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그렇게도 마라톤 대회 참가를 소리높여 외쳤지만, 정작 올해도 10월이 되도록 대회에 한번도 참가하지 못했다. 마라톤 대회 일정을 검색하다 서산대회를 찾았고, 날짜도 그런대로 한가해서 한달전에 접수하고 5~6km를 네번 연습을 했다. 대회당일, 아내와 함께 바람쐬듯 서산구경을 떠났다. 가면서 운동화에 시간측정테잎을 붙이고, 마라톤 시계도 손목에 찼고 고글과 모자도 챙겼다. 차량에서 사과 한쪽을 먹고, 군고구마도 먹었다. 한 두시간쯤 달려 대회장에 도착했고, 대회장에서 참여연대 마라톤 회원분들도 세분 만났다. 세분 모두 대회라는 대회는 모두 찾아다니시는 분들이라 그분들은 하프를 달렸고 나만 10km였다. 대회에 오기전 10km를 완주한 연습이 없었기에 무리하지 않고 조깅하듯이 즐기자고 맘먹었다. 그런데 출발선에 서서 점검하다 보니 모자와 고글을 차에 두고왔다. 거기에 손목에 있어야할 마라톤 시계도 없었다. 도대체 시작부터 꼬인다. 천상 한손에 휴대폰을 들고 뛰기로 했고, 시작은 6분20초 페이스로 달렸다. 2.5km를 지나면서 물 한모금을 마신후에 조금 속도를 높였다. 목표는 1시간이었고, 후반 6km까지는 무리하지 않고 힘들지 않게 달렸다. 코스는 서산 테마파크를 출발해서 안면도 방향으로 강둑을 따라 이어졌다. 대회 명칭처럼 강둑길 양옆에는 코스모스가 하늘 하늘 춤을 추고 너른 황금들ㅈ녁이 이어졌다. 달리면서 주위를 둘러보고 앞뒤로 지나는 주자들도 살펴보는데 선두주자가 저만치서 달려오는게 보였다. 아마 6km를 약간 지난 지점이었으리라. 온갖 인상을 쓰고 숨을 헐떡거리며 빠르게 지나가는 모습에서 대회장 풍경이나 자연경치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듯했다. 아 나도 이제는 한시간 완주를 위해서 속력을 높여야 했다.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하구둑을 달리다보니 철새들의 군무도 장관이다. 그런데 벌써 10키로 골인점에 다가오고 있었고 대회장은 약 2~300미터가 언덕길이다. 마지막 호흡을 가다듬고,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카메라 기자를 향해 힘찬폼으로 내달려 골인했다. 음료수와 기념품을 수령하고, 막걸리에 떡국을 타서 잔디밭에 앉아 벌컥벌컥 맛있게 들이켰다. 그러는 사이 대회 기록이 문자로 들어왔다. 57분 19초. 그리고 골인점으로 가서 차례대로 들어오는 회원들을 맞아주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대회를 마치고 서산이 고향인 회원이 아주 맛있는 쏘셨다. 거기에 시장에서 김도 한봉지씩 사주신다. 자기 고향마라톤을 찾아 주어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하시며 내년에도 또 참가하잔다. 와~~정말 그림같은 하루를 달린 느낌이다. 대회 후에 먹는 음식도 '맛있게 먹는날' 이라는 현지 고향 회원의 소개로 장어양념구이와 해물탕을 배터지게 먹고 장수로 귀환했다. 아쉬운 건, 그동안 연습을 제대로 하지못해 하프를 뛰지 못했다는 것.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내년에는 반드시 하프를 뛰러 오리라. 장수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데 거기에 마라톤 시계가 떨어져 있었다. 6년간 시계를 차지않고 서랍에 두었더니 플라스틱 줄이 삭아서 끊어졌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