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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엉클박의 시익는 마을

장난꾸러기

오늘은 어제보다 2023. 6. 2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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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 꾸러기

그것은 새해의 폭발이었다. 무수한 사륜마차가 가로지르고, 장난감과 붕붕과자가 번쩍거리고, 탐욕과 절망이 들끓는 진흙과 눈의 혼돈, 가장 완강한 고독자의 뇌수마저 어지럽히려고 마련된 대도시의 공인된 착란.
이 소동과 난장판 한가운데서, 나귀 한 마리가 채찍으로 무장한 어느 무뢰한에게 시달리며 굳세게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다.
나귀가 보도의 모퉁이를 막 돌려 할 때,  장갑이 끼워지고 에나멜 칠로 번들거리고, 넥타이로 끔찍하게 목이 조여, 완전 신품 양복속에 감금당한 멋쟁이 신사 하나가 이 누추한 짐승앞에 정중하게 절을 하고는, 모자를 벗어들고 말했다. “ 아름답고 복된 새해를 기원합니다 !” 그러고는 내 알 바 없는 떨거지들 쪽으로 득의 만만하게 고개를 돌렸다. 제 만족감에 그들이 칭찬이라도 얹어주기를 앙망하는 듯이.
나귀는 이 멋쟁이 장난꾸러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며, 그래서 제 의무가 부르는 곳으로 계속해서 열심히 달려갔다.
나로 말하자면, 프랑스 모든 재기를 고스란히 한 몸에 끌어모은 것만 같았던 이 으리으리한 바보를 보며 측량할 수 없는 분노에 돌연 사로 잡혔다.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 파리의 우울>

——-
1.
새는 동굴속에서 노래하지 않건만
집 주인이 되기위해 자기인생의 절반을 기꺼이 바치려한다
시인이 지붕아래서 시를 짖지 않고 성자는 거처를 오래 머물지 않건만
부유와 편의를 인생의 도약이라 믿고 아침과 육신을 소비한다

도구의 도구가 되어 버렸다
집이 주인이 되었고 , 타자의 욕망에 노예를 자처한다

아우로라의 여명이 밝아 오고 바람의 선율이 흐르는 아침에 나는 어떤일을 해야할까?

——-
2.
나를 잃은 지 언제 일까?
내 환상의 그물망은 얼마나 더 촘촘해 질까?
넘치고 넘치는 상품과 광고와 포장의 선물을 따라 잡을 수는 있을까?
뻗어가는 빌딩, 빨라지는 이동과 시간, 화려한 네온 싸인, 군중들의 광기 어린 움직임…
나를 압도한다
나의 기억과 기록은 증발된다

나아진 편의성, 확장되는 구매 욕구 , 타자의 욕망이 되어버린 사치의 굴레, 구매할 수 있는 안전과 건강의 상품들!
그것 만큼 공포의 그림자도 짙어 간다.
제외와 생략, 비교와 좌절 , 연결과 단절
그리고 탐욕과 절망

장난 꾸러기로
어릿 광대로
나귀 한마디로
으리 으리한 바보로

시각과 시간이 저당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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