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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2024년 경주 국제 마라톤대회

오늘은 어제보다 2024. 10. 2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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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명: 2024 경주 국제 마라톤대회
장소: 경주
일시: 2024. 10. 19 오전8시
출전 종목: 풀코스
 
 대회 수개월전에 접수를 하고 대회일에 맞추어서 운동연습을 하며 장거리 런닝계획도 짰다. 매주 2번정도 달리면서 한번은 천천히, 또 한번은 좀 빠르게 강도를 줘서 운동을 했다. 그리고 한달전에 하프거리를 연습하고 3주전에 30km를 달려주고, 2주전에 37km를 달리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일주일에 두 번을 운동하는건 실행했지만, 한달 전에 하프를 달리질 못하고 9월29일이 되어서야 서산대회를 참여함으로써 하프거리를 달렸다. 그리고 10월3일에 30KM를 계획했지만, 비가 와서 달리지를 못했다. 37km 달리기로 장거리 훈련의 마지막 연습일로 잡았던 10월9일은 아침부터 밭일하고 저녁은 벼를 베고 탈곡하면서 늦게까지 농삿일에 밀려 아무것도 하질 못했다. 그 주에 25km를 연습하는데 그치면서 내가 맘먹었던37km는  물론이고 30km달리기조차 실천하질 못했다.
훈련이 부족한데 억지로 고통스럽게 완주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이번대회는 참가만 하고 완주는 포기했다. 그래서 더이상의 장걸 훈련은 하지않고 주중 2회 달리기만 했다.
대회가 코앞에 다가왔을 때 난 경주대회를 완주하는것이 아니라 35km까지만 달리는 lsd로 참가해야겠다고 맘을 굳혔다. 지난 대구대회는 이번대회보다는 훨씬 연습량이 많았고 32km까지 장거리 연습을 했었음에도 힘겨운 완주를 한 바 있어 이번엔 고통스런 대회를 하고 싶질 않았다.
대회전날, 회사를 마치고 집에오니 6시20분이다. 아내가 오길 기다려 차를 바꿔타고 경주를 향해 출발했다. 날씨는 비가 내리고 살살 추워지고 있기에 대회운동복외에 신발은 등산화 하나와 긴팔자켓도 챙겼다. 경주 도착 예상시간은 2시간 40분이었지만, 날씨탓에 실제는 거의 세시간이 걸려 9시 중반쯤 도착했다. 먼저 호텔에 도착해있는 지인들과 만나 짐을 내려놓고  근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하나 먹고, 호텔로비에서 커피도 한잔했다. 원래 나와 함께 룸메이트를 하기로했던 선배님이 개인사가 생겨 오지 못하게되어 넓은 호텔방에서 나혼자 잠을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 씻으면서 오늘 하루 힘들지 않게 즐거운 런닝을 하자고 되뇌였다. 이어서 쌀국수 컵라면을 하나 먹고 로비에서 일행들과 만나 호텔앞에서 기념사진 한장 찍고, 대회장으로 향했다. 걸어서 2km쯤 거리라 몸도 풀겸 서로 웃으며 대화하며 걸어갔다. 대회장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화장실을 가고 싶어졌는데, 화장실마다 줄이 장난이 아니었다. 실내체육관 화장실을 찾아가서 줄을 서고 막상 화장실 앞에 도착했더니 화장실에 물이 나오질 않는다. 포기하고 주로에서 달리면서 주유소 화장실을 이용하자고 맘먹었다. 함께 달리는 지인들과 출발선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풀코스 주자와 하프주자, 10km주자로 흩어졌다. 다시 풀코스 주자도 좀 빨리 다닐 주자는 앞으로 나처럼 제한시간을 채우면서 천천히 달릴 주자는 맨뒤에 섰다. 날씨는 곧 비가올듯 잔뜩 흐렸고 바람도 살살 불어서 이상태로만 이어진다면 달리기엔 더할나위없이 좋아 보였다.


