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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나무들

황칠나무

오늘은 어제보다 2022. 9. 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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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두릅나무과 황칠나무속
형태: 상록 활엽 교목
영명: korean dendropanax

황칠나무는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무언가 황금색으로 칠하는 쓰임새로 많이 쓰였다. 황칠나무에 상처를 주면 노란색의 수지가 나오는데 이 수액을 황칠이라고 한다. 황칠은 가구의 도료로 사용되기도 하고, 옛날 왕이나 장수들의 투구나 갑옷에도 번쩍번쩍 빛나게 칠했고, 약용으로도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옻나무가 적갈색의 고급도료로 사용되는 이유와 비슷하게 황칠나무는 금칠이나 황금색의 고급도료로 사용되었다. 광택이 아름답고 잘 썩지도 않으며 병해충으로 부터 나무를 보호하는 것도 닮았다. 또 옻을 타는 사람은 옻을 만지면 알레르기가 나는 것처럼 황칠나무도 수지가 묻으면 옻이 옮을 수 있다. 그러나 옻나무는 옻나무과이고, 황칠나무는 두릅나무과이다. 그래서 황칠나무의 열매는 두릅나무와 닮았다.
황칠나무는 높이 15미터까지 자라고 자연히 놔두어도 수형이 아름답다. 거기에 별다른 병해충도 없이 내병충성이 커서 수목장의 나무로 많이 심어진다. 나무는 6월에 백색모양의 꽃이피고 꽃이지면10월에 검은색의 열매가 달린다. 열매는 둥근 타원형으로 하나하나가 모여 수십개가 공모양을 형성한다. 나뭇잎은 길쭉한 타원형으로 어른 손바닥만하고 어긋나며 잎자루도 길다. 잎에는 거치가 별로없고 매끈하며 광택이 난다. 그런데 어린잎은 길쭉한 타원형이 아니라 오리발처럼 생겨서 잎만 기억하고 있다가는 햇갈릴수밖에 없다. 또한 꽃도 피지않고, 열매도 달리지 않은 상태의 나무를 보면 먼나무인지 감탕나무인지 후박나무인지 황칠나무인지 구분하기가 쉽지않다. 주요 분포지역은 제주도, 완도, 보길도, 주도, 대흑산도 등에 분포한다고 했는데 나는 진도에서 처음 만났다.

중부지방에서 수십년을 살다보니 남부지방의 섬이나 해안가를 갔을 때 전혀 감을 잡을수없는 나무들이 많다. 남부지방의 수종들은 한겨울에도 초록빛에 광이나는 넓은 잎을 가지고 있고, 꽃인지 열매인지 모르는 붉은색 또는 흰색의 뭔가를 매달고 있기도 하다. 그중에 내가 늘 어렵고 햇갈려 하는 나무가 몇 종류 있는데 바로 황칠나무, 후박나무, 감탕나무, 먼나무 등이다. 이론상으로 잘 외우고 있어도 실제 마주치면 외운 이론은 떠오르지 않고 잎이나 꽃, 열매가 비슷한게 대체 뭔나무일까 고민하게 된다. 이런 남부수종 중에서 가장 먼저 알게 된것은 황칠나무이다. 황칠나무는 내게 아픔이 있는 사건으로 다가왔다.
집에서 함께 살던 막내(처제)가 어느 설날 아침에 급성폐렴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남도의 추모공원에 안장하게 되었다. 추모공원은 수목장과 잔디장이 있었는데 막내는 수목장에 안치했고, 막내를 돌보는 그 수목이 바로 황칠나무였다. 사실 그 수목장은 장인어른이 나중에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묻어달라고 계약했던 곳인데, 그 자리를 막내가 먼저 들어갔으니 어르신들 맘이 오죽했을까....지금도 처가 가족들이 모여 즐거운 시간을 나누다가도 막내 얘기가 나오면,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침묵에 빠지곤 한다. 나와 아내는 막내가 하늘나라로 간뒤에 도시생활을 접고 자연속으로 귀농귀촌을 했다. 엊그제 같은 일인데 그래도 세월이 흘러 벌써 6년이 지났다. 그렇게 막내를 보내고 매년 찾아가는 추모공원에는 황칠나무가 점점 더 젊어지는 듯이 푸르고 푸르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황칠나무가 심어진 보배섬추모공원.
황칠나무의 수형은 둥근원주형이라고 해야할까.....
황칠나무의 잎과 열매. 잎은 짙은 초록빛이며 어른 손바닥만하다. 열매는 10월에 검게 익어간다.
잎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잎자루가 5~10센티미터 정도로 길고 두꺼우며 광택이 있다. 잎둘레가 노란색으로 경계로 보이기도 한다.
열매는 작은 타원형이고 끝에 배꼽처럼 작은 꼬투리가 있다. 어릴때 잎은 오리발모양에서 둥근타원형으로 된다.
열매는 6월에 꽃이 피고, 그후 꽃이 지고나서 맺히는데 작은 구슬처럼 생긴것들이 수십개가 하나의 구형을 이룬다.
황칠나무의 수피. 약간의 검회색이면서 회색빛이 더 강하다.군데군데 얼룩도 보인다. 아랫부분 수직의 갈라짐은 피소에 의한 피해인가...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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