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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물
2024대구국제마라톤 대회를 다녀와서 본문
대회일시: 2024.4.7 오전8시
장소: 대구 스타디움
배번: 6302 착용신발: 아디다스 퓨어부스트
지난해 10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대구마라톤 풀코스 완주를 1차도전 목표로 세웠다.
지난 10년전의 경험을 본다면 약 4~5개월의 준기비간과 대회를 앞두고 두달은 월 150km이상을 훈련해야 목표시간 4시간에 들어올 수 있다는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나는 12월, 1월, 2월, 3월간 월 평균 100km도 못미치게 달렸기에 목표시간을 4시간 40분으로 설정했다. 이것도 실상 버거운 목표였는데 결정적으로 30km이상 장거리 연습을 한 번 밖에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2월 달린거리: 94km
1월 달린거리: 139km
2월 달린거리: 63km
3월 달린거리: 96km
2월에 100km를 채우지 못한것과 3월에 35km이상 달리기를 두 번 이상 하시 못한게 못내 아쉬웠다.
아무튼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는 배번과 마라톤양말, 모자, 파워젤 세개를 챙겨서 대구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신발은 새로 구입한 아디다스 퓨어부스트. 개인승용차를 가지고 갔는데, 경기장 2km전방에서부터 차가 극심하게 막혔고 출발시간 8시가 되어도 주차를 하지 못할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난리난 선수들은 길가에 세우고, 골목길에 세우고 중앙분리대 옆에도 세우고 서둘러 대회장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결국 남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도로변 중앙분리대에 차를 세우고 차안에서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입고 경기장으로 갔다. 여기저기 수많은 인파로 인해 어수선하고 요란 시끄럽고 정돈된 대회 느낌은 없었다. 함께 참여한 동료들과 탈의실에 짐을 맡기는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많은 참가자들이 어수선하고 분명치않은 대회장 배치때문에 애를 먹었고, 대회는 예정시간보다 20분쯤 늦어졌다. 그나마 우리 참가자들은 c그룹이라 시간적 여유가 좀 있었고 그 사이 모두 모여서 안부를 얘기하고 오늘의 느낌과 다짐을 나눌수 있었다. 우리는 맨 뒤쪽에서 앞 그룹이 출발한걸 본후에 서서히 출발했다. 이번처럼 연습량이 부족할때는 특히나 오버페이스를 경계해야 함을 맘속으로 다지며 km당 6분30초~40초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 했다. 대회코스는 대구시내를 한바퀴 도는 수준으로 이전과 달리 확장되었다.
스타디움 대회장을 빠져나와 왕복 10차로 코스를 초반 1.5km를 달려 반대로 달리는 유턴코스가 있었다. 내가 지나온길과 달려 나가는 왕복 10차선 길을 꽉메운 주자들의 물결은 정말 엄청났다. 나도 모르게 함성이 나오고 뭔가 힘이 솟아 점점 빨라지는걸 느꼈다. 우리팀은 오늘 13명이 참석했는데 풀코스상의 주자는 하프 이어달리기 2명과 풀코스 11명이다. 처음에는 모두 함께 출발했는데 화장실 다녀오는 주자들, 페이스가 좋은 주자들 등 중반이 되면서 각각 페이스대로 흩어졌고 나는 5시간 완주가 목표인 풀코스 주자 4명과 호흡을 맞추며 달렸다. 그마저도 10k지점을 넘어 그렇게 오버페이스를 염려하며 자제시켰던 초보한명과 선배누나 한명이 앞서 나갔고 나는 여성동료와 함께 동반주를 했다. 지난번 순천대회에서도 함께 동반주하며 하프를 완주한 적이 있었기에 호흡도 잘 맞았다. 급수대에서 서로 위로하고 몸을 스트레칭하면서 가능한 먹을 수 있는건 먹으면서 힘을 비축했다. 파워젤은 10km, 20km, 30km에서 하나씩 먹었고 동반주하는 동료가 하나 더 주어서 35km에서 하나 더 먹었다. 21km지점에서는 하프이어달리기 주자들이 서로 바톤을 터치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팀에도 정규형님이 초반을 달려 바톤을 넘겨주고 새 주자가 기다렸다가 나머지 코스를 달리는 모습이 멀리서 보였다. 하프지점을 지나서 30km를 지날때까지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연습또한 30km는 한번 한적이 있어 괜찮았고 특히 나름대로 산골에서 운동을 하다보니 언덕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운동량이 워낙 적다보니 35km가 지나면서 속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전에도 7분대를 달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쉬면서 스트레칭하고 먹을것들 먹으면서 소요된 시간이었는데, 35k m이후는 걷다뛰다 하면서 멈추지 않았는데도 7~8분까지 떨어졌다. 정말 내가 왜 장거리 연습을 안하고 왔는지 후회하고 후회하면서 걸었다. 다시는 연습이 안되어 있다면 죽기살기로 완주를 도전으로 삼는 무모한 행위는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37km지점의 언덕을 지나 마지막 41km표식이 보이고 대회장입구에 다다랐다. 마지막은 힘이 나겠지 하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도대체 힘이 나질 않는다. 아무래도 5시간에는 들어가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이미 무너진 목표 4시간40분을 무뜨렸기 때문일거 같았다. 그래도 대회장을 바라보니 힘이 나서 걷뛰에서 천천히 나마 뛰어서 완주했다. 내 기록상으로는 4시간 58분30초였는데 이전 2018뇬 jtbc마라톤대회와 같은 시간이 되었다. 그나마 당시는 연습이 지금보다는 많았기에 힘듦은 덜했는데 이번에는 걷뛰는 몇번이나 반복하고 언덕이 많아 가장 최악의 완주대회였다.
