얼거리며 걸었다
열리면 닫기 어려운 것이
고생문(苦生門)이란 걸 모르고 산 어미같이 걸었다
사람이 괴로운 건 관계 때문이란 말 생각나
지나가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며 걸었다
불가능한 것 기대한 게 잘못이었나 후회하다
서쪽을 오래 바라보며 걸었다
오늘 내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된다는 말 곱씹으며 걸었다

나의 진짜 주소는
집이 아니라 길인가?
길에게 물으며 홀로 걸었다

//천양희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

..................


11월인데 2월같다
설익은 마감
2월인데 11월같다
어중띤 시작 ,
출발선을 밟은듯 준비하는 듯한 2월
생략가능한 잉여의 부분
11월은 회색, 단풍과 낙엽사이 !
낭만의 공간에서 배제된 땟깔

길에게 나를 물으며
2월에 나를 비춰보고
11월에 나를 정산해 본다
돌아보는 시간
회색때문에 내가 되는 공간
계획과 계산에서 제외된 나의 영역
8월의 녹색과 장미 , 12월 세상덮은 눈사태를 그리워한다
내가 2월을 좋아하는 만큼
영혼의 영혼처럼 11월이 내 것 인듯이
나를 사랑하고 싶은가보다
나의 주소는 집이 아니라 길이 듯
시간의 길!!(2020.11)

…………
2월은
살아 있는 침묵
줄탁의 고요
벗어 버린 공간
멈춤의 시간
숨 들이쉬는 계절

2월에
새끼발가락 냄새 맡아보고
그림자를 밟아보고
닫히면 열리기 어려운
인연의 상처난 고리들 수리하고
내가 홀로 걷듯
2월도 홀로 가버린다

3월에
꽃 피워야지
(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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