마라톤 대회 전문 사회자인 배동성씨의 출발을 알리는 함성 소리를 들으면 천천히 달려나갔다.  그런데 출발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2km를 지나면서 빗줄기가 굵어졌고 옷도 신발도 금새 젖어버렸다. 비가오거나 말거나 나의 목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7분이내 페이스를 유지하면 35km를 달리는 것이었기에 난 6분50~59초/km를 유지하며 빗속을 달렸다. 3km즈음 지나는데 갑자기 신발소리가 쾅쾅 울리면서 빨리 달리는 주자들이 스쳐 지나갔다. 대회측에서 풀코스 출발과 하프코스 출발시간의 간격을 2분30초 정도로 배치하는 바람에 하프주자들과 풀코스 주자들이 엉켜 주로는 복잡해졌다.  5km를 지나고 나서는 10km주자까지 엉켜서 주로는 온통 난장판처럼 사람들로 가득찼다. 물을 마시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빨리 뛰고 싶은 주자가 치고 나가기도 어려웠다. 다행히 난 아주 천천히 달리는게 목표라 남들이 앞서가나 쳐지거나 아무 관심이 없이 주변 풍광을 보면서 나만의 달리기를 즐겼다. 대릉원, 첨성대.  안압지도 자세히 보면서 주변의 상가도 살피고, 달리는 주자들의 몸매도 감상했다. 정신없이 달릴 때는 남성선수들의 몸매가 그렇게 멋있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파바바박~질러가는 선수들이 그렇게 멋있다니....
10km를 지나고 나니 많은 선수들이 빠져나가서 주로는 한결 한산해졌고, 나보다 빠른 주자들은 이미 다 앞질러갔기에 난 나만의 달리기를 즐길수 있게 되었다. 그사이 비도 그치고 수분도 충분히 섭취했기에 몸은 가벼웠다. 오버페이스만 하지 않는다면 35km는 아주 즐겁게 달릴수 있으리라. 15km를 지나면서 대회측에서 지급한 에너지젤을 하나 먹고 17.5km를 지나면서 바나나와 쵸코파이 간식도 먹었다. 그런데 대회측에서 바나나와 쵸코파이를 잘라놓질 않았기에 주자들의 입장에서 한입 먹고 다 버릴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초를 다투는 찰나에 언제  긴 바나나와 쵸코파이를 멈춰서서 먹을수있겠는가.  숨이차고 힘이든데 또 바나나를 들고 뛰며 먹을수 있겠는가. 완벽한 대회는 없지만, 이런 사소한 준비미흡은 아쉬웠다.  길가엔  많은 주자들이 먹다 말고 버린 쵸코파이와 바나나가  수북이 쌓였다. 전국적으로 유명하고 오랫동안 진행해온 국제 대회가 왜 이런 대회 운영이 되었는지 알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엘리트 중심의 대회라서 그런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8km에서 하프와 갈라지고 난뒤 강변을 달리는 코스가 이어졌다. 강변길을 돌아서 다시 온다면 28km 지점이 되고 맘만 먹으면 그냥 골인할수도 있는 지점이었다. 마침 그때 비가 거세게 내리면서 바람도 세차게 불었다. 난 30km지점에서 멈출것인가 잠깐 고민을 했다. 그러나 아직 몸은 더 달리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왔기에 난 32km를 가서 유턴해서 35km로 오늘 대회를 마치기로 했다. 그런데 32km에서 유턴하려고 했지만, 역시 몸은 지치지 않았다고, 계속 달리자고 한다. 그래 경주까지 와서 풀코스를 포기한다는것도 우스웠고 무엇보다 몸이 지치질 않았기에 풀코스를 달리기로 했다. 그러나 전제 조건이 제한시간안에 들어와야 한다는 점이었다. 오늘 대회는 5시간 제한이라 난 7분페이스를 유지해야 제한시간에 들어올수 있었다. 최대한 늘어진다고 해도 7분 6초를 유지해야만 제한시간 5시간에 들어올수 있다. 36km지점에서 반환을 하면서 이제 6.195km만 달리면 완주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면서도 연습량이 부족하니 언제 또 퍼질지도 알수없다는 두려움이 상존했다 . 페이스는 이미 7분1초로 늦어졌다. 달리면서 맘속으로 분주하게 계산을 때렸다. 7분으로 쭉 가면 10km를 70분, 40km는 280분이고 2.195를 더 달린다면 16분 잡아서 총 296분쯤 걸리겠지. 가면서 지쳐서 좀더 늦어지면 7분 5초가 된다면......약 210초가 더 걸리고 시간상 3분 30초가 더 소요되면......2시간 59분 30초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마지노선은 7분 6초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37.5km를 지점에서 간식을 먹고 몸도 맘도 스트레칭을 했다. 이제 km당 이븐페이스는 7분 4초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 속도만 지켜준다면 5시간에 들어가는건 가능할 것이다. 40km를 지날때는 물도 마시지않고 그냥 통과했다. 예상대로 잘 진행되고 있어 제한시간 5시간에 몇초를 남기고 완주할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대회 골인점을 100미터 남기고 난 잠시 멈춰서 스트레칭을 해주고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끝에 헉헉 거리면서 지쳐있는 것보다 쌩쌩하고 당당하게 들어가는 모습으로 남고 싶었다. 마지막 100미터를 멋진폼으로 힘차게 달려 골인했고, 시간을 보니 11초가 여유가 있었다. 아~ 오늘 제대로 즐겁게 완주했구나. 가슴속에서 뿌듯한 무엇인가가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동료들이 다가와 사진을 찍어준다. 오늘 대회는 42.195km라는 긴 거리를 5시간동안 경주라는 박물관을 관람한 기분이었다. 우리는 셔틀버스를 타고 숙소 근처로 왔고 샤워를 하고 이어서 예약한 식당으로 이동했다. 메뉴는 아구찜과 아구수육, 아구지리. 술은 맥주, 소주, 난 막걸리를 좋아했기에 막걸리는 시켰고 경주법주 막걸리가 나왔다. 처음 마셔보는 경주법주 막걸리는 달지않고 맛은 깨끗했다. 맛난 안주를 마주하고 막걸리 한모금 들이킬 때...그냥 좋다 라는 생각외 무엇이 더 필요할까?
이어지는 무용담과 경험담, 다가오는 달리기 대회에 대한 이야기, 담달 우리집 방문일정까지.....난 내년에 2박3일을 잡아 경주대회를 참가하고 경주 구경을 더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내년은 아내와 함께 달리고 싶은 맘도 간절한데....이건 아내의 영역이라.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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