오늘 대회를 평가해 본다면, 내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했고 효율적이지 못했다. 풀코스 완주가 목표라면 4개월의 준비기간속에 두 달은 100km이상, 나머지 두 달은 150km는 달려야 내가 원하는 4시간대 완주가 가능함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또한 훈련에 있어서 30km이상의 장거리주를 반드시 2번이상 해야 하는것도 필요하다. 이번에도 32km 장거리 연습이 한번밖에 없다보니 35km가 넘으면서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자주 주저않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다. 가보지 않은 길은 너무 힘들었다. 차후의 대회에서는 한달전부터 30km, 3주전 35km, 2주전 40km 등 장거리주 연습을 꼭 해야겠다고 느꼈다.
대회와 관련해서는 주최측에 한마디 하고 싶다. 우선 대회기념 티셔츠를 왜 빨간색으로 도배했는지...바로 낼모레 선거를 앞두고 국힘에 충성하는 모습같아서 꼴불견이다. 이런 의도적 선정에 많은 주자들이 자신들만의 티셔츠를 입고나와 빨간물결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코스 문제다. 코스를 이렇게 언덕이 많게 잡는 것이 과연 대회에 도움이 될까? 특히 마지막 2~3km에서 언덕은 기록 단축이나 페이스 조절에서도 치명적인 어려움이 될 수 있다. 국제 공인규격의 골드라벨이라고 한다면 좀 더 마지막 코스를 편하게 잡았으면 좋았을 것 같았다. 그리고 대회 운영에서도 미흡했다. 특히 주로상의 급수코너가 너무 불규칙했다. 대부분의 대회는 2.5km마다 급수대가 고정화 되어 있어 달리는 주자가 쉽게 취수를 할수가 있었는데 이번 대회는 대체 언제 급수를 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또한 땀을식힐 스펀지가 다 바닥나서 제때 쓸수가 없었다. 달리면서 물도없고, 스펀지도 제대로 받지 못한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간식도 부족했다. 급수와 함께 바나나만 제공되었다. 먹기 위해 달리는건 아니지만, 웬만한 하프대회만 해도 바나나, 딸기, 토마토, 쵸코파이가 충분히 제공되는데 이번대회는 상금을 높이느라 간식비를 줄인 느낌아닌 느낌이다. 마지막 완주 후에도 빵과 음료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모두 바닥나 버렸다. 정말 힘들게 들어왔건만, 반겨줄 간식이나 음식이 없다는게 실망이었다. 그렇지만 좋은점도 많았다. 수만명이 참여하다보니 절로 기운이 나고 하나의 물결이 되어 뭐라도 될것 같았고 어디라도 갈것 같았다. 거리에 나와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함성과 터치가 힘이 쭉 빠져 패잔병 같던 나를 잠시라도 힘이 솟게 만들었다. 시민들이 자발적인 응원에 정말 감사했다.
대회가 끝나고 한동안 움직이질 못했다. 다리에 경련이 나고 심지어 팔에서도 경련이 나는데 이런 고통은 처음이었다. 30분간 누워 몸을 식히면서 마사지를 하고 스트레칭을 하고서야 겨우 일어났다. 초반 오버페이스를 하면 안된다던 선배누나는 6시간 통제시간에 겨우 들어오셨다. 일행들이 모였고 함께 대구 막창을 먹으러 출발했다. 내차에 5명이 타고 다른 분들은 걸어서 역까지 갔다가 전철을 타고 모였다. 대구왔으니 막창을 먹어야지~~장소는 우야지막창이다. 우린 오늘 소감도 나누고 대회 분위기와 향후 대회의 일정을 공유하며 맛있는 막창을 먹었다. 내게 아쉬운건 차를 가져와서 술을 마시지 못했다는 것. 빨리 장수집에가서 막걸리를 한사발 마셔야지 하는 간절함으로 참았다. 끝.
대구마라톤대회 Daegu Marathon (daegura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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